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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중동 사람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코란의 가르침에 따라 서구의 문명에 맞서는 이슬람 사람들. 종교적 신념과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도 우습게 여기는 과격한 테러주의자들이란 낙인은 과연 올바른 것이었을까?

이 책을 쓴 열 두 명의 학자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오히려 너무나 순박하며 절제된 삶과 도덕률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슬람이며 바로 이슬람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나 '하얀 풍선', '올리브 나무 사이로', '천국의 아이들'을 본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혹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지 않았느냐고.

이제까지 우리들이 보아왔고 익숙한 이슬람 사람들은 비행기를 납치하고 건물을 폭파하며 민간인에게도 거침없이 총격을 가하는 테러리스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 영화에 나오는 이슬람 사람들은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오히려 지루하리만큼 순박하고 순수해 보이지 않았던가 말이다.

지난주 벌어졌던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과 함께 또 다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슬람의 진짜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현지에서 장기간 공부했던 학자들의 객관적인 눈을 빌어 함께 들여다보자.

'한 손에 칼, 한 손에 꾸란'

지난해 이슬람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한 지인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연히 파키스탄 군인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들에게 있어 이슬람이라는 종교는 우리에게 있어 기독교, 불교와 같은 의미의 종교가 아니라고 말이다. 무슬림들에게 이슬람은 삶의 방식이며 존재의 이유,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견고한 철학이며 신앙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이런 정교일치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으면 이슬람에 대한 이해는 결국 왜곡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평생에 한 번은 성지순례를 해야 하고, 매일 시간에 맞춰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릴 만큼 철저하게 종교적 가르침을 따르는 그들. 우리 눈에는 맹목적인 신앙추종으로 비쳐질 그것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삶일 뿐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또 하나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꾸란'을 들고 자신들의 종교로 개종하지 않는 대상에게는 가차없이 죽음을 안겨주는 융통성 없고 무시무시한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지은이들은 이것이야말로 유태인들과 그들을 노골적으로 돕고 있는 서방국가들에 의해 악의적으로 조작된 낭설임을 지적한다. 이슬람은 한 번도 무력을 통해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했던 역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일신을 섬기는 여타 종교의 폐쇄성과 달리 합리적이며 융통성을 부릴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오해의 때를 씻어낸다.

철저하게 일상에 녹아든 종교적 신념이 문화적 사회적 신념과 체계로 확장되고 그 신념에 따라 살아왔던 모습이 다른 민족들의 눈에는 호전적이면서 전근대적이고 또한 무모한 종교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었다

이 책의 목적은 무조건적인 이슬람의 편들기나 이해가 아니다. 그 동안 서구의 시선에 밀려 정작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던 이슬람 세계를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지은이들이 바라본 이슬람은 결코 무서운 테러리스트도, 앞뒤 꽉 막힌 맹목적인 광신도들도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피가 흐르고 감정이 있는 오히려 더욱 순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일 뿐이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을 찾아온 여행객을 위해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상부상조하면서 종교적 가르침이 제시하는 절제된 삶과 도덕을 지켜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이슬람이었던 것이다.

전세계로 흩어졌던 유태인들이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방에 모여 이스라엘을 세우고 배타적인 시오니즘을 바탕으로 이슬람과 갈등하기 시작했을 때 노골적으로 그들의 편에 서서 지원했던 미국의 부도덕한 행동이야말로 합리적이고 포용력 있는 이슬람을 위험한 테러리스트요 미개한 야만인으로 바꿔놓은 장본인이라는 점도 이 책은 확인시켜준다.

따져보면 우리와 너무나 긴밀한 역학 관계에 놓여 있는 이슬람. 하지만 그들에 대한 우리의 이해와 연구는 초보적인 수준일 뿐이다. 그들의 유구한 역사로부터 시작해 지금 처해 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국제역학관계의 실마리, 그들의 삶과 사회, 가치관의 정체는 무엇인지 딱딱하지 않은 설명으로 12명의 학자들이 힘을 모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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