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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족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성년의 날 등으로 사랑이 가득한 날들.

그러나 5월 어느 날, 교복을 입은 한 소녀는 집을 나오며 말한다. "아무렇게나 막 살고 싶다"고.

"자신을 저주하는 듯 쳐다보는 엄마의 시선이 견디기 힘들어 집을 나와버렸다"고(날씨가 따뜻해질수록 가출하는 아이들의 수는 점점 증가한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가족"을 테마로 한 전시회 <가족전>을 4월 27일부터 5월 18일까지 개최한다.

가족은 무엇인가?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며 가치를 형성해주는 기본단위이며, 경제적으로는 기본적인 경제의 단위이다. 또한 가족은 삶의 원동력을 제공해주는 행복의 단위이며 동시에 불안감을 표출하는 파괴의 단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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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덕현 - '이십 세기의 기억'
ⓒ 배을선
때문에 가족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와도 같은 기능을 하지만 역으로 사회문제의 근본적인 자물쇠 기능을 하기도 한다. 아픔과 상처 하나 없는 가족이 있을까. 어느 정도 폐쇄적이지 않은 가족이 있을까.

이번 전시회에서는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영상, 마임 등 현대 미술의 다양한 표현방법을 통해 가족의 순기능과 역기능, 사회적, 경제적 단위로서의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탄생, 성장, 사춘기, 방황, 사회인, 결혼, 새로운 가정,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가장 친숙하면서도 난해한 가족의 문제이며 역사이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의 울음소리. 성장기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춘기로 방황하는 아이들, 취업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녀들, 결혼으로 즐거운, 혹은 쓰라린 부모들, 늙어가는 부모와 조부모의 패인 주름살, 빛 바래져 가는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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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왕절개로 세상에 나오는 아이. 탄생
ⓒ 1019팀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은 가끔씩 꺼내어보는 추억이 되어 간다. 그 누구도 앞으로 달려갈 뿐, 가족의 뒷모습은 신경 쓰지 아니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볼 때 이번 전시회는 과연 가족을 통해서 한국의 가족 문제를 담론의 형태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실험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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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희 - '아무렇게나 막 살고 싶어요'(교복 500여벌 설치)
ⓒ 배을선
또한 한국은 지난 세기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조선조 이후 36년간의 식민지와 8·15광복, 6·25 전쟁 등으로 짧은 시간 동안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던 우리나라는 조선 중기 이후에 확립된 부계중심의 가족 가치관에서 서구사회의 자유와 평등, 인권사상 등에 기초한 민주적 가족 가치관으로 또 다른 정신적인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족은 '나'를 존재하게 하는 유일무이한 장소이다. 개인은 가족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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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옥선 - '희정과 숀, 현순과 킵'의 사진이 보인다
ⓒ 배을선
당신이 생각하는 가족은 무엇인가. 이번 <가족전>에서는 무엇보다 개개인이 추구하는 가족의 의미를 미술의 힘을 빌어 보다 색다른 방식으로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시대별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향수, 가족의 위기와 해체, 그 대안과 다양성이라는 3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정리했다는 점이다. 전시회의 작품들은 가족의 지나간 모습 내지는 현상적인 가족의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현대의 사회가 맞물리어 붕괴되는 교차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다른 전시회의 피상적인 모습과는 두드러지게 차별된다.

또한 전시회의 출품작 대부분은 실제 작가의 가족모습을 아무 거짓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어 작가와 작품과의 괴리감이 없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평소 가족에 소홀했던 구성원들에게는 봄볕 따뜻한 날 가족과 함께 경희궁 공원에 들러 <가족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출애굽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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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전> 전시회장 모습
ⓒ 배을선

덧붙이는 글 | # 전시회 안내

- 일시 : 4월 27일 ~ 5월 18일(금)
- 장소 : 경희궁 공원 내 서울시립미술관 600년 기념 전시장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 도보로 10분, 시내버스 광화문 하차 도보로 5분, 옛 서울고등학교 자리)

- 5월 2일(수)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시민을 대상으로 기획자의 전시설명과, 작가와 직접 만나는 뜻깊은 시간을 갖습니다.

- 5월 9일(수)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현대미술에 나타난 가족사 등의 시민강좌가 마련되어 작품관람의 의의와 이해를 돕습니다.

- 문의 : 733-2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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