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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민연대 등 일부 보수단체들이 용산미군기지와 한나라당사 앞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시위가 잦은 장소를 선점해 빈축을 사고 있다.

보수단체들은 최근 현행 집시법의 허점을 이용해 특정지역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집회신고를 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에도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용산미군기지와 한나라당사 앞 선점

자유시민연대는 이번 달 2일부터 올해 말까지 용산미군기지 앞에 '주한미군 지지시위'를 갖겠다고 집회신고를 해놓았고, 민주참여네티즌연대 역시 한나라당사 앞에서 지난 5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국가보안법 개폐 반대시위'의 목적으로 신고를 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자유시민연대는 지난 4일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주한미군 지지시위'를 벌인 후 집회신고의 내용과는 다르게 아직까지 단 한 건의 집회도 열지 않고 있다. 자유시민연대의 관계자는 "11일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른 날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민주참여네티즌연대도 지난해 12월 프레스센터 앞 집회 이후 올해 들어 별다른 집회를 하지 않았다. 신혜식 대표는 "민주당사 앞은 집회허가가 나지 않아 한나라당사 앞에 신고를 냈을 뿐"이라며 "매일 집회를 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에 따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94년 이후 매주 금요일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주한미군 반대집회를 열었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쪽의 집회신고 자체가 무산된 바 있다.

또 한나라당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려던 민주노총 역시 경찰관계자에게 "네티즌연대에 연락해보라"는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준) 김종일 공동집행위원장은 "다른 단체의 집회를 방해할 목적으로 장기간 집회를 잡는 것은 집시법의 맹점을 이용한 것으로 문제가 있다"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장기간 집회신고로 집회장소를 선점하는 방법은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제 8조 2항 "집회 또는 시위의 시간과 장소가 경합되는 2이상의 신고가 있고 그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뒤에 접수된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용산미군기지 5번게이트 앞은 자유시민연대에서 집회취하서를 보내야만 다른 집회가 가능하다"며 "신고를 하고 집회를 하지 않아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 용산미군기지와 한나라당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려는 단체는 자유시민연대와 민주참여네티즌연대에게 집회의 목적과 방법을 설명하고 '집회취하서'를 받아 경찰에 신고해야만 한다.

특정지역에 대한 장기간 집회신고가 일부 보수성향의 단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오늘의 집회 및 시위'에 따르면 집회신고시 개최일이 하루인 단체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단체가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1년까지 집회신고를 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간 집회신고에 대해서 민주노총 이재철 조직차장은 "회사쪽에서 노조의 집회를 막기 위한 방해집회신고가 성행하여 자구책으로 (장기집회신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서 집회신고를 하지만 회사쪽은 집회를 막으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집시법 곳곳에 독소조항

지난해 10월 참여연대, 민주노총 등 88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 완전쟁취를 위한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구성하고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곳곳에 독소조항이 있어 민주주의의 기본인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거나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연석회의는 "집시법 제 8조(중복집회 금지)외에도 제 11조 '외국대사관 및 국회 등의 100m 반경 내 집회 원천금지', 제 10조 '일몰 후 집회금지' 등이 입법취지에 어긋난다"면서 집시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최근 집시법 악용사례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도형 변호사는 "집회를 봉쇄할 목적인 위장집회신고는 형사처벌하도록 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권두섭 변호사도 "집회선점외에도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등이 '사무실 밀집지역 집회금지'라는 애매한 규정으로 노조의 집회자체를 원천봉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이 집시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더욱 활발히 진행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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