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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을 방문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최열 환경연 사무총장으로부터 새만금사업 관련자료가 봉안된 타임캡슐의 조개무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2001 김달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처음으로 시민단체를 직접 방문했다. 이총재는 6월 3일 오전 11시30분 환경운동연합을 방문해 단체 임원들과 1시간여 동안 간담회를 갖고 오찬도 함께 했다.

'보수당'이라는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감안할 때, 또 총선연대의 활동을 "현정권의 홍위병"이라고까지 비판하며 시민단체와 거리를 유지하던 이총재가 환경연합을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현안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관련 단체들을 방문하거나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론은 이총재의 시민단체 방문이 지난해 4.13 총선당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으로 악화된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환경연합 사무실에 도착한 이총재는 최열 환경연합 사무총장의 안내로 생태교육관과 사무실을 둘러보고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발전시설을 견학했다. 이 자리에서 이총재는 대안에너지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다며, 환경센터의 에너지 자립형 모델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환경연합의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를 둘러보고 있는 이회창 총재. ⓒ 2001 김달수
환경연합 앞마당에서 서주원 환경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는 11시45분께부터 시작됐다. 이번 간담회에 환경연합에서는 윤준하 중집위 의장과 최열 사무총장, 중집위원인 수경스님, 이시재 정책위원장, 고철환 교수, 지도위원인 임옥상 화백, 여영학 변호사, 양장일 사무처장과 팀장들이 배석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장 총재를 비롯해 김무성 총재비서실장, 권철현 대변인, 김영춘 의원, 김원웅 의원, 박혁규 의원, 오세훈 의원, 윤여준 의원, 전재희 의원, 정인봉 의원을 비롯한 당직자 등 20여명 가까이 참석했다.

윤준하 환경연합 중집위 의장은 환영사를 통해 "정치활동과 환경운동은 미래에 가치 중심을 둔다는 면에서 비슷하지만, 정치활동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는데 환경운동과 생명운동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정치나 환경운동을 잘못하면 미래세대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가 밝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는 답사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8만8000여명의 회원과 49개 지역 조직을 가진 아시아 최대의 시민단체로 성장한데 놀랐다"고 인사한 뒤 "그동안 우리의 지향가치가 민주주의와 인권이었다면 앞으로는 환경문제도 추가되어야 한다"며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총재는 또 "정치권 특히 야당이 그동안 환경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고민해보았는지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고백을 한다"면서 "환경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번 간담회를 통해 환경단체와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방문의 계기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열 환경연합 사무총장은 "야당총재가 환경운동연합을 방문한 것은 25년 역사상 처음인 것 같다"면서 "한나라당도 환경문제 해결 특히 새만금간척사업의 중단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환경문제는 예측하지 못하는 사안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정치인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환경단체가 더 자주 만나 토론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간담회가 시작되자 환경연합 임원들의 비판적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특히 새만금사업 강행이 사회이슈로 부각되어 있는 상황을 반영하듯 발언 내용도 새만금사업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맨 처음 마이크를 잡은 고철환 서울대 교수는 환경문제와 갯벌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새만금사업은 환경파괴사업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갯벌간척을 주요업무로 하는 농림부의 주무부처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시재 환경연합 정책위원장은 "새만금사업이 강행되는 것을 보면서 이나라 민주주의의 위기와 말이 통하지 않는 사회의 답답함을 느낀다"며 정부의 새만금사업 강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새만금사업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이 자신이 없는 것 같다"면서 "환경연합과 한나라당이 새만금사업을 비롯해 대규모 국책사업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정책워크숍을 개최하자"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임옥상 화백은 다소 격양된 어조로 이총재를 실날하게 비판했다. 그는 "어떤 정책이 맞냐 틀리냐를 따지기전에 정치인들은 직접 현장에 가서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배워야 한다"고 말을 꺼낸 뒤 "이총재가 뚜렷한 입장이 없이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며 "환경문제나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내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여러분이 실망하지 않는 방향으로 우리 입장을 정하겠다" ⓒ 2001 김달수
환경연합 임원들의 발언이 끝난 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정당은 표를 먹고사는 집단"이라며 지역문제가 걸린 새만금사업 접근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권대변인은 그러나 "새만금에 대해 우리 당은 3번 언급했는데 두번은 강하게 비판했고, 새만금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전라북도지부의 엄청난 항의와 반발이 제기된다"며 지난 25일 새만금 강행이 발표될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실에서 낸 논평을 낭독했다.

마지막으로 이총재는 "오늘 표를 얻기 위해 또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라 여러분의 의견을 듣기 위해 온 것"이라며 "이제 개발은 환경친화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새만금사업의 경우 전라북도 주민들은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환경단체도 이들을 설득하는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총재는 또 "어디에 가나 딱부러진 약속은 하지 않는데, 약속을 못 지키면 그것이 바로 신뢰성의 상실과 정치불신으로 이어진다"면서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여러분이 실망하지 않는 방향으로 우리 입장을 정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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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대 고양시의원을 지냈으며, 현재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전략홍보국장으로 일하다,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장을 거쳐, 2010년 7월부터 경기도의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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