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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에 쓰이는 값싼 의자부터 호텔에서 사용하는 고급의자까지 사람이 앉는데 필요한 의자는 뭐든지 다 있습니다. 필요한 용도에 맞게 주문만 하면 맘에 쏙 들게끔 척척 만들어 드립니다”
대구 중구 대봉동 봉산가구거리에 위치한 서울 가구사 대표 이재근(39) 씨는 수많은 가구 중 오직 ‘의자와 탁자’만 취급하는 전문 매니아다. 감각적인 거실 인테리어에 필요한 소파와 호텔에 쓰이는 고품격 클래식 가구 소파, 편안한 식사를 돕는 식탁의자, 심플한 사무실을 연출하는 사무용 가구 등 모든 탁자와 의자가 그의 손안에 있다.
184센티미터의 훤칠한 키와 검은색 뿔테안경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큰 덩치는 가구를 운반하는데 필요한 재산이고, 검은색 뿔테안경은 변화하는 유행감각을 캐치하는데 필요한 안목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반드시 의자가 있습니다. 건물이 들어서면 또 필요한 게 탁자와 의자이죠. 의자와 탁자는 몇 십 년 씩 간직하는 게 아닌 소모성이 강한 가구입니다. 그래서 항상 발전하는 거라 생각해요.”
3남 중 장남, 지독히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때문에 고교 졸업 후 곧장 사회에 뛰어들어야 했다. 군 제대 후 어렵사리 대학에도 진학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 10여 통의 이력서를 들고 그가 찾은 곳은 가구거리. 여러 곳을 방문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맡았다.
우연히 들렀던 칠성시장의 가구골목. 그의 체격과 인상을 본 가구점 사장은 그를 즉석에서 채용했다. 그것이 가구와 맺은 첫 인연이 되었다. 한 곳에서 근무하기를 7년 여. 탁자를 고치고, 의자를 수리하는 일이 적성에 맞았다.
초기 20여 만원의 월급이 7년 뒤엔 100만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민족 명절인 설날과 추석에만 잠시 쉬고 묵묵히 일하는 그의 성실함이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봉산가구거리에 ‘서울가구사’는 이름으로 개업을 했다. 서울에 한번도 못 가봐서 붙인 이름이다.
그후 10년이 지난 지금, 경제상황이 극도로 나빠졌지만 그의 신용만은 변함이 없다. ‘돈을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는 그의 직업철학이 지켜졌기 때문이다. 거래처에서 가구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결재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가구가 필요할 때마다 즉시 조달되는 이유도 있지만, 남들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급받고 고객들에게 그만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구를 생산하는 지역의 중소기업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중의 하나. 서울에 비해도 손색없는 훌륭한 가구를 만드는 지역 생산업체가 좀더 활성화되어야 지역경제도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사장은 수년 전 ‘금우회’라는 모임을 하나 만들었다. 목수업·유리업·설비업·페인트업 등 집을 짓는데 필요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모두 힘들게 자란 사람들. 보다 나은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4년 전부터 매달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은행 온라인 계좌이체를 통해 성금을 보내고 있다.
작은 기쁨은 어려운 이웃과 마음을 함께 나눌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사장. 주문가구생산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과 아이디어를 개발하며 탁자와 의자만큼은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현장출신의 경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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