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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자연에서 나는 매미 울음은 '노래소리'로 들리는 반면, 자동차 소음 등에 시달리는 도시에서는 '시끄런 소리'로 여겨 똑같은 매미 울음인데도 대조적이다.

특히 올 여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벌떼처럼 출현한 매미는 도시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공해로 더럽혀진 도시에 어떻게 매미가 나타날 수 있냐며 신기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골 매미가 이곳까지 와서 시끄럽게 우냐고 불평과 짜증을 늘어 놓는 도시인도 있다.

도시에만 살다 매미 울음소리를 처음 듣는 어린이 등은 도대체 저 소리가 무얼까 궁금해 하기도 한다. 또한 매미 소리에 친숙하지 못한 청소년 등은 도시 주택가 등에서 울어대는 매미 울음이 귀가 따가울 정도라며 소음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미울음 소음도가 70~80㏈로 도시 주택가 소음기준치 50~60㏈을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매미채에 얽힌 추억

매미는 비가 많이 내린 후 폭염이 이어지는 기후를 좋아한다. 전국적으로 비가 온 뒤 무더위가 계속되는 올 여름 기후는 매미 서식에 적합한 환경조건인 만큼 개체수가 급증, 도시에서도 매미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고 생물학자는 풀이하고 있다.

또 매미 울음소리는 대도시마다 꾸준한 '녹지공간 조성 확대' 행정 추진으로 곳곳에 밀집돼 있는 나무에 매미가 앉아 깃들 자연공간이 형성됐기 때문에 터져 나온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도시에 대거 출현한 매미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니 도시민들이 잠을 설치는 등 괴로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시골 매미는 무더운 여름날 낮에만 울고 밤에는 조용한데 도시 매미는 달라 혹시 다른 종류의 매미일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다같은 한국매미다. 일본, 대만 등의 저녁매미는 날씨가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물론 해가 질 무렵부터 완전히 컴컴해질 때까지 주로 우는 경향이 있지만 15종으로 알려진 한국 매미(아래 사진)는 자신의 체온이 일정 수치 이상 올라가야 울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기온이 높은 여름철 낮에 매미가 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밤에도 매미 울음 소리가 계속된다. 이는 가로등과 네온사인 등으로 도시의 밤이 낮처럼 밝아 매미가 밤낮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올여름 계속되고 있는 열대야 현상으로 밤기온이 낮처럼 올라가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필자는 어릴적 시골서도 매미 울음소리를 들어봤고 최근 대도시에서도 이 소리를 접해봤다. 어릴 때는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면 그 매미를 잡기 위해 매미채를 갖다대기 바빴다. 매미채가 없으면 소 꼬리털을 뽑아 만든 올가미에 긴막대기를 연결, 매미를 잡곤 했다.

매미는 두 눈이 달려 있지만 물체의 접근을 잘 모를 정도로 둔해 쉽게 잡혔던 기억이 난다. 나무에 살금살금 올라가 바로 옆에 가도 잘 모른다. 심지어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를 손바닥으로 덮쳐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동작이 느리다.

좌우간 어떤 방법으로 잡든 생포된 매미는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어떤 매미는 초등학교 여름방학 과제인 곤충채집용으로 박제된다. 이 경우 매미는 무조건 죽어야 한다. 학교 과제물을 해가야 하기 때문에 당시 매미는 곤충채집용으로 해마다 잡혀 죽어 나가야 했다. 매미는 채집곤충 1호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래 전부터 매미를 비롯한 곤충의 종족 보존을 위해 시골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주어진 곤충채집 방학과제물이 없어졌다. 학생들의 곤충채집을 통해 곤충과 '자연'(지금은 '과학'으로 교과목 명칭이 변경)을 체험적으로 가르치려 했던 교사들의 교육 방법이 바뀐 덕분에 수많은 매미가 목숨을 건졌고 이 매미가 도시로 진출한 것이 아닐까.


벙어리 매미를 아시나요?

