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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외침이 2001년 서울 한복판에서 짓밟히고 있다.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인권 항목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인 노동조합 결성의 권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에서 법과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한다면 의사소통이 아예 불가능할 것이다.
불법과 폭력이 판칠 것은 뻔한 일이요,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라는 원망이 용솟음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러하다.
5백여 레미콘기사들이 96일째 파업중이다. 그들과 수많은 가족들이 외치는 요구는 당황스럽게도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레미콘노조는 지난해 9월 영등포구청에서 설립필증을 받았고, 지노위, 중노위로부터 합법 노조임을 인정받았으며, 올 4월 인천지법이 노조활동의 적법성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레미콘업체들은 '노조 절대 불가'라는 빗장을 지르고 이 모든 절차와 결정을 깡그리 무시해왔다.
특히 레미콘연합회 회장이자 유진기업 대표이사인 유재필은 해고와 무더기 소송, 심지어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 행사로 노조 죽이기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공권력이 지목하고 처벌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는 자명하다. 노동부는 레미콘업체를 상대로 한 100여 건의 부당노동행위 중 50건 이상이 기소됐다고 밝혔다. 또한 유재필 등에 대해서는 구속품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 한 명의 레미콘 사업주도 처벌받지 않았다.
오히려 벌어진 건 정반대의 상황이다. 구속당한 건 용역깡패에게 폭행 당한 노동자요, 도끼와 해머로 강제해산 당한 것도 노동자요, 신고된 인원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회를 한다는 이유로 연행된 사람도 다름 아닌 노동자다.
레미콘파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 같은 일들은 정부가 1등 시민과 2등 시민을 구분하여 따로 법을 적용하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오죽하면 레미콘노조의 법적 자문을 맡아온 변호사가 '다른 방법이 없다'며 한 여름 노숙 단식농성에 나서게 되었겠는가.
법과 정의를 외면하고, 사주편들기에 나선 정부야말로 국민의 생존을 볼모로 파업을 벌이고 있는 장본인이다. 레미콘노조는 레미콘기사들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이며, 건설업계의 부당한 관행을 개혁할 수 있는 장치이다. 이를 보장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야 현 정부는 기본적인 민주주의와 인권의 토대를 부식시킬 불량레미콘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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