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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여인

크리스마스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성스러운 그 날은 언제부터인가 연인들의 기념일로 바뀌고 있다. 하얀 눈이라도 내려준다면 사랑하는 애인의 손을 잡고 시커멓게 오염된 도시 공간 속에서 단 하루라도 깨끗하게 살아보겠다는 꿈을 그릴 수 있는 날이 크리스마스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상징하는 바는 순수함, 깨끗함, 청초함이 아니겠는가?

지난 크리스마스 때 TV <21세기위원회>가 1만5000여 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싶은 연인으로 1위 송혜교, 2위 채림, 3위 황수정, 4위 김희선, 5위 핑클이 선정되었다.

당시 송혜교는 드라마 <가을동화>에서의 청순가련형의 이미지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이니 그가 크리스마스 최고의 연인으로 뽑힌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황수정 역시 <허준>에서의 예진 아씨의 고전적인 이미지로 가뿐히 3위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결과는 여자 산타클로스로 어울릴 것 같은 여자 연예인이라는 조사에서도 황수정이 박경림, 김혜수, 안문숙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연인,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산타클로스, 양쪽 모두 선정된 여자 연예인은 오직 황수정 한 명뿐이었다.

한없이 투명함을 상징하는 크리스마스 연인으로도, 한없는 자비심을 상징하는 산타클로스로서도 황수정은 전혀 손색이 없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여인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크리스마스의 이미지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설마 크리스마스 때 애인하고 마약을 같이 할 것을 꿈꾸는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황수정의 이미지의 경제적 가치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였던 레니 카잔은 광고용 사진의 이미지에 7년간이나 붙잡혀 있었다. 그녀는 광고사진 속의 완벽한 이미지를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다는 좌절로 인해 그녀는 7년 간이나 집에 틀어박혀 지냈다는 것이다. 그녀의 광고 사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까봐.

그녀는 1986년에 가진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나는 1969년에 잠이 들었고 1976년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내 사진처럼 보이기 전에는 나오지 않으려 했다"고 고백했다.(백지숙, <껍질, 껍질 씌우기, 그리고 벗기기>, [문화과학] (92년 겨울), 194쪽)"

스토커가 아닌 이상 브라운관이나 스크린 속의 스타의 이미지를 현실의 이미지라 굳게 믿는 사람은 없을 줄 안다. 이성적으로는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스타 시스템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수도 없이 조작되고 왜곡되는 이미지를 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이미지를 현실화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스타를 양산하는 경제적 효과인 것이다. 황수정 역시 전성기였던 2000년도 여름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황수정은 올해 들어 광고를 통해서만 총 15억 원대에 육박하는 수입을 덩굴째 거둬들이게 됐다. 황수정을 모델로 택한 롯데백화점 측은 "서구적 인공미에 질린 소비자들의 기호 변화에 따라 단아함과 자연미를 겸비한 '지고지순함의 상징' 황수정을 롯데의 얼굴로 선정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스포츠서울], 2000년 7월 20일)

롯데백화점의 홍보팀은 황수정의 실제 삶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황수정의 브라운관 이미지를 보고 롯데백화점의 얼굴로 그녀를 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것을 알든지 모르든지 상관없이 그대로 속아주고 믿어준다.

스포츠 신문 또 한 건 하려는가?

황수정의 마약 흡입 사건이 공개되면서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렸다.

"황수정 사태를 바라보는 연예관계자들과 일반인들 사이에 상반되는 의견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는 평소 황수정과 관련된 여러 얘기를 접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마침내 올 것이 왔다' '그럴 줄 알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요."

그에 비해 일반인들은 "어떻게 황수정이 그럴 수 있느냐"며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연예가의 뒷얘기를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사람들이 TV에서 비쳐지는 황수정의 단아한 이미지만 철썩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죠. 아무튼 사람들은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는 꼴' 이라는 말로 이번 사태를 요약하고 있습니다.([스포츠서울] 11월 16일)

미국의 언론과 프랑스의 언론에서는 공인을 다루는 보도방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언론에서는 공인에 대해서 무차별적 폭로성 보도를 일삼는 반면 프랑스의 언론에서는 사생활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호해준다. 이것이 꼭 언론의 수준을 가름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각 나라의 국민성과 관련이 있다.

