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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설비리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평택 에바다 복지회의 농성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제 1차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장애인과의 해결약속으로 전 국민적 관심을 끈 에바다 사건.

경기도 평택시에 소재한 '에바다 농아원'의 사태는 지난 1996년 11월 농아원생들의 농성으로 시작된 이해 4년여 동안 정상화의 가닥을 잡지 못한 채 계속되어 왔다.

그동안 에바다 투쟁은 가장 대표적인 지역 복지운동 모델로 지역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결합과 함께 민주노총이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으로 개입함으로써 논쟁과 이론에만 머물러 있던 노동운동의 사회변혁적 역할에 구체적 모습으로 이야기되어 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운동에 있어 학생운동의 역사를 새로이 창출하기도 했는데, 바로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가 그것이다. 이렇게 에바다 사건은 복지 비리재단의 인권유린과 재단 비리척결이라는 우리사회 사회복지시설의 고질적인 병폐를 치유하고 사회복지의 패러다임을 개혁한다는 의미에 있어 1626일이라는 지리한 농성에도 불구하고 해결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에바다 농성 1천일을 앞두고 99년에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권, 노동, 시민 단체로 구성된 '에바다정상화를위한연대회의'(공동대표 김용한·단병호, 이하 연대 회의)는 에바다 문제의 해결은 우리 사회 사회복지시설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이의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동안 민주당 장애인 직능대표인 이성재 국회의원의 이사장 부임과 농성단의 단식투쟁, 대학생들의 광화문 점거 농성, 이순신 고공 시위에 뒤이은 대학생들의 구속과 함께 지난해 6월에서 7월 사이에 새 관선이사회의 구성을 둘러싸고 평택시청 앞 철야농성을 전개하여 드디어 평택시(시장 김선기)로부터 연대회의 추천 인사 과반수 보장이란 전제하에 새 이사회 구성 약속을 받아내었다.

96년 에바다 농성 시작 이래로 구 비리재단과 이면합의서 발견 등으로 끊임없이 구비리재단과 결탁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에바다의 정상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이사회의 민주적 구성에 대한 시의 약속을 받아낸 것은 드디어 구 비리재단측의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농성단 측은 에바다 복지회 이사회 구성이 7:6의 비율로 민주적 인사가 과반수를 점하는 이사회의 출범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구 비리재단측 인사 5명과 연대회의측 인사 2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되어 에바다 농아원과 학교는 파행적인 운영을 거듭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 3월 2일 에바다이사회(이사장 김종인 나사렛대 재활학과 교수)는 4명의 이사가 참석하여 연대회의측 이사 이찬진 변호사·우철영 목사·윤귀성 병원장 등 3명을 추가로 선임하기로 결의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28일 오후 5시 새 이사진의 등기를 완료하게 되었다.

새 이사진을 등기하기까지 평택시청과 사건 당시 이사장 일가였던 최씨 일가의 눈에 보이지 않은 방해 공작도 만만치가 않았다.

이사진 구성을 합의한 이사회 녹취록을 평택시 사회 과장을 찾아가 녹취록 열람을 신청하였으나 이미 사회과장이 그 원본을 비리 재단 측에 고스란히 넘겨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평택시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일절 거절하였으며 4월 10일 에바다 학교 교사 권오일 선생님을 만나 '이사회 내용대로 곧 등기 하겠으니 제발 시청앞 집회만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5 : 5 이사진 구성은 에바다 농아원의 정상화를 위한 선결조건이 되는 이사회의 민주적 구성을 위해 큰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5월 10일 연대회의는 현재의 법과 제도 속에서는 5:5의 절대적인 균형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다시금 평택시의 기왕의 약속인 '연대회의 추천 이사 과반수 보장'이라는 평택시의 약속 이행을 거듭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대회의 한 관계자는 "에바다는 문제가 많았던 만큼 가장 모범적인 장애인 복지시설로 거듭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운영 시스템과 농아장애 아동들을 위한 복지,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합니다" 라고 주장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씨는 "에바다 구비리재단측의 인사와 그 영향력이 아직도 상존하고 있으며, 무자격 교사가 농아아동들의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농아원생들에 대한 복지 프로그램이 적용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켜보아 왔습니다. 4년을 넘게 끌어온 에바다 사태가 이제는 정상화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통해 전국의 장애인 시설의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범적인 시설로 거듭 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우리는 향후 평택시와 이사회의 노력을 지켜볼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비리시설이었던 에바다 농아원 사태는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되어야만 합니다"라고 말해 이번 이사진 구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또한 같은 날 양봉애 현 에바다 원장 직무대행의 해임건도 문서 처리를 완료했다. 이는 지난 3월 2일 이사회에서 결정한 신임 이사 임명과 현 원장직무 대행 해임건에 대해 2명의 구 재단 쪽 이사들이 회의록에 서명 날인을 하지 않아 처리가 유보됐던 것들이 한꺼번에 처리된 것이다.

