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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 박종화, 정호승, 김해화...
열거된 네 사람의 공통점은 이들이 '시인'이라는 것, 그리고 가수 안치환이 그들의 아름다운 시를 노래한다는 것.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시, 그리고 시를 노래하는 안치환.
안치환은 80년대 중반 연세대학교 중앙 노래패인 '울림터' 활동을 기초로 노래패 '새벽'과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민중가요를 부르며 성장한 가수로 89년부터 솔로로 활동했다.
그는 저항과 자유, 인간과 사랑을 담은 음악으로 90년대의 포크음악을 대변해 왔으며 21세기의 시작을 '굿 럭(Good Luck)' 즉, 행운으로 가득히 열고 있다.
그의 일곱번 째 앨범 '굿 럭(Good Luck)'은 그의 여타 앨범에 비해 강력한 전류가 흐르는 느낌을 준다. 좀더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담은 가사와 남성적 힘이 가득 묻어 나오는 거친 락의 리듬이 귀를 울린다.
첫번째 곡인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는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에 이어 시인 정지원과 함께 호흡을 맞춘 곡으로 힘차게 쏟아지는 안치환의 보컬이 일품이다.
시인이자 작곡가인 박종화 씨의 시를 노래한 '우물 안 개구리'는 순간의 시대에 살고 있는 개인이 삶을 성찰하는 노래로 도입부에서 전개되는 안치환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중반부의 전자기타 소리와 맞물려 산다는 것의 차디찬 의미를 전해주는 데 손색이 없다.
안치환, 그에게도 슬럼프가 있을까? 노래 '슬럼프'는 안치환이 직접 작사작곡한 것으로 평소 그의 노래에 대한 믿음이 배어나는 노래이다.
'위하여'라는 곡은 35세, 84학번, 64년생인 안치환이 본인과 같은 386세대들에게 건네는 희망의 노래이다. 속도경쟁을 강요받는 세상에서 80년대의 상징이었던 저항과 낭만의 문화를 잃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한 잔의 술을 건네는 노래.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돋보인다.
통일에 관한 그의 소망이 들어있는 노래 '철망 앞에서'와 '동행'도 좋다. '수선화에게'라는 노래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존재의 외로움에 관한 노래.
마지막 곡인 '매향리의 봄'은 'Wind of Change'에서 듣던 부드러운 휘파람소리에 이어 파괴의 음을 두드리는 드럼과 기타소리가 이어지는, 한국의 역사를 말해주는 곡. 80년대 민중가요에서 느낄 수 있었던 노랫말과 리듬이 강하게 풍겨오는 노래이다.
전체적으로 심오한 가사에 강한 비트와 락의 리듬이 어우러져 대중적인 느낌은 떨어지지만, 안치환의 15년 음악인생을 결산하는 이번 앨범 '굿 럭(Good Luck)'은 사람들과 사회, 그리고 세상을 향한 그의 믿음과 희망이 묻어나는 수작이다. (총 15곡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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