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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근 지역별로 집회 규모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서울의 사대문 안 등 주요 도심지에서는 집회 참가 인원을 최대 500명으로 제한하고, 사대문 안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집회 참가 인원을 1000명까지만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경우 그 피해가 극심하기 때문에 시민의 생계 보장 등을 위해 지역별로 집회참가 인원 등 집회 규모를 제한하는 쪽으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것인데, 한 마디로 이 땅에서 시위 그 자체를 말살해 버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

사전적인 의미를 통해 볼 때 시위란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 보이는 행위다. 여기에서 말하는 위력이나 기세란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많이 모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게 마련이며, 이 때문에 시위를 기획하는 측에서는 어떻게건 참여 인원을 최대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게 일반적이다.

시위 현장에서의 시위 참여 인원이야말로 해당 시위의 이슈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이나 바람 등을 그대로 나타내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고, 시위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이 시민의 생계 보장 등을 이유로 법을 이용해 집회 규모를 제한하겠다는 것은 시위 그 자체를 말살해 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참가 인원 등 규모를 통해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보이는 행위인 시위에 500~1000명 이내라는 족쇄를 채우는 것인 만큼 제대로 된 시위를 펼칠 수가 없고,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시위라는 행위의 특성상 인원 제한이 있을 경우 어지간한 시위는 모두 이 인원 제한 법조항에 저촉되는 불법 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이래서야 이슈에 걸맞는 위력이나 기세를 떨쳐보일 수 있는 제대로 된 시위를 전개할 수가 없고, 인원 문제 때문에 걸핏하면 불법 시위로 내몰려 공권력에 의해 제지를 당하기 딱 알맞다.

물론 대규모 시위대가 움직이다 보면 인근 상가라든가 행인 등이 여러가지로 피해를 보기 쉽고, 이 같은 피해는 최대한 방지할 필요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집회 규모를 제한하는 법 따위는 적절하지 못하다.

오히려 시위 현장 주변 상가나 행인 등에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입히게 마련인 시위대와 경찰간의 물리적 충돌을 최대한 자제하는 한층 성숙된 시위 문화 형성이라든가, 어느 누구라도 언젠가는 자신이 당한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시위대의 일원으로 나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모든 사람들이 시위 행위에 대해 한층 너그러운 마음을 가짐으로써 전 사회적으로 시위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히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이 땅을 지배하고 있을 무렵 시위대라는 말은 곧 빨갱이라는 말과 거의 동일시되다시피 했다. 그런만큼 국가적으로 사람들이 떼로 모이거나 몰려다니는 집회와 시위라는 행위 자체를 매우 금기시 했었다.

이 같은 금기에 정면으로 대항해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감옥살이 등 모진 고초를 치루었으며, 그 같은 희생을 딛고 현재 정도의 집회 결사 및 의사 표현의 자유를 우리는 누리고 있다.

그런데 검찰의 이번 시위 참가 인원 제한 운운하는 발상은 바로 과거 독재정권이 보여준 바 있는 시위라는 행위에 대한 지극히 부정적인 인식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혹 검찰에서는 지금 시위라는 사회 구성원들의 행위가 국가 발전과 사회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반국가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행위라고 믿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시민의 생계 보장 등도 중요하지만, 이를 핑계로 헌법에 보장된 집회 결사 및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 드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민의 생계 보장 등을 핑계로 이 땅에서의 시위 행위에 족쇄를 채우려 드는 검찰의 최근 움직임은 따라서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관련기사-"검찰, '집회인원 제한' 방안 추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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