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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드>지가 취재한 미국의 신형 전투기 생산계획에 따르면, 향후 20년에 걸쳐 약 7500억 달러에 달하는 전투기 구매 예산이 잡혀 있다고 한다. 이 물량을 차지하기 위해 양대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목숨을 건 혈전을 벌이고 있다.

전투기 구입비만 7500억 달러다. 여기에 전투기를 10년간 보유하면 당초 전투기 값 만큼의 운영비가 들어간다. 따라서 20년간의 전투기 구매.운영비는 7500억불 x 3 이며, 2조2500억 달러에 이른다. 이것은 순전히 미국에만 한정된 금액이다. 영국이나 나토, 이스라엘, 한국에까지 팔게 될 경우 얼마나 엄청난 매출이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 외에 잠수함, 항공모함, 수송기, 정찰기, 전자장비 등등 해서 어마어마한 연방예산이 집행되도록 이미 결정이 돼 있다. 무슨 뜻인가? 굳이 전면전이 발생하지 않아도 기존 군사력의 유지 및 보수만으로 미국의 군수산업체는 수조달러의 매출이 보장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 테러전쟁에서 당장은 물량동원을 하고 있지만 테러전쟁의 속성상 실제로 걸프전 때 파월이 주창한 속전속결 공습작전은 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 스스로 군사력 외에 외교, 첩보, 금융을 망라한 종합 전술을 택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걸프전 때의 '파월 독트린'은 이번 경우와 전혀 맞지도 않고 오히려 동맹국의 반발만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높다.

제한적인 공습작전을 펼친다 해도 미국의 군수업체가 얻는 이득은 겨우 수백억 달러에 그칠 것이다. 그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 것 하나만 보고 전면전을 획책할 것이라고 결론 내리기엔 설득력이 너무 약하다. 더구나 미국의 산업구조가 2차대전 이후 제조업에서 서비스와 정보 및 금융산업 쪽으로 상전벽해를 이루었기 때문에 군수산업의 반짝 호황을 노리고 전쟁을 일으키다가는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저지를 수 있다. 미국 재계가 결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벌써 지난 주 내내 기세가 등등하던 주전론 대신 전쟁때문에 경기침체가 심화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수천명이 반전서명을 해 굳이 미대사관에 전달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가 걱정하는 전면전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좌파의 군산복합체 음모론은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더 이상 걸맞지 않다. 공화당 우파의 기독교 근본주의 세계관은 바뀌지 않는다 해도 이들이 신앙심에 눈이 멀어 당장의 이해관계도 계산 못할 만큼 우둔한 사람들이 아니다.

지난 주 미국 언론을 기세등등하게 장식한 험악한 주전론은 이번 사건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미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립서비스 성격이 짙고 실제로 작전에 들어가면 CNN화면의 화려한 불꽃놀이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의 매케인 상원의원이 사건이 난 다음 주에 TV에 출연해 이미 그런 것은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이런 속사정도 모르고 미국 언론의 보도보다 몇배는 더 확대해 '오늘내일 전쟁임박'을 외쳐대는 한국언론의 모습이 이래서 더욱 한심할 수 밖에 없다. 이 바람에 주가만 필요 이상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다.

우파가 발전하면 그에 맞추어 좌파도 새로운 세상에 들어맞는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야할 것이다. 언제까지 'JFK' 에나 어울릴 한물간 군산복합체 음모론 타령인가. 냉전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우파를 비난하기 전에 '냉전좌파'의 모습부터 검증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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