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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이화여대에서 열렸던 "대중음악에서의 표현의 자유,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화연대 공개토론회에는 많은 학생들과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박진영이라는 가수와 그가 내놓은 새 앨범 '게임(놀이)' 때문일까.
그의 앨범에는 성을 주제로 한 노래가 9곡이 들어 있고, 이 노래들은 성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독교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최근 이 음반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섹스를 선동하고 있다"며 비판성명을 냈고, 그의 노래 대여섯 곡은 공중파 방송3사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기윤실과 박진영은 성에 관해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으나, 정작 토론회에는 기윤실측의 패널이 참석하지 않았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가수 박진영을 비롯, 이동연 문화연대 사무차장, 문화평론가 이재현 씨, 여성문화예술기획 이혜경 대표 등이 참석했다.
문화평론가 이재현 씨는 "중학교 2학년인 내 딸은 박진영의 노래가 '야하기'는커녕 '약하다'고 말했다"며 "박진영이라는 가수가 주는 섹시한 이미지 때문에 기윤실이 성적인 두려움을 갖고 그의 노래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여성문화예술기획의 이혜경 대표는 "0양과 B양 등 비디오가 유출된 여자 연예인들이 당당할 수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여자 박진영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여성들이 성에 관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이야기나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열린 이화여대 대학원 중강당이 채플실이었던 관계로, 커다란 초록색 십자가 아래에서 성문화를 이야기하는 패널들의 모습이 다소 아이러니컬했지만 그들의 토론은 진지했다. 특히 박진영은 기윤실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반박의견은 물론, 우리나라의 성문화가 "차라리 미국처럼 되었으면 좋겠다"며 평소 그가 생각하던 성문화와 섹스, 여성과 기성세대에 관한 솔직한 생각과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박진영이 제안하는 '게임(놀이)'은 어떤 것일까. 판은 이미 벌어졌고, 내기를 원한다면 자유로운 베팅도 가능하다. 당신은 기윤실과 박진영, 어느 쪽에 베팅을 하겠는가?
"심의는 필요하다"
내 앨범 '게임'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냐? 심의냐? 논란이 일고 있다. 나는 세 가지로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 나는 심의가 분명히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둘째, 그 대신 심의라는 것은 어느 한 쪽의 기준만으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심의를 만드는 사람 중에는 딴따라와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내 앨범이 심의를 받아야 한다면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심의를 받아야 한다.
나는 심의에 있어서 두 가지의 일관성을 제안한다. 하나는 시간을 초월하는 종적인 일관성이며, 다음은 다양한 문화매체를 아우르는 횡적인 일관성이다.
방송의 프라임 타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를 보라. '푸른 안개', '애인' 등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이 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들은 꼭 19세 이상의 시청자만을 타겟으로 하지 않는다. 온 가족들이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불륜을 본다. 그렇지만 심의에 걸리지 않는다.
'난 여자가 있는데'라는 내 노래는 불륜을 소재로 한다며 뮤직비디오가 19세 미만 방영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래서 11시 이후에만 방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노래 속 그 '여자'가 꼭 '아내'를 지칭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불륜이라고 할 수도 없다.
드라마에서는 입술에 키스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뮤직비디오에는 입술도 아니고 목에 키스하는 씬이 나올 뿐이다. 입술은 되고 목은 왜 안되나? 이처럼 우리나라의 심의는 드라마는 되는데, 음악은 안 되고, 영화는 되는데, 뭐는 안되고 식으로 전혀 일관성이 없어 창작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기윤실의 인격비방에 실망했다"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비판이라는 것은 내가 만든 창작물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기윤실의 비판태도에는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방의 인격과 인간성까지 비방하는 문화는 없어져야 한다.
기윤실이 내 앨범에 대해 "박진영의 성표현을 이해 못한다", "청소년건강에 나쁘다" 정도로 비판하는 것은 수긍할 수 있으나, "10대에게 사기를 친다", "앨범 팔아치우려고 성에 관한 음악을 만들었다"는 등 남의 속마음, 의도까지 비방하는 것은 성숙한 비판태도라고 볼 수 없다. 만약 내가 "기윤실도 이번 기회에 이름 팔아서 기부금 많이 받으려고 소란피우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면 그게 정당한 비판이겠는가.
구체적인 자료를 보면 알겠지만,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내 앨범이 논란을 일으키기 전과 후, 음반판매량에 큰 변화는 없다. 내가 '섹스'라는 소재 없으면 음반을 못 판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촛불'이라는 건전한 소재만으로도 앨범을 많이 팔았다. 기윤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청소년에 대한 이해'와 '현실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대중은 음반이 좋아야, 음악이 좋아야 앨범을 산다.
"내가 청소년에게 섹스를 선동한다구?"
청소년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앨범을 만든 것은 아니다. 최근 2년 동안 정말 섹스를 많이 했다. (결혼을 했으니까) 섹스를 많이 했고, 섹스가 좋았다. 키스도 좋고, 서로 살이 부딪히는 것도 좋고. 8년을 사랑한 여자와 3년을 기다려서 함께 하는 섹스는 정말 행복한 것이고, 그래서 이번 앨범에 섹스에 관한 내 생각을 담은 것이다.
나에게 섹스는 자연스러운 것이지 어색한 것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행복과 쾌락을 음반으로 표현한 것이 왜 저질이고 음란한가? 그럼 내가 아내와 함께 하는 섹스도 저질이고 음란한가?
