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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한 두 번쯤은 아이들을 때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행위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가 내 자식에게 사랑의 매를 댄 것 갖고 웬 호들갑이냐는 식의 반응이었지만 이젠 매스컴 덕택(?)으로 이같은 일이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아동학대죄'로 고발된다는 것쯤은 상식에 속한다.

아직도 가족주의를 내세워 '내 자식 내 맘대로'라는 의식이 팽배한 우리나라도 뒤늦게나마 법으로 아이들을 학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지만 처벌조항이 미비해 없느니만 못하다는 혹평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문제는 여기서 장황하게 거론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외로 치고 7월 13일부터 시행된 개정된 아동복지법 제2조 제4호에 명시된 아동학대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이 땅의 부모들이 한번쯤 곱씹어 보길 권하며 이 책 <학대받는 아이들>(보리 펴냄)을 살펴본다.

아이들 고백글의 생생한 증언

"아동학대라 함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하여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을 말한다."

<살아있는 글쓰기>(보리)로 유명한 이호철 교사가 자기가 가르치던 반 아이들에게 '맺힌 마음 푸는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받은 아이들의 고백글을 중심으로 엮은 이 책을 보고 내가 우선 놀란 것은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학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가끔 텔레비전 같은 대중매체에서 고발하는 사례를 보고 '저런 망할x들'이라고 핏대를 올리던 우리들 대부분이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우리는 글쓴이 이호철 교사가 지적하는 것처럼 아주 혹독한 짓으로 아이를 학대하는 행위만 학대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서학대 같은 것도 엄연한 학대다. 욕설이나 가볍게 던지는 말로 아이에게 모멸감을 주거나 마음의 상처를 남기는 것도 학대고, 부모의 욕심으로 지나치게 명령하고 간섭하고 통제해서 아이를 아이답게 자라지 못하게 하거나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학대란다.

학교에서 쓴 <엄마>라는 시를 보고 '쓸 건 쓰고 안 쓸 건 안 써야지'하며 야단을 친 엄마도, 딸 아이의 일기장을 몰래 본 아빠도 아이를 학대한 것만은 분명하다.
앞의 아이는 글 쓰는 것이 무섭다고 느꼈고, 뒤의 아이는 정말 기분이 나빴다고 말하는 데서 분명 정서적으로 아이들을 괴롭힌 것이다.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 부모 가운데 매를 든 적이 있는 부모 74.6%, 아동학대 발생률 43.7%라는 통계가 보여주듯 아이들은 고달프게 자란다.

어떻게 내 집에서 내 가족으로부터 이처럼 학대받고 있는지 기가 막히지만 정작 어른들은 이같은 사실을 모른다.
"그러다 나는 꾹 참고 학교에 갔다. 정말 지긋지긋한 이 집에서 내가 먼저 나가고 싶었다. 학교에 가니 아이들 모두 즐겁게 놀았다. 나는 너무나 슬펐다. 하루 종일 힘도 없고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무심코가 빚은 어처구니 없는 학대

우리는 이 책을 아이들의 학대가 정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따위의 것들을 얻으려 하기 전에 도대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학대받고 있는지를 그 현실을 알기 위해 먼저 읽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벌이는 부부싸움에도 아이들은 깊은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당신은 오늘부터 부부싸움도 시간과 장소를 가려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끼리의 싸움도 그들 스스로 풀 수 있음에도 억지로 부모 자격으로 끼어 들어 권위를 내세우거나 종교문제나 외모, 성격 등 아이들이 학대받을 수 있는 요소들은 우리들 생활 주변에 널려있다.

무심코 던진 돌이 연못 속의 개구리 생명을 쥐락펴락하듯 어른들이 무심코 저지르는 행위에 의해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는 피멍이 들어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앙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 아이도 다른 아이의 목소리를 빌려 울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이 책은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한다며 변산공동체학교 윤구병 교장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질병의 원인이 되었을 내상(內傷, trauma)을 아이들 스스로 기억해 드러내게 해 이끌어주는 '치료의 마술사'라고 평가한다.

그렇다. 이 책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다 인간적으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각과 꿈을 아는 것만이 최선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어른들의 잘못된 아이들 알기에 대해 바로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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