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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긋불긋 선명한 색의 전통공예품들이 전시 판매되는 곳이 문을 열어 나주 시내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

개원 1주일도 안된 전통공예품 전시판매장 '예지원'은 형형색색의 탈, 인형, 노리개, 은장도 등 각종 장식용품들과 부채, 연필꽂이, 반짇고리, 보석함 등 생활용품들로 지나가는 지역민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10여평 남짓한 작은 공간, 환한 조명 아래서 '예지원' 운영자 이산(梨山) 이홍기(48) 씨가 수공으로 전통공예품들을 만들고 있다. 진열돼 있는 대부분의 전통공예품이 그의 손을 거쳐 나온 작품들이라고 한다.

서울 인사동에서 공방을 운영하다 나주지역에 전통 공예를 알리고자 고향을 찾아 내려왔다는 이 씨는 "나주는 예로부터 천년고도라 불릴 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문화적 가치가 높은 고장임에도 불구하고 전통공예품을 상시 전시하고 구입할 곳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며 30년 전에 떠난 고향을 다시 찾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우연히 들렀다는 지역민 김아무개(39. 영산동) 씨는 "한달 전 쯤 우체국에서 전통공예품 판매점을 묻는 캐나다인에게 변변히 답할 말이 없어 난처한 경험이 있는데 이 곳이 문을 열어 우리 지역을 찾는 외국인들을 안내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교육적으로 좋을 것 같다"고 반갑게 말했다.

원래 서각(書閣)이 전문인 이 씨는 10년 전 전통 한지 공예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매료돼 지금은 전통 한지공예를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한지 공예품의 문양으로 들어가는 민화 연구도 함께하고 있다.

닥나무로 만드는 한지는 빛깔이 은은하고 고상한 기품이 흐르며 소재가 가벼워 작은 공간에서 힘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서울 지역에서는 대중적으로 한지공예품이 인기를 끌고 있고, 취미생활로 한지공예를 배우는 주부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또한 작은 반짇고리나 연필꽂이에서부터 어린이 키 만한 장식장까지 만들 수 있는 등 그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고 조형미가 뛰어나 우리나라 전통공예품 중 외국인 선호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한다.

"구경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 중 이 씨가 공예품을 직접 만드는 것을 보고 배우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서울로 공급해 줘야 할 공예품 제작이 아직 끝나지 않아 당장은 힘들지만 11월부터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지공예품 제작 과정을 강습할 계획"이라고 말해 우리 지역 주민들에게서도 많은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 한지 공예품의 제작은 한지를 제단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한지는 여러 장의 한지를 붙여서 만든 두껍고 튼튼한 뼈대를 말하는데 그 제작과정이 너무 까다로와 요즘은 미리 제작된 합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다음은 제단한 한지로 형틀을 만들고 배접지로 빈틈이 없게 틈새를 꼼꼼히 막은 다음 초배지로 겉을 둘러싼다.

그런 다음 초배지 위에 문양을 오려 붙이거나 그림을 그려 넣어 공예품의 겉모양을 낸다. 다음은 녹말가루로 된 풀로 칠하고 말리기를 10회 이상 반복한다. 습기를 방지하고 한지를 단단하게 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공예품에 은은한 기운이 돌게끔 마감칠을 하고 나면 하나의 한지 공예품이 완성된다.

공예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꼬박 이틀동안 손이 가야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어려운 점이 있으나 소박하고 은은한 한국적인 미가 그대로 배어있는 전통 한지 공예의 높은 문화적 가치가 그 명맥을 꾸준히 이어가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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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에서 역사문화전문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정치, 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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