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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항동에 있는 성공회대학교 신영복(사회교육원장) 교수가 모처럼 바깥나들이를 했다. 그동안 인터뷰나 외부 강연을 자제했던 그가 강연을 시작한 곳은 17일 오후 연세대 신인문대 대강의실. 민주노동당 서울본부(본부장 노회찬)의 끈질긴 노력으로 신 교수는 강연을 수락했다.
그는 17일 오후 7시 30분부터 '일하는 사람들의 사상과 실천'이란 주제로 90분 동안 노동자철학에 대해 강의했다. 강의에 앞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서울본부장은 "신영복 선생의 '옆서',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등 대부분의 저작들이 20회 이상 발간돼 넓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며 "많은 독자들이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은 선생님의 오랫동안 추구하고 있는 세계관과 철학의 승리"라고 말했다.
이날 신 교수의 강의를 듣기 위해 500여 명의 학생, 민주노동당원, 시민단체회원들이 참여해 북새통을 이뤘다. 신영복 선생은 '나무야 나무야', '옆서', '더불어 숲', '감옥으로부터 사색' 등 저작으로 유명하며, 통역당 사건으로 20여년 간 감옥살이를 끝내고 88년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98년 사면으로 30년 만에 공민권을 회복해 자유인이 됐다. 현재 성공회대 교수와 사회교육원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새해 인사를 시작으로 '일하는 사람의 사상과 실천'에 대해 강의를 시작한 신영복 교수. 때로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때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강의를 이어갔다. 다음은 강의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초등학교 때 의자를 들고 서 벌을 받는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일하는 사람의 소외를 극적으로 보여준 그림이다. 우리가 만든 축적자본으로부터 억압이란 뜻이다. 의자를 든 그림은 오늘날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그림이다. 의자의 목적은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자리다. 의자의 목적대로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옆집 아줌마가 최근 우리 딸이 서울대 들어갔다고 자랑했다. 누구든지 삼촌이 검사라든지, 형이 교수라든지, 동창이 유명 판사라든지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 상품생산사회가 만든 구조화된 생각이다. 집에서 만든 물건은 왠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 아줌마들의 얘기가 가장 듣기 좋은 표현이다. 상품은 팔기 위해 만든 것이다. 잘 팔리기 위해 만든 것이 상품이라는 뜻이다. 상품은 상품속에 담겨있는 사용가치는 별 문제가 안되고 무조건 팔리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교환가치 일색으로 바뀌어진 사회다. 인간적 가치나 자질은 아름다운 것이다. 천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사회는 무엇이든지 등가물로 표현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기 딸의 서울대 입학은 곧 자기 머리를 닮았다는 뜻을 내포하고있다. 광목이 보리 한말이라 했을 때 광목과 보리 한말은 등가물이다. 이렇게 현재는 다른 뭔가 위장한 사회, 상품가치로 위장한 사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인간적 가치가 행세할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의자를 내려놓을 수 없는 사회가 현대사회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보며 누가 누구를 테러했는지 세계적 빈국이 강대국인 미국에게 무차별 공격으로 무너졌다. 세상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현 심정으로는 '눈이라도 펑펑 쏟아져 보기 싫은 세상을 잠시라도 보기 싫게 해주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구조는 자본주의 열강이 만들어 낸 구조다.
아프간 사태는 강자가 약자에게 무자비하게 군림하는 것이다. 근대사회 자본주의 300년 역사는 강철의 역사다. 모든 존재는 자신을 강하게 만들려는 역사다. 다른 사람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사회, 좋은 대학, 경쟁력 있는 회사 등 노심초사한 강철사회다. 강철역사 시대에 우리가 살고있다. 의자를 머리 위에 들고 있는 사회, 무자비 강자의 횡포가 꾸준히 지속적으로 행패를 부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 참담하기 짝이 없다. 이런 사회 논리적 구조 뿐 아니라 이런 체제가 인간적 관계 그 자체를 황폐화 시켰다.
자본주의 체제, 종속적 자본주의, 천민적 자본주의가 우리나라에 언제까지 갈 것인가? 나도 몰라. 그러나 논리적 이론적 사고를 한다면 비인간적 근본적 모순구조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엄청난 군사력, 정치력, 정보력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거대제국의 붕괴이유가 뭐냐? 인민을 우민화했기 때문이다. 우민화시킨 것이 자기 무덤을 판 것이다. 거대 로마제국도 폭력적 구조를 은폐하기 위해 인간을 우민화했다. 피라미드로 말하자면 하부구조가 썩어 무너진 것이다.
자본 축척은 근본적 모순체제다. 자본이 자본을 수탈하는 체제, 늑대가 늑대를 잡아먹는 체제와 마찬가지 형태로 바뀌어졌다. 큰 자본이 작은 자본을 흡수합병하고 있다. IMF가 대표적 예다. 우리나라 수익성 있는 기업들이 외국 자본으로 가있다. 자본의 축척을 우민화하고 있는 단계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된다.
이제 각자 수 불리기 등 존재론적 발상 즉 근대적 발상은 안된다. 연맹, 민노당, 진보당 등이 있지만 조직화된 곳이 없다. 조직화 수준의 낮다는 얘기다. 이런 단계에서 고민이 연대다. 연대는 노자 사상의 물의철학에 기초해야 된다. 이것은 약자들의 전략이다. 약자들의 실천 방법이 노자철학이다. 노자철학 중 물의철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패권경쟁이 횡행하던 무한 경쟁시대 약한 민초들의 전략전술 실천을 얘기한 철학이 물의 철학이다. 사람들은 물로보지 말라고 한다. "철수야 나를 물로보지마" 할 때가 있다. 물의철학에서는 도는 보이지 않고 물로서 자기철학을 설명했다.
물은 낮은 대로 흘러간다. 가장 인간이 싫어하는 것이 낮은 곳이다. 낮은 대로 흘러가 결국 도달한 곳이 바다다. 바다가 가장 낮은 곳이다. 바다는 모든 물을 다 받아준다. 연대도 이렇게 해야된다는 뜻이다. 상방연대보다 하방연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상방연대는 흡수 가능하다. 반드시 하방연대를 해야 된다. 민주노총도 하방연대를 해야하고 약한자 약한 사회와 무조건 연대해야된다. 이것이 결국 바다가 된다.
논어에 화의 부동이란 말이 있다. 군자는 화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화(평화 화)와 동(동일할 동)이 있다. 화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존의 철학이다. 동은 똑같이 요구하는 것이다. 동은 지배와 흡수의 논리며 제국주의적 논리다. 말, 언어, 종교도 똑같다. 강철의 논리를 말한다. 화의 논리는 동양의 논리다. 동의 논리는 존재론적 자본주의논리다. 화의논리는 연대론의 철학적 배경이 된다. 화의 논리에 기초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해야된다.
화의 논리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시킬 때라고 생각한다. 화의논리 보다 동의 논리로 가야된다는 생각은 적화논리, 흡수통일 논리다. 화의 논리는 서로 공존 서론 견제논리다. 동의 논리는 미국 패권논리며 세계화의 지배적 형태의 논리다. 동의 논리는 바로 숨막힌 사회다. 화의 논리는 새로운 문명논리 연대논리다.
화의 철학을 기초해서 만들어 가야한다. 억압적 구조에서 취약역량을 가지고 희망을 만들어 가야하는 것이다. 힘들어도 샛길은 없다. 사회를 바꾸어 내자. 정말 황폐화된 인간관계 삶의 일부로서 실천해야한다. 운동의 일부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 행할 때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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