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3월 숭실대의 한 '성깔'하는 장애 여성이 학교를 상대로 장애인을 위한 교육 환경을 갖추지 않아 학습권을 훼손 당했다며 학교를 상대로 손해 배상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고소장에 대한 학교측 답변이 두 번 진행된 가운데 지난 6월 말, 그 답변을 공개한 기자에게 숭실대를 다니다 휴학중인 장애학생 한 명이 그 답변 내용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보내왔다. 기사화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박지주 씨보다 '성깔'도 없었고 숭실대 말마따나 착하디 착한 학생이 큰 용기를 내어 아니 분노에 겨워 보내온 내용이었다. 메일을 보내온 이는 숭실대 영어영문학부 휴학중인 이강미(지체장애 2급 목발) 씨이다.

여기에 그 전문을 공개한다. 장애인 입학을 스스로 특혜라고 평가하는 진리와 자유의 대학교를 우리는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를 독자 여러분들이 결론 내려 주시기를...

저는 숭실대 영어영문학부 1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인 이강미라고 합니다.

숭실대에서 보내온 제 2차 답변내용(편의시설 내역)에는 숭실대가 장애인 학생들을 얼마나 배려하지 않는가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숭실대 답변서에 나온 것처럼 편의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다면 전 지금 휴학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1학년때에 한 학기를 다니다가 개인 사정(수술을 받음)으로 1년을 휴학했고, 그 다음해에 가을에 복학을 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복학하여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수강신청을 할 때도 강의실이 어느 곳에 몇층인가 확인해보고 제가 빨리 갈 수 있는 곳과 저층인 곳을 택해야했습니다.(수업의 대부분은 인문관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듣고 싶었던 수업들은 모두 고층 아니면 제가 수업을 듣는 인문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어야했습니다. 한번은 길건너편에 있는 컴퓨터 공학과 건물에서 맘에 드는 수업이 있었는데 차마 1학기 동안 다닐 생각을 하니 수강 등록을 할 수 없더군요.

남들과 똑같은 등록금을 내면서 맘에 드는 강의를 듣지 못하는 것은 겪지 못한 사람은 아마도 헤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졸업 필수 과목은 또 다른 문제를 저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졸업필수이니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영어 회화 과목(part-2)의 경우 어학원 5층에서 강의를 하였는데 이 건물에는 승강기는커녕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조차 없었습니다.

사실 어떻게 1학년 1학기 때 영어회화(part-2)1을 들으러 다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더군요. 하긴 그 곳은 비장애 학우들에게도 올라다니기에도 힘든 곳으로 알려져 있지요.

제가 그 수업을 들으러 땀흘리면서 올라갈 때 모두들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더군요. 그렇게 영어회화2를 들으며 다니는 동안 정말 힘들어서 울어버렸습니다.

원래 아프던 다리도 더 아파졌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빠지게 되는 날도 많았습니다. 수업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더군요. 가끔씩은 몸이 불편해도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 몸이 이 수업으로 인해 전보다 더 나빠지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하루하루 빠지는 날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성적도 떨어지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도서관을 이용해 본 적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다른 건물들도 장애학생들에게 불편한데 도서관도 예외일 리가 없었습니다.

도서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 했지만 도서관에 한번 갔다오는 것두 정말 힘들었습니다. 도서관 입구에 보면 계단옆에 철로 만든 경사로가 있습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해보이는지 숭실대측은 아시는지 모르겠군요. 또 비오는 날에는 더 위험한 것을...

어느날 비가 그친 후 도서관에 가고 싶진 않았지만 꼭 빌려야 될 책이 있어서 빌리러 갔습니다. 비가 바로 그쳐서 그런지 그 철로 만든 경사로에 물이 묻어있더군요. 목발을 짚으며 조심스럽게 올라갔으나 저는 미끄러져 넘어질 뻔했습니다.

목발은 목발 아래가 고무로 되어 있어 물이 있는 곳에서 미끄러지기 아주 쉽답니다.

또 학교에는 매점이 있습니다. 그 매점이 어디 있는지 숭실대측은 잘 알 겁니다. 경사가 험한 오르막길 중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오르막길 목발짚으며 올라갈 때...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군요.

매점에 올라가는 계단. 그 계단은 또 얼마나 높은지 정말 생각이 있는건지 없는 건지... 이 예를 보면 숭실대측이 얼마나 안이하고 가볍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정말 학교에서 힘든 것을 나열하려니 끝이 없군요.

숭실대측은 부끄러워하고 학생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것은 반드시 자각하십시오. 날마다 힘들어지는 제 몸을 느끼며 저는 어느 곳에다 하소연할 곳이 없었습니다. 정말 학교에 정 다 떨어졌습니다.

이런 곳인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답변서에 이런 말이 써있더군요.

'이상과 같이 원고를 포함한 장애자들을 위하여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한 것이고, 이러한 특별배려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전 이글을 읽고 속에서 울컥하더군요. 교육받을 기회? 특별배려? 정말 그런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이 글을 보면 숭실대가 아니었으면 장애학생 너희들은 대학교육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숭실대였으니까 장애학생들에게 학교를 다니게 해준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전 지금 휴학을 했습니다. 학교에 다시 복학하기가 두렵습니다. 왜 학교는 우리 장애학생들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겁니까? 장애학생들의 입장에 서보십시오.

단 한번만이라도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여기에 언급된 숭실대 답변서 내용과 박지주측에서 보낸 반박문 등은 정리되는대로 기사화하도록 하겠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