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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이 딱 절반만 좋다> (북&월드)

한달 전 발간된, 미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신간 서적의 제목이다. 지은이 이진 씨는 아주 소소한 호기심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김대중 씨와 김영삼 씨가 만약 미국에 이민을 온다면 어떻게 살게 될까?'

이런 엉뚱한 궁금함에 대해 저자는 전혀 장난스럽지 않은, 꽤 논리적인 답을 머리말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아주 '소소한 호기심'이 때로는 여러 사람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법하다.

감춰진 미국 문화, 정치의 본질을 꼬집는다

저자의 개인적 취향 혹은 주관을 반영하는 듯한 제목과는 달리, 미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해설은 매우 명쾌하면서도 편협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미국에서 '심층 보도학'을 전공한 뒤 관련분야의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세계적인 경제 정보 통신사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 기자로 근무한 바 있는 저자는,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가까이 다가와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인들이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속모습을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깊이 있게 설명해 준다.

2000년 미국 대선 개표공방전 무렵만 잠시 떠올려 보더라도, 극단적인 분열과 대립 때문에 미국이 금방이라도 망할 것 같다는 식의 주관적인 대선 리포트가 한국 언론에서 버젓이 나왔다. 고어가 되든 부시가 되든 대북 정책 기조는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부정확한 전망도 속칭 대미 전문가들에게서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미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 이해 부족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된 바 있다.

저자는, 2000년 미국 대선 과정이란 흥미롭고도 시사적인 최신 소재를 토대로 하여 미국이란 강대국 밑바탕에 숨어 있는 미국·미국인의 문화와 일상 생활, 그리고 의식구조의 뿌리 등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또한, 현재 부시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行步)의 뿌리와 미국을 지배하는 힘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도 아울러 설명해 준다.

미국 문화를 소개한 그간의 베스트셀러들의 경우, 미국에서 다년간 거주한 한국인이 쓴 책이라 할지라도, 객관적인 미국의 현실을 이 책처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인 경우는 없었다고 여겨진다. 미국 심층보도 기자 교육기관인 IRE(Investigative Reports & Editors)와 경제정보 전문 블룸버그 통신사에서 일하며, 저자는 미국 주류 사회 속에서 미국인들과 함께 부대끼는 가운데, 미국 문화와 정치의 본질을 수많은 인터뷰와 자료더미 속에서 세심히 정리하고 분류해 내었다.

United America? Divided America!

특히, 저자는 2000년 미국 대선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남녀, 지역, 인종간의 팽팽한 대립과 갈등으로부터 미국의 분열과 반목, 긴장 관계를 읽어내면서 미국을 이해하는 독특한 관점인 '두 개의 미국론'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대립의 두 축은 2000년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 이미 200 년 전 남북전쟁의 원인이었던 미국 건국의 두 세력인 양키스와 캐벌리어스 간의 싸움과 맥을 같이 한다는 사실도 설명한다.

즉 원래부터 하나의 미국(United America)이 아니라, 두 개의 미국(Divided America)이었다는 사실을 역사적 자료와 인터뷰, 정치·문화·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 등을 통해 실감나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가 미국을 분석한 독특한 관점인 '두 개의 미국론'은, 한국인 독자들뿐 아니라 미국인들 자신에게도 모국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견해임에 틀림없다.

영어 교사들을 위한 유용한 지침서

2000년 미국 대선을 기본틀로 잡고 있긴 하지만, 정작 이 책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미국인들의 문화 이야기가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척 보기만 해도 공화당파인지 민주당파인지 알 수 있는 미국인들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나뉘어졌는지, 부시와 고어가 박빙의 차이를 보이며 다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미국 정치계에 섹스 스캔들이 많은 이유와 퇴임 후에도 클린턴이 미국인들의 관심사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대중 문화가 지식인 사회를 어떻게 학대했는지, 백악관을 한손에 쥐고 좌지우지할 수 있는 미국 TV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50개 주 가운데 플로리다에서 그 말썽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50대50으로 팽팽하게 갈라진 틈새를 그들은 어떻게 극복하며 세계의 슈퍼파워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를, 재치 있고도 유려한 필체로 유머러스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저자가 직접 만든 미국인의 생활, 문화, 의식구조와 관련된 재미있는 60여개의 퀴즈는, 학생들에게 미국 문화를 효과적으로 가르쳐야 할 영어 교사들에게 매우 훌륭한 자료가 될 듯하다.

대학에서 '영미문화의 이해' 등의 전공과목을 이수한 바 있는 기자로서는, 이 책이 영어 교사들에게 매우 유용한 지침서가 되리라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 저자 이진

한국외국어대학 졸업
기자·작가로 활동하다 유학길에 올라 미주리 대학 저널리즘 스쿨에서 '심층 보도학' 전공
심층보도 기자 교육기관인 IRE(Investigative Reporters & Editors) 연구원 역임
블룸버그 통신사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기자    

저서: <서울대 기숙사>, <하버드 기숙사>, <미국에 관한 진실 77가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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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였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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