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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생각하기에 런던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큰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라는 사실일 뿐 아니라, 시 전체에 곳곳에 있는 콘서트홀, 오페라/뮤지컬 극장, 영화관, 크고 작은 각종 박물관, 고궁 등 문화가 살아 숨쉬는 도시라는데 있다.

세계 유수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있는 바비칸 센터를 비롯하여, 로얄 페스티발홀, 코벤트 가든의 로얄 오페라단 극장, 로얄 앨버트 홀 그리고 곳곳의 크고 작은 성당에 있는 연주장 등의 클래식음악 전문 연주장과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가도 한번 볼 수 있을까 말까하는 세계적인 연주가를 늘상 볼 수 있는 곳.

특히 런던의 웨스트엔드라는 지역 곳곳에 퍼져있는 뮤지컬극장. 가히 세계 최고의 문화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워싱턴, 그리고 패션의 도시 파리 어디에도 이렇게 풍부한 문화적 인프라를 갖춘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르나 런던이 아름다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 중에서도 감히 “오페라의 유령”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오페라의 유령”이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런던에서 처음 본 뮤지컬은 “미스 사이공”이었다. 베트남전쟁 당시의 미군 병사와 베트남 여성과의 사랑을 그린, 우리의 정서와도 맞는 그런 뮤지컬이라 쉽게 마음이 끌렸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 화려하고 스케일 큰 무대와 가수의 역량, 그리고 실제 헬리콥터를 동원하는 대담함, 그리고 특히 필리핀계의 동양 여가수의 열창은 나를 매료시켰다.

그후 “오페라의 유령”을 본 나는 이전의 감동과는 다른 차원의 엄청난 충격 같은 것을 느꼈다. 무대의 화려함과 웅장함 그리고 신속한 장면 전환은 기본, 극 시작 무렵부터 경매중인 샹들리에 섬광으로 관객을 압도하기 시작하여, 방 벽에 붙은 거울 안으로 여주인공을 유인해 가는 장면, 마치 정말 호수를 건너는 것 같은 무대장면과 무대 위를 뚫고 오르는 촛불, 상상을 초월하는 샹들리에의 추락과 섬광, 가면무도회의 화려함 등등 그 감동과 충격은 참으로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야말로 “You have to see it to believe it" 그것이었다.

그 후로도 “레 미제라블”, “Jesus Christ Super Star", "캣츠”, “Starlight Express", 그리고 최근의 ”King and I" 등 많은 뮤지컬을 관람하였으나 감동이 “오페라의 유령”만은 못했다. 96년 처음 본 후 얼마 전 방문 때 본 것이 횟수로 다섯 번째인데 볼수록 지겨운 것이 아니라,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볼 때마다 전에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것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의 관람지는 아무래도 서울이 될 것 같다.

이 공연은 런던에서도 스톨 또는 드레스서클 같은 좋은 좌석 뿐 아니라 웬만한 좌석도 오래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얻기가 힘들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이번에도 낯익은 그 암표(?) 할아버지가 공연시작 5분전에 표를 원가보다도 싼 값에 넘겼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작심을 하고 내용을 기록하는데 극장 스태프가 와서는 기록이 금지되어있다고 한다. 그만둘 수밖에. 그러나 웬만한 것은 지난번에 다 적어두었기 때문에 기록은 포기했다. 사진은 워낙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해서 찍을 엄두도 못 내고 공연 후 무대에서 인사하는 장면만 간신히 찍었을 뿐이다.

필자는 1996년경부터 직장의 예술동호회 회원들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선전(?)을 해 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언제 우리나라에서 저런 뮤지컬을 볼 수 있을까 궁금해했는데 이제 곧 공연된다니 참으로 다행이고 감격스럽다. 여기 그 감동의 일부나마 같이하고 싶어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소개 글을 올린다. 공연 생각에 가슴이 설레인다.

“오페라의 유령”에 관하여

이 뮤지컬은 프랑스의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1911년의 동명 소설을 영국이 자랑하는 저명한 뮤지컬 작곡가 안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er)가 극화한 것이다. 1984년 당시 공연되던 “유령(Phantom)"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그는 뮤지컬 기획과 공연의 대가인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Intosh), 무대연출의 대가인 해롤드 프린스(Harold Prince) 그리고 작사가 팀 라이스와 제작에 들어가 2년만에 이 대작을 만들어내게 된다. 많은 뮤지컬에서 웨버와 호흡을 맞추던 작사가 팀 라이스가 도중에 사망함으로써, 작사는 신예 작사가 찰스 하트(Charles Hart)가 이어 받게된다.

1986년 10월 런던의 Her Majesty's Theatre에서 초연된 이 뮤지컬은 지금까지 거의 전회가 매진되는 불가사의한 기록을 만들어내며 장기 공연을 계속 중이며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공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공연의 초기 배우이며 우리에게도 낯익은 사라 브라잇만(Sarah Brightman)과 유령역의 마이클 크로포드(Michael Crawford)는 이 뮤지컬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전체 줄거리

1911년 파리의 한 오페라극장. 태어날 때부터 흉칙한 몰골로 어머니로부터도 버림받은 한 천재음악가가 오페라극장의 지하에 숨어살고 있다. 그는 그런 모습을 감추기 위해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으나 이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유령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그는 오페라극장의 합창단원인 크리스틴을 짝사랑하며, 그녀를 통해 자기의 음악을 펼치기 위해 그녀에게 남몰래 음악수업을 시킨다.

그러나 그녀를 통해 자기의 꿈을 실현하려는 그의 노력은 그녀를 오페라극장의 프리마 돈나를 제치고 당당하게 리딩 소프라노의 위치를 차지하게 했지만 엉뚱하게도 그녀의 옛친구이며 오페라극장의 후원자인 귀족 라울 (비콤 드 샤니 경)을 끌어들이게 된다. 크리스틴의 노래하는 모습을 본 라울이 크리스틴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크리스틴을 가운데 두고 유령(?)과 라울의 치열한 사랑싸움이 전개된다.

크리스틴은 유령의 최면으로 그에게 이끌린다. 그러나 그 이끌림은 사랑이 아닌, “내가 죽어 하늘나라로 가면 너에게 음악의 천사를 보내주마”고 한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에 지배되고 있던 한 연약한 소녀의 자기최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일시적인 유령에의 감정적 복속은 그러나 라울의 진지한 사랑 앞에 무너진다.

그렇게 유령과 라울 사이에서 방황하던 크리스틴은 결국 라울을 사랑하게 되지만 유령에게도 진심으로 연민을 느끼게 된다. 한편 크리스틴을 차지하기 위해 유령은 연적인 라울을 죽이려 한다.

목숨을 건 싸움이 벌어지고, 치열한 대치의 순간, 크리스틴은 진심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를 하며 유령에게 오랜 키스를 한다. 그것은 유령이 태어나 처음으로 받아본 따뜻한 키스였다. 결국 어머니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인간의 따뜻한 키스에 세상을 향해 뒤틀려있던 그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 내린다.

이제 크리스틴의 마음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안 유령은 그녀를 라울에게로 보내준다. 그리고 자신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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