동심으로 다시 돌아가자. 어린 마음은 매미를 가차없이 죽일 만큼 잔인하지 못하다. 동심은 살아 있는 매미와 함께 친구가 돼 같이 놀기를 원한다. 매미 다리를 실로 묶어 연결한 막대기를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같이 날아 움직이는 매미를 보면서 매미와 아이는 하나가 된다. 자연과 하나된 이 상태를 두고 '범아일여'(梵我一如)라 했던가.

아니 이같이 어려운 말도 모른 채 자연속에서 마냥 뛰어 놀았던 그 시절이 그립구나. 그러다가 매미 다리가 묶인 실이 풀리는 순간 매미는 다시 대자연으로 돌아가고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 엄마 곁에 누워 그 매미가 어디로 갔을까하고 생각하면서 소르륵 잠이 들곤 했다.

아이는 자라서 자신과 재미있게 놀았던 매미가 사람으로 말하면 '할아버지 시절의 매미'에 해당함을 알고 놀라게 된다.

'매미'란 이름은 '맴 맴 …'운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매미는 종(種)마다 제각기 울음소리가 다르다.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맴맴'은 참매미의 울음소리다. 수컷은 빈 뱃속을 울려 증폭된 소리로 크게 울 수 있지만 암컷은 울지 못한다. 산란을 하는 암컷 매미는 뱃속이 알을 낳는데 필요한 여러 기관들로 채워져 있어 소리를 내지 못해 '벙어리 매미'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매미가 울 때 자세히 들어보면 같은 나무에 있는 매미들은 함께 울기 시작했다가 울음을 그치는 시간도 비슷하다. 즉, 매미 울음 소리는 똑같이 시작했다 똑같이 마치는 합창인 만큼 크게 들리기 마련이다.

곤충학자에 따르면 수컷이 우는 주된 목적은 동종의 개체들을 불러 모으고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선 최고 큰 소리로 울어야 할 것이고 다른 수컷의 소리에 지지 않기 위해 서로 더 크게 동시에 울어대는 매미들의 합창은 곤충 세계의 '세레나데'인 것이다.


7~30일을 울기 위해 5~17년을 땅속에 묻혀 있어야 하는 매미의 운명

수컷 매미의 <한여름의 세레나데>가 <한여름밤의 꿈>의 결혼행진곡으로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매미는 짧게는 7일 안에 암컷을 만나야 한다. 참매미가 울 수 있는 기간은 7~30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매미는 알에서 태어나 성장, 성충이 된 후 죽을 때까지 수명이 얼마 되지 않는다. 처음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땅 속에서 생활하는데 그 속에서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 먹으며 허물을 벗고 어른 매미가 될 때까지 5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북아메리카에 있는 매미는 17년이나 그렇게 땅 속에서 생활한다는 보고서가 있다.

따라서 지금 울음소리를 내는 매미는 벌써 수년전 태어난 것으로 봐야한다. '7~30일을 울기 위해 5~17년을 땅속에 묻혀 있어야 하는 매미의 운명'을 한번 생각해 보자. 매미가 우는 것은 매미의 일생 가운데 가장 화려한 시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수컷 매미는 이 시기에 암컷에게 씨를 뿌리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울어야 한다. 이는 종족 번식의 본능에서 오는 소리요, '자연의 소리'인 것이다.

어릴 때 시골서 듣던 이 매미소리를 도시에서도 들을 수 있다니 도시의 삭막함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자동차 소리, 공장소리 등 소음에 시달리는 도시인들이 매미 우는 자연의 소리가 소음으로 들린다고 불평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실제로 한꺼번에 울어대는 매미소리는 귀에 따가울 정도로 시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도시인들이여, 매미 울음소리에 너무 짜증을 내지 말자. 이는 자신의 죽음을 바로 앞둔 매미가 뿜어내는 생명과 사랑의 절규이니 얼마나 절실한 소리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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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체 게바라의 금언처럼 삶의 현장 속 다양한 팩트가 인간의 이상과 공동선(共同善)으로 승화되는 나의 뉴스(OH M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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