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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달리는 거친 카우보이들. 그들이 총구가 불을 뿜을 때마다 미개한 인디언들은 하나둘씩 피를 흘리며 쓰러져갔다. 마침내 카우보이들은 끈질기게 공격하는 인디언들을 물리치고 평화를 되찾고 영웅이 된다.

어릴적 즐겨봤던 미국영화의 대부분은 이런 서부 활극이었다. 땅을 일구고 살아가려는 백인들의 소박한 꿈마저 짓밟아버리고 끝내 전멸의 길을 선택하는 인디언들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무모함 그 자체였다.

그에 맞서는 백인 카우보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멋있고 영웅적이었던가. 가족과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기꺼이 총을 들고 인디언들과의 한판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들. 그러나 진실은 영화속 이야기와는 전혀 달랐다. 아니 정반대였다.

유럽인들이 처음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 살고 있던 인디언들은 손님으로 친구로 극진한 대접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을 죽이거나 배척하기는커녕 땅을 나누어주고 먹을 것을 주는 등 많은 친절을 베풀었다.

이 대륙에 첫 발을 내디뎠던 콜롬버스는 "이 사람보다 더 다정하고 더 상냥하고 더 온유한 사람들, 즉 더 좋은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전하께 맹세합니다"고 보고했을 만큼 그들은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신대륙으로 몰려드는 백인들이 늘어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변화한다. 백인들은 이 땅의 본래 주인인 인디언들을 서서히 몰아내면서 그들을 압박하고 급기야 배신의 칼날을 세웠던 것이다.

이 책은 백인들의 갖은 압박과 수탈에 맞서 부족을 지키기 위해 창과 방패의 역할을 맡았던 라코타족의 대추장 '시팅불(Sitting Bull, 앉은 황소)'의 삶을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간 전기다.

시팅불이라는 이름은 '인내심이 많고 체구가 웅장하며 궁지에 몰려 움직일 수 없을 때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아 죽을 때까지 싸우는 전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대추장 시팅불은 전투와 사냥은 물론 지도자로서의 탁월함으로 많은 인디언들에게 존경을 받아왔다.

인디언들의 소중한 식량 창고였으며 신성한 지역인 '검은 언덕(Black Hill)'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백인들은 대규모의 기병대를 보내 사실 여부를 확인하게 되고 시팅불과 그의 부족들은 탐욕스런 백인의 도전에 맞서 큰 싸움을 벌여 승리한다. 그러나 식량이 부족해지고 백인들의 침입이 계속되면서 부족민들이 이탈하자 시팅불은 추종자들을 이끌고 캐나다로 망명하지만 그곳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 미국인들에게 항복하고 만다.

항복 이후에 '선바위(Standing Rock)' 지역의 관리소에 살면서 백인들의 교묘한 수탈에 맞서 싸웠으나 그의 저항과 반항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백인들과 인디언 경찰들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인디언들은 자연을 소유한다는 개념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허락된 구역 내에서 자연이 베푸는 은혜를 누리면서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문명의 세계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달랐다. 무엇이든 자신의 손 안에 소유하려 했고,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싸움도 불사할 만큼 탐욕스러웠다.

몇 해 전부터 인디언들의 삶과 철학을 담은 책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과학의 힘으로 이성의 힘으로 자연과 멀어졌던 이기적 인간에게 인디언의 철학과 방식은 새로운 희망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팅불의 영웅적인 면을 부각시키기보다 그의 일생을 꼼꼼하게 추적하고 서술함으로써 환상적이고 이상적으로만 그려지던 편향을 걷어내고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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