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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에 넣은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한 각종 증거 자료들
환경단체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 25일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을 발표했다. 순차개발이라고는 하지만, 방조제를 완공하고 지역을 나누어 개발 할 뿐 사실상의 전면 개발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환경·사회단체는 물론 종교단체들도 이번 정부안에 대해 무효화를 선언하며, 강경한 대정부 투쟁의지를 밝혀 정부의 의지대로 새만금 사업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강행을 발표하는 날 한국갤럽과 MBC의 여론조사 결과 간척사업에 대해 찬성보다 반대한다는 의견이 두 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 정부에게 큰 부담으로 남아있다. 이번 여론조사에 의하면, 강행에 반대하는 의견이 8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언문 낭독. 미래세대 선언문을 낭독하는 동안 분위기는 내내 엄숙기만 하다.


환경단체들의 무효화 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녹색연합 청소년 모임 <아이지엘>과 환경연합 전국 7개 청소년모임, 청소년 매거진 <밥>의 회원 33명은 27일 오후 2시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새만금 사업 강행의 무효를 주장하며, 새만금 사업과 관련된 자료집과 일지 등을 타임캡슐에 넣어 땅에 묻었다. 이 캡슐은 새만금 강행 발표 10년 뒤인 2011년 5월 25일에 개봉하는데, 주최측은 새만금을 강행한 어른들에게 역사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녹색 타임캡슐. 30㎝×70㎝의 타임캡슐을 옮기고 있다.
이날 김지훈(경기고 2년) 군은 취지문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이 지금 당장에는 이익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갯벌의 모든 생명을 파괴하고 저희 미래세대가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정부 그리고 기성세대들이 미래세대의 갯벌을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각 청소년모임 대표들의 입장 발표에서 <아이지엘> 대표는 "새만금 강행 발표가 난 이 시점에서 미래세대인 우리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른들의 정치놀음에 우리 소중한 자연이 파괴되고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삼모사식의 순차개발을 보면서 배신감마저 느꼈다"며, "김대중 대통령님께서는 하루빨리 새만금 강행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 타임캡슐 봉안. 타임캡슐은 새만금에서 가져온 조개껍질로 덮었다.
<푸른소리> 대표도 "일방적으로 새만금을 계속 할 것이라는 어른들의 입장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세계 5대 갯벌이라는 소중한 땅을 우리들에게 물려주지 않으시고, 회색 시멘트로 막고 메마른 모래로 덮으려 하시는지 저희들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나아가 "잘못된 정책으로 저희들에게 떠넘겨 주신 빚이 얼마나 되는지 벌써 잊으셨나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스러운 저희들에게 이제는 환경문제까지 떠 넘겨주시려 한다"며,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밥 매거진> 대표는 "아시아에서 대규모 면적을 자랑하고 있는 새만금 갯벌이 도마 위의 생선신세가 되었다"며, "말로는 자연을 사랑하자, 생태계를 파괴하지 말자, 우리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자고 하면서도 정작 이런 일이 닥쳤을 때는 아무런 도움조차 주지 않고 눈앞에 난 이익에만 연연하는 어른들에게 더 이상은 기대할 수도 믿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 사필귀정. 10년 후 반드시 새만금 사업에 대한 결과와 책임이 들어날 것이라는 의미에서 '사필귀정'이라는 글자도 같이 묻었다.


김영진(경동고 1년)군 과 김지완(대원외고 2년)양이 낭독한 선언문에서도 "인간과 자연을 위한 옳은 길을 선택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기도 하지만, "그 결정으로 인해 저희 세대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며, 새만금 사업의 강행발표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땅에 묻은 타임캡슐에는 새만금 사업 강행 인사들의 명단과 발언록, 사진, 신문자료, 사업진행일지 등의 내용을 담은 CD롬과 공개토론회 자료집, 신문자료, 1,445명의 시국선언자 명단 등을 넣었고, 새만금에서 채취한 조개껍질로 무덤을 만들었다. 특히 이날 행사를 취재하던 기자들도 역사의 증인으로 참가하겠다며 즉석에서 명함을 걷어 타임캡슐에 봉안했다.

