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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PD'란 개념이 있다.

"제품의 디자인으로 기업의 이미지까지 만든다"는 뜻으로 한국계 디자이너가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이노디자인>에서 정립한 이론이다.

그렇게 본다면 지난 7일 <아이맥> 신제품을 발표한 애플처럼 CIPD 개념을 충실하게 따르는 회사도 드물 것이다. 3년 전 조약돌 형상에 다채로운 색상을 지닌 모니터 일체형 컴퓨터 <아이맥>을 내놓아 전 세계에 투명디자인 붐을 일으켰던 애플은 이번에는 평면스크린을 주제로 한 유머스런 디자인의 <뉴-아이맥>를 공개해 맥킨토시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동그랗게 생긴 본체와 15인치 평면모니터,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금속제 관절로 구성된 애플의 새 컴퓨터는 마치 책상 위의 전기스탠드를 연상하게 하는 형상이다. 평면모니터는 스프링이 내장된 관절의 도움을 받아 손가락 하나로 자유롭게 상하좌우로 각도를 조정할 수 있다.

애플의 사장 스티브잡스는 <뉴-아이맥>이 해바라기를 모티브로 디자인 됐다고 말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이 컴퓨터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탁상용 전기스탠드를 떠올렸다고 한다. 타임지가 <뉴-아이맥> 광고의 제작사가 '토이스토리'와 '몬스터'로 유명한 픽사라고 전하고 있으니 설계과정에서 전기스탠드를 참고했을 개연성이 높다. 픽사의 로고는 '룩소'라는 이름의 전기스탠드다.

<뉴-아이맥>은 그간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급기종에서나 볼수 있던 G4 프로세서에 N-비디아의 '지포스-2' 그래픽 가속칩을 내장했으며 기종에 따라 CD-RW, DVD-ROM, DVD-R등을 갖추고 있다. 최상위 기종에 달린 DVD-R을 이용하면 '아이무비'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편집한 비디오를 DVD영화로 구워내는 것도 가능하다.

시판가격은 최저 $1299에서 최고 $1799로 책정됐으며 C-NET은 동급의 성능과 사양을 가진 IBM-PC와 비교해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가격경쟁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PC시장은 95%이상을 IBM PC가 차지하고 있고 맥킨토시는 5% 미만에 머물고 있지만 스티브잡스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아이맥>이 PC시장의 단 5%만을 되찾아 온다 해도 애플로서는 엄청난 매출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다.

컴퓨터 업계 분석가들은 애플이 PC와도 연동되는 호환체제를 내놓기 전에는 이런 불경기에 과연 그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3년 전에 <아이맥>이 출시됐을 당시 이런 분석가들의 예상을 비웃듯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아이맥>은 현재까지 약 6백만대의 매출실적을 보이고 있다.

C-NET의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의 경영전략이 컴퓨터 회사가 아니라 마치 할리우드 영화사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소비자들의 감탄을 살 만한 블록버스터 제품을 터뜨려 큰 수익을 올리는 모습이 가격과 성능만으로 경쟁하는 여타 PC업체들과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컴퓨터 업체 역시 개성적인 디자인으로 제품 자체에서 마케팅 메시지를 뿜어내도록 만드는 애플의 'CIPD'전략을 잘 관찰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한편 애플이 평면스크린을 도입해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임에 따라 TFT-LCD 스크린의 주요 생산국인 한국도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에 공급하는 평면스크린 공급량만으로 커다란 매출을 올리겠지만 <뉴-아이맥>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경우 세계 모니터 시장에 평면스크린이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jean

덧붙이는 글 | *CIPD는 Corporate Identity through Product Design의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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