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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오마이뉴스는 평화네트워크와 함께 한국의 MD 참여 의혹을 밝힌데 이어, 한국의 MD 참여시 야기되는 문제와 그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 이후 조성된 군사주의 분위기를 틈타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이라크의 지하시설을 겨냥한 신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2002년을 전쟁의 해'로 규정함으로써 테러와의 전쟁을 확전시킬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나오고 있는 신군사전략이라는 점에서, 확전 대상 목록에 올라 있는 국가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200억 달러 이상 증액시켜, 레이저·위성 유도 정밀 타격 무기와 지하시설 파괴무기, 그리고 MD 구축 등에 반영할 계획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9.11 테러 이후 2002년 국방예산을 레이건 행정부 이후 최대치인 329억 달러를 늘려 3430억 달러로 책정한 바 있다.

여기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과 에너지부의 핵무기 관리 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이를 포함할 경우 2003년 미국의 군사비는 4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즈는 1월 7일자 신문에서 감세 정책으로 예산이 갈수록 압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방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시의 막강한 창과 방패

부시 행정부는 그 동안 MD가 핵무기가 아닐 뿐만 아니라 '방어용' 무기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미국이 '방패'까지 보유할 경우, 사실상 미국만이 선제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는 물론이고 많은 국가들이 MD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기존의 막강한 공격력에 더해 MD 구축은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으면서도 미국의 공격을 억지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한 국가들에게 심각한 안보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북한, 이라크 등의 지하시설에 있는 무기와 인명까지 파괴·살상할 수 있는 신무기의 개발은, 미국에 저항할 수 있는 잠재력까지 괴멸시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향후 미국의 군사작전과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미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2001년 10월 미 의회에 '지하목표물 파괴 보고서(Report to Congress on the Defeat of Hard and Deeply Buried Targets : 이하 HDBT 보고서)'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우리의 잠재적인 적이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현대적 방공망, 정교한 지휘통제시설, 정부 지도자 등을 강하고 깊은 지하 요새에 은폐·보호하는 것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이 이러한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수단을 갖지 못할 경우, 적들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위협으로 협박하고 공격할 수 있는 '은신처'를 갖고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고 강조하면서, 지하요새를 파괴할 수 있는 신무기 개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비밀로 묶여 있다가 최근(2001년 12월 19일) 미국의 핵무기 감시단체인 '뉴멕시코'가 입수해 인터넷(http://www.nukewatch.org)을 통해 공개한 HDBT 보고서에서는 미국이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지하시설 발견 및 위치 확인 △지하시설의 성격 파악 △지하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공격 △공격 결과에 대한 신속한 평가 능력 보유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재래식 탄두로는 북한, 이라크 등의 지하시설을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핵탄두의 장착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점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지하시설 파괴용 핵무기에 대해 현재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적절한 선택을 결정할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보고서를 입수·공개한 '뉴멕시코'는 국방부와 에너지부는 1997년부터 지하시설 파괴용 저강도(low-yield)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왔다고 폭로하고, "저강도 핵무기는 사용에 덜 신중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한 핵무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하시설 파괴에 핵무기까지

미국이 지하시설 파괴무기에 소형핵탄두를 장착하는 정책을 채택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정책의 채택 여부는 미 국방부가 최근 작성해 의회에서 검토에 들어간 '핵무기 태세 재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에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보고서는 아직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날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1월 3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이 보고서는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에게 아직 공개하지 못했다"며 이 보고서에 대단히 민감한 내용이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 이라크 등의 지하시설을 재래식 무기로 '완전히'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핵무기 장착 지하시설 파괴무기를 새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핵무기의 개발을 금지시킨 1993년 국방관계법 조항을 폐기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이미 개발된' 'B61 벙커 버스터'의 사용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B61은 소형핵탄두가 장착된 지하시설 파괴무기로 미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걸프전 때 열화우라늄탄과 함께 미군의 사용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이 기존의 핵정책을 뒤집어 지하시설 파괴용으로 핵무기 사용을 승인하거나, 새로운 소형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면 이는 국제적으로는 핵확산금지조약(NPT)를 위반하게 되고, 북미간에는 제네바 합의를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 국가들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완전한 핵무기 폐기 약속을 거듭 확인하고 있으나, 미국이 거꾸로 새로운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면 NPT체제는 더욱 위태롭게 될 것이 확실하다.

또한 1994년 10월 미국이 북한과 맺은 제네바 합의에서도 미국은 북한에게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소극적 안전보장(NSA) 역시 사실상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다. 경수로 사업의 지연 및 부시 행정부의 대북 조기 핵사찰 촉구와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제네바 합의가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지하시설 파괴용으로 핵무기 사용 승인 및 개발을 시도하는 것은 제네바 합의 위반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핵' 지하시설 파괴무기

▲ 미공군의 최신형 공대지 미사일 AGM-86D
지하시설 파괴용 '핵무기' 못지 않게 주목해야 할 부분은 '비핵' 지하시설 파괴무기이다. 지하시설 파괴 '핵무기'는 도덕적, 법적인 장애에 부딪쳐 추진이 쉽지 않은 반면에, '비핵' 무기는 이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한 지하시설 파괴용 '비핵' 무기 개발 및 보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프간 전쟁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미국은 개전 초기에 승기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적성 국가의 지도부를 파괴·살상하는 것을 비롯해 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해서는 지하에 숨겨진 위협까지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하시설 파괴용 무기 개발에 대폭적인 예산 편성을 하고 있고, 국방부와 에너지부를 주부서로 삼아 신무기 및 공격 개념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두 부서가 주도하는 지하시설 파괴 전략에는 공격 작전을 담당하는 육·해·공군은 물론 핵무기 운용 주부서인 전략사령부(USSTRATCOM), 국방정보국(DIA)을 비롯한 정보기관, 국가영상지도국(NIMA) 등 군, 정보 관련 기관들이 대폭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공격 무기와 정보제공 및 공유, 그리고 신속한 지휘통제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효과적인 지하시설 파괴전략이 세워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하에 미국의 지하시설 파괴 전략은 대단히 공격적인 성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HDBT 보고서에서는 "위기에 훨씬 앞서 다양한 선택을 제공할 수 있는 사전 공격 계획이 잡혀 있을 때 대단히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사전 경고 없이 지하시설에 대한 공격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적성 국가들의 지하시설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선제공격 계획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핵과 미사일에 이어 생화학무기까지 미국의 최대 위협 국가로 거론되고 있는 북한에게는 대단히 우려할 만한 계획인 것이다.

