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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미사일방어체제(MD)에서 중단거리 미사일 요격을 담당하는 PAC-3의 개발 및 실험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 및 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미국의 군비통제전문잡지인 [Arms Control Today] 11월호가 보도했다. PAC-3는 걸프전을 통해 잘 알려진 패트리어트 시스템의 최신형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과 마찬가지로 '맞춰서 요격하기(hit-to-kill)'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전의 요격 미사일이 폭발물을 내장해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을 폭파시기는 방식을 채택한 것에 반해, 'hit-to-kill' 방식은 초고속으로 날라오는 상대방의 탄도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하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이다. PAC-3의 또 하나 중요한 특성은 자체적으로 고성능 레이더 시설과 목표물의 확인·식별 장치, 원거리 발사·통신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시스템에 사용될 소프트웨어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다른 MD 시스템과 상호운용이 가능하게 설계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MD 체계에서 저층방어를 담당하는 PAC-3는 이보다 높은 고도와 넓은 지역에서 요격이 가능한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 및 이지스함에 탑재되는 해상방어체제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게 설계된 것이다.

미 육군은 지난 9월 26일 PAC-3의 실험 평가가 사실상 완료되었으며, 록히드 마틴이 생산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관련 정보가 외국 정보기관에 알려질 수 있다는 이유로 PAC-3의 생산량, 배치 시기, 배치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꺼리고 있다.

걸프전 당시에 10%에도 못 미치는 요격률로 웃음거리가 된 바 있는 패트리어트 시스템은 이후 꾸준히 성능이 개량돼, 이 시스템의 최신형인 PAC-3는 사거리 1500km 안팎의 중단거리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스템은 10차례에 걸친 '개발 단계 요격 실험(developmental testing)' 가운데 9번을 성공하기도 했다. 개발 단계 실험이 완료됨에 따라 PAC-3는 우선 소량이 생산된 후 '실전 실험 및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시스템이 소량 생산에서 대량 생산으로 이어질지는 2002년 9월에 결정될 예정이다.

PAC-3와 한국

미국이 사실상 PAC-3의 실험 평가가 완료됨에 따라, 이 무기체계 배치를 계획하고 있는 주한미군과 구입하려는 한국의 국방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특히 중단거리 미사일 위협은 '실존'하고 있다며, '가능한 빨리'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필자가 지난 9월 11일 만난 미 국방부와 국무부 고위 관료로 구성된 'MD 설명단' 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당시에 설명단 대표들은 "미국은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며, 이 과정은 한국인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PAC-3를 비롯한 MD 무기체계의 한반도 배치 계획은 연합토지관리계획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군 측은 약 4천만 평에 달하는 '헌 땅'을 한국 측에 반환하고, 미 공군기지가 있는 오산과 평택 등에 추가적인 부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이들 지역에는 PAC-2가 배치되어 있으며, 이는 PAC-3로 대체될 예정이다.

PAC-3는 또한 국방부가 차기방공망 사업(SAM-X)으로 2조 4천억 원을 들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기종이기도 하다. 그 동안 국방부는 이 사업이 노후한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는 것으로 탄도미사일 요격용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으나, PAC-3가 MD체계의 한 부분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주저하고 있다.

지난 11월 3일 만난 공군 고위 관료들은 PAC-3 도입과 MD 참여간의 문제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강한 여운을 남긴 바 있다.

현재 국방부의 MD에 대한 입장은 "다른 나라의 입장과 국제 사회의 합의 수준, 그리고 MD의 개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MD 참여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클린턴 행정부 때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에 불참 입장을 고수해온 것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또한 9.11 테러 이후 미러간에 MD 배치에 필요한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의 개정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고, PAC-3의 개발 및 실험 완료에서 알 수 있듯이 MD 무기체계의 일부 배치가 임박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방부의 대응이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살 만하다.

내년 하반기경나 2003년 초에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PAC-3의 한국 내 배치 및 이 무기의 도입은 한국이 MD에 참여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변수라고 볼 수 있다. PAC-3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을 주임무로 삼는 MD체계에서 핵심적인 무기체계라고 볼 수는 없으나, MD로 가는 첫 번째 단계임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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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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