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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상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이 책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올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출판계를 화려하게 장식한 책들이다. 보기 드물다는 밀리언셀러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탄생함으로서 화제를 이룬 책들이다.

이러한 밀리언셀러의 탄생과 그로 인한 출판시장 규모의 확대를 축하할 일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래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다.

어떤 이는 베스트셀러를 독자의 선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베스트셀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즉 대개의 베스트셀러는 출판사의 기획이 맞아떨어진 대중상품이다. 그러한 예로 올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국화꽃 향기>를 꼽을 수 있다. 작가의 능력도 능력이겠지만, 베스트셀러는 단순히 작가의 필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소설은 남자 주인공이 여자를 위해 헌신하는 순애보를 그리는 전형적인 멜로 구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독서계의 가장 큰 독자층인 30대 여성에 타깃을 맞추었다. 동시에 출판사와 저자는 그들의 취향에 맞추어 캐릭터를 설정했고, 직업과 성격 등을 철저하게 계산했다. 결국 그러한 기획이 타깃으로 삼은 독자와 그들의 취향에 정확히 맞아 떨어져 올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게 되었다. 즉 베스트셀러는 순수한 독자의 선택이라기보다, 만들어지는 대중상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반드시 양서는 아니며, 어떤 경우에는 재미마저 없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연말이 되니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의 출판계를 정리하는 글이 각 언론에 실릴 것이다. 그리고 올 해 화제를 이룬 책들이 거론될 것이다. 그러나 베스트셀러를 한 번쯤은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접해 보기 바란다. 그래서 이번에는 '인물과 사상사'에서 나온 시사인물사전 15번째 책인 <베스트셀러와 작가들>을 소개한다.

밀리언셀러 <상도>의 작가 최인호의 그늘

최인호의 소설 <상도>는 올 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경제불황으로 인해 출판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국내소설이 이처럼 단기간에 밀리언셀러가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과연 시대적인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쓰는 작가답다 하겠다.

그러나 이런 책을 접하면서 하나의 의문이 지워지지 않는다. 즉 작가의 실력이라는 것도 혹시 '돈과 미디어'에 의해 과장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떤 작가가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한국문학을 좌지우지하는 '문단'과 '언론'의 입맛과 취향에 맞지 않으면 사장되기 십상이다. 또한 문학잡지에 실리는 평론이나 언론에 오르는 서평은 독자들이 작품을 구입하는 데 거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최인호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최인호만큼 거대신문과 긴밀한 우정을 유지한 사람은 없기 때문"(P-196)이다.

"최인호 문학의 '대성공'은 70·80년대 권력과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거대언론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P-201)
"사실 70·80년대 군부독재와 유착한 몇몇 언론들의 상업적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그가 '스타작가'로서 그토록 많은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기는 힘들 것이다."(P-196)

그의 소설에서 재미를 맛보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듯 '스타작가'의 솜씨라는 것도 '미디어'에 의해 과장된 것은 아닐지 한 번 따져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문단을 형성하는 주요 문학 잡지사들은 자신들 패거리의 몸집불리기에만 골몰해 스스로 문학을 소외시키고 있고, 거대언론은 이를 장사밑천으로만 이용해 한국문학을 빈사상태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가 죽어야 문학이 산다

이 책에서 호의적인 태도로 한국문학의 대모신으로 인정하는 박경리를 제외한다면, 이 책은 공지영, 이인화, 전여옥, 김진명 등 기라성 같은 한국작가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작가들 중에는 <해리 포터>시리즈로 전 세계를 강타한 작가 조앤 롤링과 할리우드와 미국 출판계의 유착관계를 볼 수 있는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각으로 신보수주의 시대에 영합해 화려하게 떠오른 작가 톰 클랜시 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이렇듯 이들에 대해 한 번쯤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검토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면 이들은 문학을 마치 할리우드 영화산업처럼 만들어 버렸고, 또는 자본과 거대언론에 작가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의 역할을 하여 문학을 살해한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와 작가들 - 시사인물사전 15

최을영.고훈우.이휘현 외 지음, 인물과사상사(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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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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