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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지난 20일 평화네트워크가 입수, 오마이뉴스가 최초로 보도한 '한미연합사 MD 기구 창설'은 정부가 그동안 국민들을 속인 것을 밝힌,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관계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고, 대미 종속관계의 심화, 국민들의 세부담 가중, 안보의 불안 등을 가져올 수 있는 MD 참여 문제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면서 추진할 사안이 아닙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평화네트워크와 함께 한국의 MD 참여 의혹을 밝혀내고, 바람직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 지난 5월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위해 방한했던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부부 부장관 규탄시위. ⓒ 오마이뉴스 노순택 |
정부가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해 줄곧 "참여 계획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한미연합사에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 전담 기구가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군당국이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출·방조한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이 12월 19일 대대적으로 군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나이키미사일 8%만 발사 가능"은 한마디로 '의혹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3년전'에 공군이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의뢰, 나이키미사일에 대한 발사가능성을 점검한 신뢰도 검사결과를 '왜 이 시점에서 유출시켰는가'의 문제이다. 당시 국방과학연구소의 검사결과 1단계 추진체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은 전체의 19%, 2단계 탄두 발사가 가능한 미사일은 8%뿐인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나이키미사일의 90%가 '고물'인 것으로 판명났다고 한다.
문제는 이 검사결과를 당시에 공개하지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체제(MD)에 한국의 참여 문제, 특히 노후한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한다는 명분으로 패트리어트 최신형 미사일 도입 논란이 일고 있는 시점에 유출되었느냐는 것이다.
둘째 이 정보는 군사기밀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기밀에 해당되는 사안을 언론에 흘린 것도 문제지만, 군당국이 정보유출을 조사하기는커녕, 오히려 유출된 정보를 확인해준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공군본부 관계자는 정보 유출 직후 "지난 94년에 이어 98년 나이키 미사일 유도탄의 1·2차 추진체에 대한 점화여부를 점검하는 신뢰도(100% 기준)를 측정한 결과 신뢰도가 아주 낮게 나타났다"면서 "1·2단계 추진체의 신뢰도가 모두 한 자리수와 비슷했고 탄두를 발사시키는 2단계 추진체의 신뢰도가 특히 더 낮았다"며 군사기밀 사항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기까지 했다.
군당국의 이러한 정보 유출 작전은 '대성공'을 거뒀다. 대부분의 언론이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조선, 중앙, 동아 등 주요 언론과 한나라당은 '한국의 방공망이 뚫렸다'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군당국은 △중단거리 호크미사일을 나이키 미사일 방어망과 중첩되게 배치하고 △원거리 공중타격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전투기 초계임무를 강화하며 △차기방공망 사업(SAM-X)의 조속한 추진, 즉 패트리어트 최신 개량형인 PAC-3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나이키 미사일이 '고물'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PAC-3 도입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얻어낸 것이다.
과소평가된 한국의 미사일 전력
군당국의 기밀 유출을 계기로 언론과 야당이 마치 한국의 방공망이 뚫린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이 역시 전통적인 안보상업주의 수법에 다름아니다. 한국의 미사일 전력이 그렇게 '고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나이키 미사일의 경우 98년 국방과학연구소 시험결과에서 나타난 2단계 추진체의 발사성공률 8%의 의미는 영하 50도의 최악 조건에서 실험한 통계상의 이론적 수치에 불과하다.
나이키 미사일 논란이 국방장관 경질을 비롯한 책임자 문책 주장까지 이어지자, 12월 22일 공군측은 실제 실험 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지난 94년부터 99년까지 (영하 50도가 아닌) 정상온도에서 실시한 실사격 시험 결과, 16발중 15발이 정상 발사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90%가 고물이 아니라 정상이라는 것이다. 예상보다 파장이 커지면서 진화에 나선 것이다.
또한 나이키 미사일이 70년대 배치돼 30년 이상이 지난 '고철 덩어리'로 묘사하면서, "이 미사일을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폐기·교체를 주장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군당국이 스스로 강조하고 있듯이, 꾸준히 성능개량을 실시해왔기 때문이다. 기본 재원과 성능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으나, 단발사격에서 2발 동시사격방식으로의 사격방법 전환, 요격율 향상을 위한 모의훈련 강화, 유사시 북한의 군시설을 파괴할 수 있도록 '공격용' 지대지 미사일로의 용도 변경을 해온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나이키 미사일이 방공 미사일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이키 미사일외에도 사정거리 40km의 중고고도용 호크 미사일, 사정거리 10km의 중·저고도용 '천마' 미사일, 사정거리 5km의 미스트랄 휴대용 미사일 등을 실전배치 해놓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독자적인 기술로 한국형 휴대용 미사일을 개발했고,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나이키 미사일이 노후해졌다고 해서 방공망이 뚫린 것처럼 호들갑을 떨 정도로 방공 미사일 체계가 허술하다고 보기 힘든 것이다.
또한 유사시 상대방의 군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지대지 미사일 전력도 획기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특히 올초에 한국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한미간의 새로운 미사일협정을 맺어 기존의 180km에서 300km까지 사정거리를 늘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지대지 미사일은 사정거리 180km의 '현무' 미사일, 새로운 지대지 미사일 개발 및 실험, 록히드마틴사의 사정거리 300km의 에이태킴스(ATACMS) 도입 확정 등으로 '공격' 능력을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전력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남한이 '여전히' 주적으로 삼고 있는 북한의 공군력을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수'적으로는 위협적일 만큼 많은 항공기를 보유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부분 노후한 기종인데다가 기름을 비롯한 자원부족으로 제대로 훈련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말에 만난 한 공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비행훈련은 남한의 5분의 1 수준"이라며, 적어도 '공군력'에 있어서는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사시 북한의 전투기가 한미연합전력의 공격과 방어를 뚫기가 대단히 힘들다. 이미 상당수의 전투기들은 뜨기도 전에 지대지 미사일과 전투기·폭격기 등을 이용한 공습을 통해 파괴될 것이고, 비행에 성공한 전투기도 '질'과 '훈련'에 있어서 월등히 우월한 한국과 미국의 레이더망과 전투기, 그리고 방공망을 피해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노후한 방공 무기를 MD로 대체할 수는 없어
물론 나이키 미사일을 비롯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노후한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이들 무기를 점차 대체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방공 무기가 노후화됐다고 해서 이것이 곧 MD 무기체계의 도입 및 참여 명분이 될 수는 없다. 탄도미사일 위협 대비가 남한의 안보정책에서 우선 순위가 되기 힘들뿐더러, PAC-3 도입 가격이 2조4천억 원인 것을 비롯해 MD 참여시 천문학적인 예산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조차도 지금까지 △지리적 특성상 TMD는 북한 미사일 대응에 적합하지 않고 △주변국가들을 자극할 수 있으며 △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TMD 참여 불참 의사를 밝혀왔다. 이러한 정부의 설명은 한미연합전력 차원에서 TMD 전담기구의 창설하고 현재 유일하게 개발완료된 PAC-3의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국민들에 대한 기만책으로 드러났으나, 정부 스스로 MD가 한국의 안보 및 외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군당국자가 "한미관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이 계속 MD를 추진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말한 것은, 한국의 MD 참여 및 관련 무기도입이 우리의 안보상의 필요보다는 미국의 압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덧붙이는 글 | 다음에 이어질 글 : 한국 군당국의 거짓말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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