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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책 제목에 이끌려 목차를 대충 훝어 본 뒤 책을 구입하였다.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책은 구입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그대로 실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우선 책 내용을 잘 모르고 제목과 목차를 본 다음에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없는 것들이 간혹 있으니 말이다.
아마 <정신분석학의 위협 앞에 선 기독교 신앙>이라는 이 책도 그런 종류에 드는 책이다. 얼핏 당돌하게까지 느껴지는 책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우 신앙적인 책이다.
저자인 프랑스와즈 돌토는 유명한 자끄 라깡과 함께 파리 프로이드학회 활동을 한 사람으로 정신분석학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카톨릭 신앙을 가진 학자이다. 제라르 세베랭과의 매우 진지한 대화를 통하여 돌토가 말하는 것은 신앙과 복음이 모두 인간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작업임을 밝혀주고 있다.
즉 그가 말하는 "복음이란 우리가 우리 정신을 통합하고, 하느님과 하나가 되려는 근본적인 욕망을 기술한 것이고, 예수님 역시 그런 바탕에서 복음을 선포하셨다"고 보는 것이다. 성서를 인간 삶의 기록이라고 볼 때, 성서에 대해 정신분석학적 분석을 가하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작업이 될 것이다.
성서 본문에 담겨 있는 무의식적인 측면들, 즉 인간의 불안, 욕망, 두려움 등을 살펴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통합하려고 했으며 정신적인 안정을 찾아가려고 했는가 하는 사실들을 밝혀냄으로서 성서의 새로운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돌토의 몇 마디를 인용해 보자.
"우리들로 하여금 성령을 찾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어떤 결핍을 채우려고 하는, 늘 새로운 어떤 것입니다. 갈증이라고나 할까요? 우리는 그 샘이 영원한 곳에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그 샘에서 나오는 물은 언제나 새롭습니다."(p42-43)
"예수는 어머니 마리아의 젖을 먹으면서 그가 속한 유대 민족의 삶을 지탱해주는 율법과 계명과 문화와 계속해서 반복하여 되뇌어지는 말들을 같이 빨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의 도덕 의식이 형성된 것입니다. 그는 유대교 율법이 부과한 의무와 제의들을 몸으로 살면서 이 흐름 속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그는 거기 머무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p50)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나 정신분석학자가 아니라면 쉽게 말할 수 없는 대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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