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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육삼! 오이육삼! 오이육삼 엑센트 차주! 차 빼주세요. 오이육사암.”
“예∼, 나갑니다.”
“아저씨, 옆 건물에 주차장이 있는데 왜 우리 식당에 주차하세요?”

웅성웅성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복요리 전문점인‘석경복어’ 사장이었다. 붐비는 점심시간까지 식당 앞 주차장에 몰래 주차해 놓고 간 상습 얌체주차족을 한참 동안의 육성방송을 통해 찾아내 주차난을 해결하는 풍경이었다.

우렁찬 목소리에 남자들 못지 않게 열성적으로 일에 임하는 석경복어(대구 동구 신천동) 여사장 조정혜(46) 씨가 ‘내 목소리’를 내며 우리시대의 ‘보통 아줌마’로 ‘으랏차차 활동(?)’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전.

복어 전문점을 개업하기 이전의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단 한마디도 싫은 말을 할 줄 모르는 소녀같은 마음으로 살아온‘젊은 누나’였다. 지난 15년간 동심 가득한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선생님이란 걸 알면 ‘젊은 누나’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빨라진다.

피아노 학원의 ‘원장 선생님’에서 복어요리 식당의 주인 아줌마로의 변신은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놀라움 그 자체로 전해졌다. 교양 있고 고상한 직업에서, 창피하고 힘든 직업으로 바꾸었다는 게 주된 이유들이었다. 하지만 조씨의 생각은 달랐다. 삶의 가치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만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죠. 재미도 있었고, 적성에도 맞았어요. 학생들이 음악에 대한 이해를 키우며 꿈을 가꾸어 나 갈 때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그러나 무언가 다른 ‘내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

후배의 추천으로 의욕적으로 시작한 식당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점이 많았다. 새벽부터 시장에 나가 장을 봐야 하고, 밤늦게까지 식당일에 매달려야 했다. 또 직원들이 마음만큼 따라 주지 않을 때는 남모르게 속내를 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남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기에 기분이 좋고, 직원들과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가니 행복하다. 처음엔 복요리에 대한 전문 상식 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복요리 예찬론자가 되었다.

“복어는 단백질·칼슘·비타민B1, B2등이 풍부하고 유지방이 전혀 없어요. 또한 고혈압·신경통·당뇨병 예방에도 좋고 간장해독 작용이 뛰어나 숙취제거에도 특별한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혈액을 맑게 하여 피부를 아름답게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복어는 10속 18종이 있는데 그 중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에는 참복·까치복·검복·자주복 등이 있다고 한다. 독이 없는 복어도 있지만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란 독소를 가진 복어가 많아 ‘복어조리 면허증’을 소지한 전문요리사만이 요리를 해야한다.

중국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복어의 신비스러운 맛은 사람의 생명과 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정도로 복어를 좋아했다고 한다. 특히 히레 술을 곁들인 복요리는 세상만사 모든 시름을 잊게 하는 ‘천상의 요리’로 극찬할 정도다. 조혜정 씨가 복요리 전문점을 선택한 것도 다른 요리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복어만의 톡특한 특성에 반했기 때문이다.

석경복어의 특징은 ‘직원들의 넘치는 정감에 있다’고 말한다. 고객위주의 정직한 식단 차림과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직원들의 마음이 녹아 나야 할 수 있는 일들이다. 홀트복지회에 도시락 배달봉사를 하고, 도시락 반찬을 만들어 지원하는 일들은 직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아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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