양봉애 현 에바다 원장 직무대행은 에바다 학교의 행정실장도 겸임하면서 기습적으로 특수교사 자격증도 없는 구 비리재단측인사 3명을 자격증 소지자로 이사장에게 허위보고하여 교사로 임명하고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들에게 자신이 복지회 설립자라고 거짓말을 하며 곧 공식 원장으로 부임할 것이라고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봉애 직무대행이 임명한 교사는 수화조차 하지 못해 농아학생들에게 구화로 수업을 진행해왔고, 이에 대한 학부형들의 항의가 거세었다. 그러나 항의 이후에도 수화를 배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나태한 수업 태도와 생활 태도로 일관하여 학부형들이 이사장에게 이 교사의 해임을 요구하는 등 많은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양봉애 직무대행은 96년 당시 에바다 복지회 이사장이었고 에바다 학교 교장이었으며 지금은 서울에바다농아교회의 목사인 최성창의 동생인 최성호(현 법인이사)의 부인이다.

그리고 지난 3 월 에바다 학교에 부임했으나 이사회 인준 처리가 안 됐던 김지원 교장에 대한 인준도 이날 완료했다.

김지원 교장은 농아인 교육에는 본인이 직접 학생들 개개인의 보청기를 제작할만큼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교육자로 알려져 있는데, 김종인 이사장은 3월 31일 토요일 구화학교와 선희학교 교사를 역임한 김지원씨를 공채를 통해 선발, 교장으로 임명하였고,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신임 교장의 임명을 보고하기 위해 이사회 회의록을 첨부하여 경기도 교육청에 제출하였으나 경기도 교육청 교직과 인사담당 장학사 오정순 씨는 단지 형식상의 결함인 이사회 회의록에 참가 이사 전원의 직인이 없다는 이유로 교장임명을 거부했었다.

그러나 에바다 복지회의 정상화의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채용된 무자격 교사 3명의 문제도 그렇고, 에바다 학교 교육에 있어서 기초 프로그램이외의 특별 활동이나 외부 활동은 꿈도 못 꾸고 있는 상황 또한 그렇다.

이에 대해 에바다연대회의 박경석 노들장애인학교 교장은 "이러한 파행적 운영의 피해는 고스란히 에바다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결국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민주적으로 재편돼야만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하루소식 5월 11일자 인용)

박 교장은 또 "이사진 균형을 맞춘 것은 일단 긍정적이라 할 수 있지만, 구 재단 측 인사들과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이사회 안의 과반수 확보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인권하루소식 5월 11일자 인용)

이에 따라 연대회의는 5월 3일 민주노총 공공연맹 사무실에서 회의를 갖고 연대회의에서 사무국 역할을 담당할 실무자로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제4기 의장을 했던 좌동엽군을 임명하고 지난 1600여일의 에바다 투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에바다 백서 편찬위원회 구성을 서두르기로 했다.

다음은 5월 10일 발표된 성명서이다.

덧붙이는 글 | <성명서> 

평택시는 에바다 이사회의 민주적 재편을 실현하라! 

지난 1996년 말부터 계속되어온 경기도 평택시에 소재한 에바다 농아원 사태가 사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지점을 도달해 있다. 