▲조개무덤. 오늘 선언식에 참석한 청소년 회원들이 타임캡슐이 봉안된 조개무덤을 정리하고 있다.
<타임캡슐에 봉인된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 책임자 명단'(총 30인)>

□관료

이한동(2001년 강행발표 당시 국무총리)
안병우(2001년 3월까지 국무조정실장)
나승포(2001년 강행발표 당시 국무조정실장)
유종근(전라북도지사)
한갑수(2001년 강행발표 당시 농림부 장관)
문동신(2001년 강행발표 당시 농업기반공사 사장)
손정수(2001년 강행발표 당시 농림부 농촌개발국장, 농촌진흥청 차장)
허유만(농어촌연구원장)

□정치인

김중권(2001년 강행발표 당시 민주당 대표)
강현욱(국회의원, 군산)
정세균(국회의원, 무진장)
정동영(국회의원, 전주 덕진)
김원기(국회의원, 정읍)
김태식(국회의원, 완주 임실)
이강래(국회의원, 남원 순창)
이 협(국회의원, 익산)
장성원(국회의원, 김제)
장영달(국회의원, 전주 완산)
정균환(국회의원, 고창)

□전문가

박승우(서울대 농대)
윤춘경(건국대 농대)
홍욱희(세민환경연구소장)
김선희(국토연구원)
양재삼(군산대 해양학과)
정해진(군산대 해양학과)
임재환(충남대 농업경제학과)
박정근(전북대 농업경제학과)
권순국(서울대 농대)
정재춘(연세대 환경공학과)
최홍림(서울대 농대)

덧붙이는 글 | <새만금 간척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청소년 단체 선언문>

 살아 숨쉬는 땅 갯벌의 수많은 생명체들을 무시하고 자연의 조화를 깨뜨리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강행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새만금 사업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리 나라의 정부가 사람들로 하여금 한숨 쉬게 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윤리적으로 합당하지 못하다고 말을 합니다. 방조제 건설에 이제까지 사용되었던 비용이나 앞으로의 간척과 수질 개선에 들어갈 비용은 간척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에 비해 터무니없이 막대하다는 견해가 대부분이고, 농업에 사용될 수 있을 만큼 수질을 개선시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또한 갯벌은 많은 해양생물들이 서식하고 산란하는 귀중한 자원이고, 시베리아에서 호주까지 이동하는 철새들의 중간 도래지로서의 가치도 크다고 합니다. 바다의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역할까지 해내는 갯벌은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자연환경으로 인식되고 있고, 한번 막은 후에는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나라의 경제적 이득이 갯벌의 자그마한 조개들과 철새들의 생명보다 더 가치있고, 소중한 것인지 저희는 잘 알지 못합니다. 미래에 부각된다는 생물다양성 자원의 가치가 몇 억원에 이르는지, 그것이 이제까지 방조제 건설에 들인 돈보다 더 비싼지 저희 청소년들은 계산할 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히 느끼는 것은, 생명이 사는 갯벌을 막아버리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을 위해 생명을 희생시키는,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소생되지 못할 갯벌을 없애는 것은 저희 세대와 저희의 아이들, 또 그 후의 세대들에게서 갯벌이라는 소중한 자연을 알고, 접할 기회를 영원히 빼앗아 가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자연자원은 현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들, 그리고 우리 후에 세상에 태어날 미래세대들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동 자산입니다. 1997년 유네스코에서 채택한 「미래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에 관한 선언」 내용 중에도 '현재세대는 인간행동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지 않은 지구를 미래세대에게 양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합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당장은 작은 이익을 가져다줄지 모르겠지만 자연은 우리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에 언젠가는 분명히 진노할 것이고, 그때 자연의 분노는 저희세대가, 혹은 그 다음의 세대가 받게 될 것입니다.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수없이 들어왔고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희 눈앞에서는 생명을 파괴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진정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십시오. 새만금 간척사업이라는 생명파괴의 행위를 중단하고 저희가 그것으로 말미암아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끌어 주셔야 할 것입니다.

  대자연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한 점에 불과한 우리 인간은 우리가 존재해온 짧은 시간동안 너무나 많은 만행을 저질러 왔습니다. 이제 자연이 우리 인간사회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 속에 존재해야 함을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인간과 자연을 위한 옳은 길을 선택하는 것은 어른들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저희 세대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저희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옳은 선택을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새만금 사업을 강행한다는 발표를 철회해 주십시오. 

2001년 5월 27일

녹색연합 청소년 소모임 "아이지엘"/대구환경연합 청소년환경동아리 "푸름이"/목포환경연합 청소년자원봉사단 "환경지킴이"/부산환경연합 청소년 모임 "푸른소리"/서울환경연합 청소년 모임 "푸른소리"/진주환경연합 고등학생회 "푸름마당"/충주환경연합 청소년자원봉사모임/포항환경연합 청소년동아리 "푸른소리"/청소년 메거진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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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대 고양시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전략홍보국장으로 일하다,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장을 거쳐, 2010년 7월부터 경기도의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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