미국의 국민들은 스타이든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일단 공인이라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 삼아 즐긴다. 그러니 미국의 정치인과 기업인들 역시 기행을 일삼아 화제에 오르는 일이 빈번하다. 사생활을 보도한다 해도 그것으로 도덕적 비판을 가한다기보다는 그들의 기행을 보고 웃고 즐기는 위트가 있다. 반면 프랑스의 국민들은 남의 사생활에는 일체 관심이 없다. 그러니 언론 역시 이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스포츠신문의 저널리즘은 미국과도 다르고 프랑스와도 다르다. 필요할 때는 이것 저것 없는 일까지 만들어 하늘 높이 띄워주다가 무언가 건수를 하나 잡았다 하면 하이에나떼처럼 죽을 때까지 물어뜯는다. 그것도 마치 대단한 도덕군자들인 양 개탄과 한탄을 하며 준엄한 심판까지 내리려 한다. 그러다 가끔 감정적으로 무한한 동정심을 퍼붓는 척을 하기도 한다. <스포츠투데이>의 경우 변우민과 황수정과의 스캔들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큰 장사를 해보려고 덤빌 태세까지 갖추고 있다.

스포츠 신문들은 이미 오현경 사건 때부터 이런 식의 보도행태를 자행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하지도 않았으면서도 거짓 인터뷰를 기사를 실었고, 여론조사 결과 오현경을 이해하는 쪽의 여론이 훨씬 우세했는데도 "오현경을 누가 욕할 수 있는가!"라는 타이틀을 대문짝만하게 톱면에 싣기도 했었다.

어떤 사람이 실수로 남의 돈 천 원을 가져갔다고 치자. 이에 대해 실수를 인정하여 별로 욕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한 친구가 나서서 "야. 쟤는 실수로 돈 천원을 훔쳤어! 실수로 훔쳤단 말이야! 너희 왜 욕을 해!" 이렇게 소리지르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 이번 황수정 사건 역시 마약에서 최음제로 넘어가면서 온통 섹스 환각이라는 단어가 황수정의 이미지를 뒤덮고 있다. 물론 이것 역시 스포츠 신문들의 장사 속의 일환인 것을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중 스타란 무엇일까?

오현경, 백지영, 황수정, 그리고 싸이 사건 등을 보면서 또 다시 "과연 대중 스타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황수정은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것은 법적 처벌을 받을 사안이다. 신해철, 신동엽 등 남성 스타들의 경우 마약사범으로 처벌받아도 간단히 재기에 성공하곤 한다. 그런데 황수정의 경우는 너무나 폭력적인 도덕적 단죄의 칼을 받고 있다.

남녀 차별의 문제를 떠나서 생각해보자. 황수정에게 갖다대는 칼날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녀가 공인이니까? 아니면 그녀는 단지 마약을 복용한 것이 아니라 섹스를 했으니까? 그녀가 최음제를 복용했을 것 같으니까? 참고로 최음제는 합법적인 것도 있으니 설사 그녀가 최음제를 복용했다고 해도 법적 처벌의 대상은 아니다. 도덕적 처벌의 대상은 더욱 더 아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인하지만 황수정에게도 섹스를 할 권리가 있다. 그 상대가 조폭 행동대장이든 룸살롱 사장이든 대학교수이든 상관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비판을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황수정을 단죄하는 가장 강력한 논리는 그녀가 대중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청초한 척하면서 뒤에서는 마약과 섹스에 빠져 대중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주었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이것은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스타 시스템의 기본 문법이다.

미국의 성격파 배우 잭 니콜슨은 "나는 내가 연기하는 모든 인물의 75%이다"라는 말을 했다. 잭 니콜슨 정도 되는 배우도 25%의 사기를 치며 대중을 기만한다는 것이다. 최근 갈팡질팡하다 은퇴를 선언한 한국 최고의 연기력을 자랑하는 영화배우 심은하는 "내 안의 많은 나, 심은하는 같은 역을 두 번 하지 않아. 내 안의 진짜를 없애는 작업이야 말로 나의 연기야"라는 말로 자신의 연기관을 표현했었다.

연예인 황수정 입장에서는 광고모델과 배우를 직업으로 삼고 있었으니 청순한 이미지로 대중에 어필했다면 그것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야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그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황수정에게 실생활도 브라운관의 이미지와 똑같이 살아주기를 바라는 그 사람의 정신 상태가 이상한 것이다.

대중 연예스타는 공인이라 하더라도 정치인, 지식인, 혹은 운동가와는 다르다. 정치인이 앞과 뒤의 삶이 다르다면 크게 문제가 되겠지만 대중연예 스타가 한국의 교육과 정치를 책임지지 않는 이상 그들에게 필요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해서는 곤란하다. 법을 어겼으면 법적 처벌로 끝내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이미지에 투자를 한 광고회사 혹은 광고주들은 충분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서 심판을 내릴 권리는 없다.

