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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가 발표한 기여 입학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기부금 입학인지 기여 입학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기여의 범위가 물질적인 부분으로까지 확대된 것이 기부금 입학이다. 기여 입학에 물질적 기여가 포함되면 그 의도가 어떻든 변질될 우려가 다분하다. 결국 자식을 그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미리 돈을 내는 꼴이지 않나. 원칙만 있다면 비물질적 기여까지 반대하지 않는다. 백낙준 선생이 친일이었나 아니었나는 얼마든지 학교 내부 토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결국 돈으로 기여 여부를 따지는 것이 문제라는 말인가
"우리나라는 꽉 짜여진 학벌사회다. 매년 수십만의 학생들이 입시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한편에서 ‘돈으로 대학에 들어갔다더라’하는 것은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일류대, 삼류대를 나누는데, 기부금 입학은 대학 서열화를 심화시킬 것이다. 1억짜리 대학, 2억짜리 대학 이런 식으로 대학이 액수에 의해 불려지게 된다는 말이다."

- 외국에 비해 우리 사립대 재정이 열악한 것은 사실 아닌가
"왜 대학의 교육제도를 얘기할 때 미국, 일본 얘기만 하는지 모르겠다. 무상 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프랑스나 독일 같은 유럽 국가들도 있다. 유럽 대학이 미국 대학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누가 말할 수 있나. 그리고 미국의 기부 문화는 요즘 이야기되는 기부금 입학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사립대를 사유 재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그 사람들은 자식을 대학에 집어넣기 위해 기부하지 않는다.

스탠포드대 설립자는 죽으면서 ‘스탠포드’라는 성을 가진 사람은 교수로 임용하지 말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처럼 개인적인 부나 명예를 위해 대학을 운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정이 열악하다면서 왜 매년 수백억의 이월 적립금을 남기는지 사립대에 되묻고 싶다."

- 조선일보 등 언론에서는 운영의 투명성만 확보되면 된다고 말하는데
"그것이 더 문제다. 정부에서 결국 못 이기는 척 하면서 사립대 손을 들어주면 그때는 어떻게 될 것인지 뻔하다. 대학 교육 특히 재정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사립대에 전적으로 떠넘길 위험성이 있다.
현재 5%에도 못 미치는 재정 지원이 더 축소될 수도 있다. 또 지금 대학 재정도 투명하게 밝히고 있지 못한데, 기부금이라고 해서 많이 달라질 것인지도 의문이다."

- 왜 지금 기부금 입학이 쟁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몇 년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얘기다. 일종의 사학법인 연합 전술이라고 보면 된다. 매번 연세대, 고려대 등 재정적으로 비교적 투명한 대학이 앞장서고 있지만, 시행이 되고 나면 결국 수많은 비리 사학이 이것을 악용하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사립대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학 재단의 투명성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 사립대 재정문제를 기부금 입학으로 풀려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반 기업이 대학 건물 지어 주는 것에 세제 혜택을 준다든지, 기업 재산의 일정 정도를 교육비로 확보하는 것을 강제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대학 재정 증대를 모색해볼 수도 있다.
그리고 설사 기부금 입학이 시행된다고 해도 그 돈이 학교 예산에서 얼마나 차지할 수 있겠는가. 실질적으로 대학 재정을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대학생신문 133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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