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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삼례에 위치한 우석대 학교 당국이 청와대 신문고를 통해 학교의 장애인 교육권 현실을 폭로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을 올린 학생에 대해 담당 지도교수와 함께 불러서 그 사실을 검증해줄 것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올려진 글은 올해 처음으로 입학이 허용된 휠체어 장애인 학우의 교육권 보장을 촉구한 내용의 글이었고 글을 올린 학생은 다름 아닌 우석대 유아특수교육학과 학생회장 정지선 양이다.

우석대는 96년부터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장애인들이 입학하기 시작해서 2002학년도까지 30여명이 재학 중에 있는데 작년에 전국적으로 터진 입학거부 사건으로 입학 과정에서 중증 장애인을 배제하는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올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 신입생이 2명 특수 교육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러자 장애인 학생 복지연합회라는 장애 학우의 자치 기구와 유아 특수교육과, 특수교육과와 같은 장애 관련 학과, 지렛대 등 중앙동아리들이 모여 우석대 교육권 확보를 위한 비상대책기구(이하 비대위)를 지난 3월에 발족, 그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건물에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선배들의 활동들이 있어 왔다.

정지선 양은 유아특수교육학과 학생회장뿐 아니라 전국 15개 특수교육과가 모인 전국특수교육과학생회 연합 전국의장도 맡고 있으면서 이런 우석대 내 장애인 교육권 문제를 전국적으로 알려내는 역할을 맡아 왔다.

얼마 전 학교를 상대로 교육권 소송을 낸 숭실대 박지주 지원연대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장애인 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에서 벌이는 '무장애 대학 만들기'에도 열성적으로 동참했었다.

그러나 우석대 학교 당국은 이러한 학생들의 요구를 예산상의 이유로 번번히 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대위 학생들이 참다못해 청와대 신문고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

이에 며칠 전 청와대로부터 지선양의 게시판 내용을 포함하여 개선 여부를 처리해줄 것을 공식 공문으로 보내왔다.

학교 관계자는 17일 오후 4시경 정지선 양과 지도교수를 부른 자리에서 정지선 양에게 신문고에 올린 우석대의 장애인 교육권 현실 비판에 대한 사실 여부를 검증해줄 것과 구체적인 개선 요구를 문서화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학교 태도에 대해 일부 장애 학생들은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위한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학교 당국의 정치적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비대위 학생들이 이미 3월 초에 전문가를 직접 초빙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필요한 건물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벌여, '편의시설 설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얻어 학교와 협상에 나섰으나 학교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내년으로 사업을 미루어 왔다.

그런데 또 다시 학생들에게 같은 과정의 반복을 요구하는 것은 단지 청와대 지시에 대해 그 책임을 피해보려는 면피성 행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정지선 양과의 면담 과정에서 "이 일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학교가 징계등 불이익을 당한다"면서 검증 자료를 빠리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정지선 양은 기말 고사를 이유로 곤란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장애인 교육권 보장의 청와대 지시는 지난 99년 한양대에 재학 중인 안형진 학생의 요구로 학교 예산 2억원이 배정된 것에 이어 공식적으로는 이번이 두 번째이다.

그런데 한양대와는 달리 우석대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우석대에 다니고 있는 한 장애인은 "2002학년도 중증 장애인 입학이 특수교육과 등 일부로 제한 되었던 것이 내년에 대폭 다른 과로 확대되는 것을 앞두고 봇물처럼 터져나올 장애 학생들의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평가했다.

정지선 양이 청와대 신문고에 글을 올리게 된 것은 이번에 입학한 장애 학우 여학생이 주로 수업을 듣는 건물에 승강기가 없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오르다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병원에 입원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또한 비대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학교가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 3월 비대위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복지 요구안까지 포기해가며 적극적으로 가담해 결국 등록금을 동결시켰고, 4월에는 전국특수교육과출범식을 우석대에서 개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그런데 작년까지만 해도 우석대는 장애 학생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로 널리 알려져 있을 뿐더러 96년 9월에는 장애인들의 자치 기구인 장애학생복지연합회를 총학생회와 동급으로 인정해주었고 일반 학생들에 장애 학생들에 대한 자원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좋은 관계가 실질적인 장애인 교육 환경 투자가 필요한 중증 장애인이 입학하기 시작하자 깨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 정점에 바로 정지선 양이 놓여 있다는 것.

이런 분석은 장애학생복지연합회 대표로 장애인인 비대위 위원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비대위에 참여하는 일개 단위 대표를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지도 교수와 함께 소환, 그 책임을 추궁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석대의 경우에도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장애인 교육환경 조성에 대한 정책적 접근보다는 그때 그때 장애 학생들의 불만들을 무마시키는 장애 학생에 대한 개인별 서비스나 지원에만 치중해 왔다.

따라서 그 동안 장애 학생들은 학교 당국에 불만은 많았으나 학교 당국으로부터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예산 편성이나 투자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정치적 저항 활동을 학내의 장애 학생에 대한 높은 인식과 여론에도 불구하고 벌이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 휠체어 장애인의 입학으로 일부 학생들이 장애인 교육권과 관련한 학교에 대한 정치적 저항에 움직임을 보이자 학교 당국이 이런 분위기의 확산을 미연에 차단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것.

우석대도 다른 여러 사립대와 같이 설립자 혈족에 의한 족벌운영과 기금 유용, 낙하산 인사 등으로 등록금 투쟁과 더불어 학내 분규를 겪어 왔었다.

실재로 학내 분규로 실추된 학교 이미지를 장애인 특별전형 등으로 제고하려는 우석대의 이른바 도덕 마켓팅의 의도를 취재 과정에서 엿볼 수 있었는데, 중증 장애인의 입학으로 대규모 예산 투입 요구에 대해 입학 업무 책임자에게 입장을 묻자, "이렇게 되면 중증 장애인 입학허용을 재검토하든지, 아니면 학교가 교육 환경이 미비하다는 것을 사건에 고지할 수밖에 없다"해서 장애인 교육권에 대한 학교의 낮은 인식 수준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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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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