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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화가 났다. 지난 16일 열린 33차 한미연례안보회의(SCM) 합의사항이 한국 국민들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미연례안보회의에서 합의된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은 이전에 알려져 있던 대로 4000만 평의 기지를 반환하는 대신 한국정부가 75만 평의 부지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엄청난 변화이지만 그 이면에는 육군 중심의 주한미군을 엠디(MD. 미사일방어체제)에 맞게 공군력 중심으로 재배치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숨어 있다. 또한 이번 합의로 주한미군의 영구주둔을 못박아두려는 심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미연례안보회의에서는 연합토지관리계획 외에도 방위비 분담금, 아프간 의료지원 등이 합의됐다. 한국정부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10.4% 인상하기로 했다. 미군 주둔으로 인해 들어가는 간접비용이 연간 1조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직접 지원비를 이렇게 큰 폭으로 인상한 것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과 비교할 때 한국 국민에게 훨씬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꼴이다.

또한 침략전쟁이나 다름없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한국정부가 의료지원 등을 약속한 것은 동맹이 아니라 노상 미국에 끌려 다니기만 하는, 한국정부의 '알아서 기는' 외교정책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540여 일째 부평 미군기지 앞에서 미군기지 반환을 위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인천시민회의와 부평권리선언운동본부는 즉각적으로 17일 부평 미군기지 농성장 앞에서 약식집회를 가졌다. 20여 명의 회원들은 '한미연례안보회의 규탄' '연합토지관리계획 폐기'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33차 한미연례안보회의 합의사항에 대해 성토했다.

인천시민회의 이병길 사무처장은 "10년 동안 쓸모 없는 4000만 평을 반환한다고 하는데, 부평 미군기지는 아예 논의대상조차 되지 않은 것 같다. 한미연례안보회의는 미국의 뜻대로 한국정부가 그대로 쫓아간 비상식적 밀실야합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천시민회의 김국래 공동집행위원장은 "미군기지는 한국 국민들의 가슴에 박힌 대못과 같다. 남한 땅에 있는 모든 미군기지를 뽑아낼 때까지 물러서지 말고 싸우자"고 호소했다.

인천시민회의와 부평권리선언운동본부는 이번 한미연례안보회의 합의사항에 대한 인천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다음 주에 시민들과 함께 하는 대규모 행동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제 두 번째 겨울을 맞는 부평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농성장. 올 한 해 동안 강강술래와 인간띠잇기를 성사시키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온 곳이다. 이번 33차 한미연례안보회의는 인천시민들의 '미군기지 반환' 요구에 분노의 불을 지폈고 부평 미군기지 농성장은 그 분노만큼 뜨거운 두 번째 겨울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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