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낙엽들은 쌓이고 이리저리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더욱 더 외로운 계절. 햇빛보다는 바람이 더 많은 학교 도서실. 간혹 기차 소리에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먹히면 수업시간에 떠들지 말라는 말은 소용이 없을 듯하다. 그래서인지 아이들 목소리는 기차소리를 이길 만큼 단련되어 발성 연습 없이도 노래 하나는 잘할 듯싶다.
7차 교육과정 첫 해 시행하는 중1 아이들이 해야 할 일이 늘어나 아예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많다는 말을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잘 살펴보면 보충,심화를 배우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시간이 빠듯하다. 제대로 한 단원을 잘 배워보려면 말이다.
학원과는 달리 좀더 자유롭고 다양한 교수법을 만들어낼 수 있어 비록 기간제로 만나지만 수업시간만은 그래도 재미나다. 아이들이야 늘 지겹겠지만 말이다. 처음 아이들과 만나는 단원은 '문학의 즐거움'인데, 그 중 남도하면 떠오르는 강, 섬진강 기행을 만났다.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을 기행한 저자의 짧은 기행문인데, 아이들은 이 단원을 통해 기행문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나름대로 자신의 경험담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학습활동 맨 끝에 보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기행문을 만드는 요소를 적용하여 자기만의 기행문을 만들어보게도 되어 있다.
처음 아이들에게 섬진강을 소개하려던 날, 신문에서는 또 다시 섬진강댐 건설 반대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아이들 중 몇은 왜 댐 건설을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어떤 아이들은 야무지게 댐을 건설하면 그 지역과 주변에 미치는 영향, 즉 생존권 위협과 환경 파괴를 가져온다며 말을 하기도 했다. 하여 모둠별로 섬진강이 어떤 곳이길래 그래야하는지 신문을 만들어 알려보자고 했다.
다음 시간 전지와 갖가지 재료들을 모아 신문을 만들었다. 개구쟁이 녀석들은 모둠이 만들든 말든 돌아다니며 마냥 즐거워하고, 꼼꼼한 아이들은 준비해온 것들을 여기저기 붙이고 쓰면서 뚝딱 만들어낸다.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아이들은 만화를 캐릭터라며 붙이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해 인쇄해온 거의 비슷한 내용을 크기와 색을 달리해와서 마치 자기 모둠만이 잘했다는 듯 뽐낸다.
대부분 섬진강의 행정구역이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세 도를 아울러 흐른다는 것과 섬진강이라 불리게 된 유래, 주변의 유적지, 물고기, 나무 등을 통해 섬진강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며 그 곳은 당연히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 모둠은 색다르게 섬진강 댐 건설 반대 운동을 하는 신문을 만들어 독특함을 나타냈다. 아이들은 환경연합 사이트를 통해 이번 섬진강댐 건설에서 더더욱 잘못된 것은 그 섬진강 댐의 물이 다시 돌아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흘러버려 섬진강 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화를 더 돋구고 있음을 알고 입으로만일지라도 '안돼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아직은 장난이 재미나고 수업시간 물 마시기와 과자 먹기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아이들이지만 환경 파괴로 인해 깨끗한 물과 그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살 수 없다는 것은 곧 죽음이라며 소리높여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보니 참 뿌듯하다.
커다란 이름을 단 계획들은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버젓이 그 일이 이뤄지고 있다. 그럴때마다 화를 내는 일이 전부인 우리들. 하지만 끊임없는 목소리들로 스스로의 무덤 파는 일을 막아야한다.
이 단원을 통해 아이들은 환경 파괴가 사람들을 좀먹는 일이며 인간은 자연 속에서 아름다울 수 있고 더불어 살아가야한다는 자명한 이치를 배웠다. 더군다나 섬진강에 관계되는 시가 많다면서 시를 집중적으로 뽑아온 아이들은 이제 섬진강의 이름이 왜 그런지에 대해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가정 시간 목도리를 짜는 일을 하는 지 하늘빛깔 길다란 색실을 늘어뜨려 기차놀이한다며 잡고 들어오는 아이들이 철없지만 때묻지 않아 사랑스럽다.
덧붙이는 글 | * 아이들에게 문제의식을 만들어주기란 좀 이른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사실 보고 듣는 만큼 아는 것인데 아이들은 고작해야 인터넷을 통해 만난다. 그래도 정보화로 인한 지식이 많아 자료 공급은 잘 되지만 찾아와 만드는 일엔 손색이 없을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창의력은 여기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이들은 자료를 찾아와 만들어 창작품을 내놓는 일은 잘하지만 그 내용에 대한 깊이는 별로 없다. 어쩌면 이것은 인터넷을 활용한 교육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단원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서로 잘 살아야한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커다란 공부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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