만약 (노래를 부르는 가수인) 내가 청소년인데 섹스에 관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면 정말 문제가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내가 서른살이란 것을, 내가 결혼한 지 2년이 되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청소년에게 나는 아저씨다. 기윤실의 주장은 내 노래가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청소년이 부르면 자기 노래가 된다는 것이다.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청소년들이 내 노래를 듣고 배우는 것이 있다면 '나도 성인이 되고, 서른이 되면 (박진영처럼) 저렇게 (즐거운 섹스를) 해야지'하는 긍정적인 영향일 것이다.
"한국여자들은 왜 자연스럽게 키스하지 못할까?"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한국여자와 데이트를 할 때나, 내 아내와 데이트를 할 때 나에게는 소원이 있었다. 그것은 키스를 할 때 여자 손이 내 목 뒤로 올라오는 것이다. 키스할 때 여자들이 날 안아주고 도망가지 않는 게 소원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여자들은 키스를 할 때 도망을 간다. 나의 경우 첫 키스를 차에서 했는데, 키스를 10초 이상 해본 적이 없다. 차에서 키스를 할 때 여자친구가 자꾸 반대편 창문쪽으로 도망을 가서 내 허리가 너무 아팠다. 그러니 10초 이상을 할 수가 없었다. 서로 좋은 감정을 표현하는 키스를 하는데, 왜 도망을 가나?
한국여자들은 왜 자연스럽게 키스하지 못할까? 그 이유는 남자들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남자들은 키스할 때 도망가는 여자를 "내 여자친구 너무 순진해"하면서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한 첫날밤 처녀라는 이유만으로 남편에게 사랑받고... 그건 아니다.
"섹스는 놀이여야 한다!"
섹스는 놀이여야 한다. 재미있지 않으면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부남들 사이에서 '의무방어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한국 남자들은 아이를 갖기 위해, 맛있는 반찬을 먹기 위해 아내와 자는 것을 '의무방어전'이라는 권투용어를 사용한다.
사랑하는 부부와 애인 사이라면 섹스를 놀이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자주 하고 오래하며 서로 더 사랑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남자들은 섹스는 점잖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아내와 딸들에게는 점잖은 성문화를 가르치면서 순진하기를 강요하고, 정작 자신은 술집에서 난잡한 성을 즐긴다.
"미국의 성문화가 오히려 더 건전하다"
누군가 나의 성의식에 대해서 인터넷에 "박진영? (한국 성문화를) 미국처럼 만들려고 해?"라는 말을 적어놓았다.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성문화가 미국보다 더 건강하고 건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오히려 성적으로 미국이 더 건강하다.
미국에는 500만 명이라는 접대부도 없으며 남자들도 술집에 가서 난잡한 성을 즐기지 않는다. 아내와의 관계가 소원한 사람이 있으면 한국 남자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새끼쳐!(바람피라는 의미)"라는 말을 한다. 내가 아는 미국인 친구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전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나는 부부 사이에 쾌락을 즐기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차라리 우리의 성문화가 미국을 닮고 미국처럼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부부와 애인 사이에 필요한 것은 쾌락을 쫓는 즐겁고 아름다운 난잡한 섹스다.
"'성인식'이라는 노래는 기윤실의 '권장가요'이어야 한다"
기윤실은 '성인식'이라는 노래가 청소년들에게 성관계를 조장한 노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용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성인식'은 힘들어하면서도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남자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여자에 관한 노래다. 즉,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섹스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참으라는 노래를 도대체 왜 반대하는가? 오히려 기윤실이 '권장가요'로 지정해서 배포해야 하는 노래가 아닌가?
내 노래의 메시지는 성인이 된 후에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전부다. 기윤실은 가사(歌辭)에 그런 내용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방문에서 침대까지'의 노래 가사에,
- 방문에서 침대까지 안아주고 싶어 (단 스무살 이후에)
침대에서 바닥까지 떨어지고 싶어 (단 스무살 이후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입맞추고 싶어 (단 스무살 이후에)
라는 식으로 '단 스무살 이후에'라는 문장을 모든 노래에 붙일 수는 없다. 성인이 된 후에 하라는 메시지는 내 노래를 듣는 청소년들에게 이미 전달이 되었을 것이다.
"기성세대들의 이중적인 가치관이 가장 문제"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한국의 남자들과 기성세대들에게 필요한 것은 점잖게 위선을 떠는 것이 아니라 쾌락에 솔직하자는 것이다.
영화 <초콜릿>을 보면서 극중의 '시장(市長)'이 꼭 한국 기성세대들의 대표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적이고 위선을 떨고,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는 초콜릿을 마구 먹어대는 시장의 모습, 그게 바로 한국의 성문화다. 앞에서는 점잖은 척, 집에서는 순결을 강요하고, 뒤로는 술집에 가서 난잡한 성을 즐기는.
0양, B양의 경우, 그들의 섹스비디오가 퍼지자 그들은 매장 당했다. 즐겁게 쾌락을 즐기고 그것을 비디오로 찍은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아마도 청소년들은 "비디오를 찍는 것이 나쁜 거구나", "절대 찍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비디오를 찍은 것이 나쁜 게 아니고, 0양, B양이 죄인도 아니다. 나쁜 것은 그 비디오를 훔쳐가고, 배포하고, 보고 즐기는 것이며, 죄인은 그것을 훔치고, 배포하고, 보고 즐긴 사람들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이런 이중적인 가치관으로부터 한국사회가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것이다.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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