1. 그 동안 에바다 농아원의 문제는 수없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각계의 압력이 있었으며, 이사회만도 4차례나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보 상태로 남아 있었다. 5년째 접어든 에바다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였던 것은 인권유린과 비리의 주범이었던 구재단측 인사들의 집요한 개입과 방해, 이에 평택시의 무원칙과 동요로 인한 것이었다. 현재의 법과 제도 속에서는 사회복지시설의 정상화는 옛 비리재단 인사들을 척결하고,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이사회의 정상화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이런 절실함으로 인해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우리 연대회의는 지난해 7월 철야농성 투쟁을 접으면서 평택시가 했던 약속을 수용했다. 그것은 에바다의 정상화를 위해서 이사회를 연대회의 추천인사 7인과 구재단측 인사 6인으로 구성한다는 것이었다. 즉, 과반수를 연대회의가 추천하는 이사들을 보장한다는 것이었고, 우리는 에바다 농아원과 학교의 그 농아들을 교육, 복지 수혜를 고려하여 투쟁을 접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후의 과정에서 이 약속은 쉽게 실현되지 못했다. 집요한 구재단측 이사들의 방해와 평택시의 우유부단한 동요로 말미암아 다시금 에바다 이사회는 김종인 이사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혼미에 빠져들었다. 

2. 그런 상황에서 7개월 여가 지난 시점인 지난 3월 2일 4명의 이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사회에서 연대회의 추천 이사 3명의 추가 선임을 결정하여 이는 에바다 문제 해결의 새로운 전기로 여겨지는 상황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다시 이사회에 참석했던 구재단측 이사 2명이 회의록에 서명을 거부하고, 평택시가 회의 녹음 테이프를 구재단측 이사들에게 넘겨주는 바람에 새 이사들의 등기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새로 부임한 교장도 서류를 갖춰 교육청에 보고할 수 없는 상황에 돌입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연대회의 소속 평택지역 공대위와 대학생연대회의의 집회와 투쟁이 잇따랐고, 연대회의는 더 이상 사태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쟁의 고삐들을 죄어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히 지난 4월 27일 평택시의 주선으로 구재단측 이사들이 회의록에 서명, 날인하게 되어 추가 이사들에 대한 등기가 완료되고, 교장의 부임이 3월로 소급되어 정식 발령되기에 이르렀다. 

3. 우리는 사회복지시설의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우리는 이 상황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 에바다이사회의 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했음을 분명히 한다. 현재의 5:5 구도는 구재단측 이사들의 저항으로 인해 이사회의 정상화, 에바다 시설의 전반적인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구도임을 여러 차례의 이사회를 통해 우리는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무자격 교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각종 파행적인 운영이 계속되고 있으며, 민주적인 운영 시스템도 마련하지 못하는 등의 에바다 문제는 이사회의 정상화를 통해서 그 실마리를 풀 수 있으며, 현재의 법과 제도 속에서 다른 대안은 없다. 
구재단측의 비리와 인권유린을 온몸으로 고발했던 에바다 농아원생들의 절규를 잊지 못하는 우리는 장애인들의 인권과 사회복지시설내의 비리와 인권유린의 척결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의 정상화를 통한 에바다의 전반적인 개혁으로 사회복지시설, 장애인 수용시설의 모범으로 에바다가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난 4년여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투쟁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운동사를 새롭게 써왔던 것이며, 이런 결과로 장애아동들이 희망을 갖고 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우리의 정열과 노력을 다시 한번 경주할 것임을 천명한다. 

<우리의 요구> 
1. 평택시는 에바다 복지회의 민주 이사회 구성에 대한 약속을 지켜 정상화하라! 
2. 경기도 교육청은 장애인 학교의 무자격 교사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 
3. 김대중 대통령과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에바다 문제 해결 약속을 지켜라! 

2001년 5월 10일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 

경기복지시민연대/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노들장애인야간학교/다큐인/동성애자인권연대/민주노동당/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주주의민족통일인천연합/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중복지연대/부산농아인협회/불교인권위원회/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서울장애인연맹실천불교전국승가회/에바다비리재단퇴진과정상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인권실천시민연대/인권운동사랑방/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천인권마당/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전국특수교육교사협의회/참여연대/천주교인권위원회/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한국농아인협회/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한국민족음악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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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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