그래도 조금 더 생각할 것이 있다. 어차피 언론이든 대중들이든 황수정의 이미지를 엔터테인먼트로 즐겼다면, 이번 사건 역시 하나의 오락으로 즐길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힘들고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찰라에 공주처럼 행세한 황수정 하나 짓밟으며 삶의 활력과 에너지를 키워보자, 한 사람 두들겨서 99명이 즐거우면 그것이 정의로운 일은 아닐까?

무엇을 바라는가?

스웨덴 출신의 미국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는 우수를 머금은 듯한 미모와 어딘지 불행한 면모가 엿보이는 쓸쓸한 분위기로 1930년대의 청춘들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1939년 <니노치카>를 끝으로 그녀가 죽은 1990년까지 무려 50년 동안 은둔 생활을 하였다. 이 때문에 가르보의 앞에는 '영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밖에서 볼 때야 무언가 영원한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이야기이지만 과연 50년 동안 가르보가 실제로도 그토록 아름다웠겠는가? 가르보의 '영원' 역시 하나의 이미지일 뿐이다.

구태여 황수정 사건을 가르보와 연결시키려는 이유는 대중들의 스타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중스타의 직업이 대중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고 대중 스타가 하나의 상품이라 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책임을 지우며 쾌를 느끼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황수정이라는 사람 하나의 삶의 중요성이라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스타를 키워낼 수 있는 스타 시스템의 정착이 점점 더 멀어진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드라마 <허준>의 예진 아씨를 보며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황수정이 또 다른 예진 아씨와 같은 역을 하며 더욱 더 오래도록 쾌를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공리주의 원칙과도 일치한다.

황수정을 두들겨 99명의 쾌를 얻는다는 것은 쾌락의 경제적 가치와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황수정이 죽으면 무얼 가지고 놀 것인가? 제 2의 황수정? 제 3의 황수정? 스타를 갖고 즐기더라도 그런 즐거움을 준 스타에 대해서 최소한의 사랑의 감정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황수정이 예진 아씨의 이미지를 유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자 연예인이 마약과 섹스 스캔들에 동시에 걸린 전례가 없기 때문에 과연 재기가 가능이나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법적 처벌 이상의 것을 강요해서 과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마약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일까? 아니면 철없이 연예인 되려고 설치지 말라는 교훈일까?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지금 스포츠신문과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도덕성의 획득과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그럼 즐길 때 즐기더라도 최소한 배신감이라느니 도덕이라느니 하는 말은 빼고 즐기자. 오현경 사건 때부터 거짓 인터뷰 조작극을 벌였던 스포츠신문들의 입에서 나올 말은 더 더욱 아니다. 특히 네티즌의 입을 빌려서 비분강개하는 척하는 장난은 그만쳐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네티즌도 충분히 많으니까.

황수정 씨가 나중에라도 보시리라 생각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컴을 잘모르지만 메스컴에서 화재가 되어 몇글자 남겨 보려 합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그 잘못을 뇌우치면 된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어느 누구나 실수!잘못을 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 하지요! 만약에 그렇다면 그분은 사람이 아니라 신일거라 답하고 싶습니다! 게시판을 보니 위로의 말씀보다 헐뜻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황수정 씨도 인간이랍니다! 당신들이 그러한 입장이 되셨다면 어떨까요?
당신만을 좋아하던 사람들이 한번의 실수로 어마 어마한 실망으로 돌아 온다면... 사람이란 모두 그러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 저 또한 차가운 마루 바닥과 힘든생활을 하며 반성 속에 그리고 후회 속에 살아 보았답니다!
어릴때의 일이지만 ! 그 생활들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4000만의 시선을 끌고 있는 사람은 어떻하겠습니까> 한때 응원하구 기도해 주었던 사람에게 도움들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to 나중에 보세요 황수정 누님(나보다 나이가 많은 관계로......)
전 어릴 때 격어 보았습니다 !지금은 경호원을 하다 잠깐의 공백을 가지구 있답니다! 어릴때 격어보니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 지금..현재는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답니다. 힘내시고요! 수정누님을 좋아 하는 팬들의 기대를 져 버리지 마세요 !
꼭 이 힘든 시간을 이겨 내시리라 믿을께요!

(황수정 팬페이지, http://myhome.netsgo.com/oh1eeyou/ 게시판 글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문화예술 웹진 미인(www.meinzine.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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