미국이 현재 보유·개발하고 있는 주요 지하시설 파괴무기는 다음과 같다.

GBU-28(일명 벙커 버스터) : 1991년 걸프전때 개발된 무기로 아프가니스탄 전쟁때도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B-2, B-52 등 폭격기를 통해 투하되는 레이저 유도 폭탄으로 지하 30m까지 파고 들어가 모든 물체와 생명체를 파괴시키는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미공군은 이 폭탄의 개량형인 EGBU-28과 BLU-113도 개발하고 있으며, 2004년까지 531개로 보유수를 늘릴 예정이다.

AGM-86D : 보잉사가 최근(2001년 11월) 개발완료한 것으로 B-52 폭격기 등에 장착되는 공대지 지하시설 파괴 미사일이다. 미 공군은 이미 보잉사에 주문해 놓은 50개의 미사일 중 일부를 납품받은 상태로, 이 미사일에는 핵탄두 대신 땅 속에서 폭발하는 무거운 재래식 탄두가 부착돼 있다. 이 미사일의 목표물은 주로 지하시설에 은폐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의 생화학무기와 북한의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이른바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져 있다.

CALCMs : 현재 워싱턴 소재 굴착 전문업체인 어드밴스드 파워 테크놀로지스사가 개발하고 있는 최신형 지하시설 파괴용 크루즈 미사일로, GBU-28보다 훨씬 파괴력이 강한 'Deep Digger'를 탄두로 장착하고 있다. 연속 폭발을 일으켜 암반이나 강화콘크리트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지하터널 안에서 터지면 고열과 엄청난 압력으로 터널 안의 모든 인명과 시설을 파괴하고 태워버린다. 미 공군은 이 미사일을 2002년까지 50기를 보유할 예정이다.

JASSM : 미공군과 해군이 동시에 보유할 이 미사일은 목표 상공에 진입하지 않고도 원거리에서 지하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신형 지하시설파괴용 공대지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적국에 인접하지 않고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돼, 미국은 2003년까지 무려 2400기를 보유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밖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에 해당하는 TACMS 지하시설 파괴 미사일 6기(2004년까지), 이미 개발된 BLU-109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GBU-24 폭탄 450개(2003년까지), 영국의 BROACH 기술을 적용한 JSOW 미사일 3000기(2004년까지)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하시설 파괴용으로 용도 변경 및 초음속 크루즈 미사일 연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공격 능력 및 방어 능력의 배가

이러한 미국의 지하시설 파괴 전략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MD 구축 전략과 함께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MD 구축을 강행하고 있는데 이어, 북한의 지하시설을 겨냥한 무기 및 전략 개발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한층 더 강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쟁 역사상 유래 없는 공습을 경험한 북한은 주요 군시설 및 무기를 지하에 배치하는 전략을 채택해왔다. 이에 따라 전방부대에 배치된 1만여 개의 야포를 비롯해, 미사일, 생화학무기, 주요 군지휘통제시설 등을 지하시설에 은폐한 것으로 한미 당국은 보고 있다.

주요 무기를 생산하고 연구하는 북한의 연구기관과 생산거점도 상당수 지하 시설 안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거미줄처럼 연결된 지하통로는 병력 및 무기 이동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지하화 전략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게도 큰 위협으로 인식돼 왔다. 이미 한미연합전력이 북한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하화된 북한의 군사력 파괴가 마지막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인식돼온 것이다. 특히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1만여 개의 야포는 개전초기에 한국 및 주한미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공포의 무기'로 인식돼왔다.

1994년 당시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 폭격을 주저한 가장 큰 이유도 지하시설에 숨겨진 북한의 야포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2001년 6월 6일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선언하면서, 새롭게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문제삼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MD와 함께 새로운 공격력의 개발을 대북군사전략의 주된 목표로 삼아 왔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의 경우 MD를 통해 상당 부분 무력화시킬 수 있고, 야포의 경우에도 기존의 막강한 공격력에 더해, 지하시설 파괴무기를 통해 상당 부분 파괴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1999년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던 존 틸러리도 미 의회안보위원회 증언에서 "북한이 무차별로 쏘아대는 야포 등 위협적인 무기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광범위한 체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이 MD와 함께 막강한 지하시설 파괴 군사력까지 갖출 경우, 한반도의 군사력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주요 현안을 풀기 위한 대화와 협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의 군사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신무기 및 전략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은 큰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부시 행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한반도 문제의 핵심으로 부상한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 때의 '유망한 요소'를 걷어차면서 MD 구축를 강행하고 있는 데 이어, 새롭게 생화학무기 및 재래식 군사력 위협을 대화 의제로 제시하면서 북한과 대화도 시작하기 전에 이들 무기를 파괴할 수 있는 지하시설 파괴무기를 비롯한 새로운 공격용 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대화를 통해 북한과의 문제를 풀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 다시 한번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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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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