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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칠해진 공연장 안에 내린 옅은 어둠.

비좁은 자리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이 바닥에 주저앉은 있고 네온싸인 조명등의 불빛아래 넘실대는 담배연기가 아른거린다.

그 관객들 앞으로 연주에 몰입한 밴드원들이 보이고 그들 등 뒤의 기둥에 백묵으로 정성껏 그려진 한 청년의 초상화가 시선을 붙잡는다.

바로 오늘 제주시청 골목 '즐거운 樂'에서 펼쳐진 '故 김지훈씨 추모공연'의 모습이다.

고인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지도 어언 3년. 안타까운일 이지만 차즘차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고인에 대한 기억들이 아련해져 갈 무렵이 아닐수 없다. 때문에 이날 공연은 고인의 동기와 선배들이 남모르는 '어려움'을 딛고 이루어낸 성과인 만큼 더욱 뜻깊었다.

이날 공연의 오프닝을 연 밴드는 'accent'의 a팀. 지훈군과 같은 학번의 밴드원들의 주축으로 구성된 이 밴드에는 바로 오늘의 추모공연을 위해 '10여일'간의 지옥훈련을 마쳤다는 고인의 동생 '김세언'군이 형과 같은 포지션에 '베이스'에 서 있었다. 갓 배운 기타에 형을 위한 부담감이 적지 않아 보였지만 마지막까지 단 한번도 실수하지 않고 연주를 끝낸 '세언'군의 모습은 형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동생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엄숙해야할 추모라는 단어와 격렬한 락공연은 언뜻보기에 너무 동떨어져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최고의 슬픔'은 '최고의 기쁨'과 상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쩌면 이날 공연하는 팀들은 '즐거운'연주를 통해서 분명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 함께 하리라 믿는 아니 분명 함께하는 친구에게 '애도'와 식지 않는 '우정'을 보여주고자 하는듯 했다.

a팀의 공연이 끝나고 다음 무대에선 팀은 도내 유수의 인디밴드 '전기쓰레빠'.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도내 최고의 인디밴드중 한팀이지만 고인이 함께 할 당시만 해도 '음악'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밴드를 조직했던 '풋내기'들이었다. 때문에 함께 연습하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면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에게 고인에 대한 추억은 남다를 수밖에 없는듯 했다.

이런 그들이기에 '고별공연'을 하루앞둔 경황없는 상황중에서도 오늘의 추모공연을 위해 서슴없이 시간을 냈고 또한 이날 공연에는 특히 '작곡'에도 재주가 있던 고인이 생전에 작곡했던 곡이 연주되었고 '전기쓰레빠'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곡중에도 고인이 직접 작곡한 곡들이 많아 고인의 비극이 인디음악계에서도 얼마나 뼈아픈 손실인지를 절감케 했다.

그렇게 가벼운 그러나 헤프지는 않은 전기쓰레빠의 찬초출연이 끝나고 엑센트 'b'팀이 무대를 넘겨받았다. 이 b팀의 맴버전원은 지훈군과 대학교 입학 동기였고 함께 1년 이상을 밴드활동을 했던 사이라 역시 맨트 구석구석에서 고인과 관련된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났다. 특히 이 밴드의 보컬인 '채동원'씨는 고인과 처음 대면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고인을 '순수'와 '순진' 그리고 '열정'이라는 3단어로 정의하면서 영원한 자신의 맘속의 '영웅'이라 칭송하여 한층더 공연장의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이렇게 공연이 쉴새없이 진행되는 사이 한사람 두사람 모여들기 시작한 관객들로 공연장은 발디딜틈 없이 가득찼고 어머니와 형제자매들도 자리를 함께하여 이날 행사를 더욱더 빛내주었다. 시간관계상 기자는 끝까지 공연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보컬이 노래시작전 짤막하게 던진 이 한마디로 이날 공연을 정리할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훈아 사랑해~!"

덧붙이는 글 | 비운의 사고로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뜬 故 김지훈씨의 명복을 빕니다!

k.a.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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