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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만에 다시 조상의 슬기를 체험하게 된 낙동강 얼음 채취와 석빙고 얼음 저장행사가 최근 이상난동과 비 때문에 겨울철다운 매서움이 실종된 가운데 다소 차질을 빚었지만 무사히 재현됐다.

안동댐 민속촌 석빙고(보물 제305호)에서 1월 19일 민예총안동지부 석빙고보존회와 안동정보대학이 공동으로 재현한 석빙고 장빙행사는 백년만에 재현된 것은 물론 사라져가는 전통 민속놀이라는 관점에서 보도진의 열띤 취재경쟁과 이곳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에게 신선한 볼거리로 사라질 뻔한 우리 민속을 다시 찾은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수많은 석빙고가 문화유적으로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 낙동강 얼음채빙과 장빙행사를 가지므로 얼음채취 과정은 물론 석빙고의 얼음이 어떤 방법으로 채워지며 저장되는지에 대한 일체의 과정을 고증을 통해 민속놀이로 복원 재현하게 된 것이다.

석빙고 장빙행사는 여름철 낙동강에 잡힌 은어를 저장하기 위해 겨울철 강에서 얼음을 채취해 미리 석빙고에 채우는 전통 민속놀이로서 강의 얼음을 운반 가능한 크기로 자르는 채빙작업과 오늘날과 같이 현대화된 운송수단이 없었던 옛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한 소달구지로 얼음을 나르는 운빙작업, 석빙고에 얼음을 쌓아올리는 장빙작업이 시연되었다.

안동석빙고는 1737년(조선 영조13년) 예안현감이 사재를 털어 3년간에 걸친 작업 끝에 축조한 뒤 19세기말 고종 때까지 얼음 채우기와 임금님의 진상품으로 유명한 은어 갈무리가 계속돼 오다 이후 중단되었으며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지금의 민속촌으로 옮겨졌다.

석빙고 장빙행사 재현에 앞서 최근 겨울답지 않은 이상기상과 70밀리미터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려 얼음이 녹는 등 행사에 차질을 빚자 날씨가 추워야 석빙고에 얼음을 저장하고 임금님께 진상할 물품을 보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얼음이 얼기를 바라는 기원제로 전날인 18일 오후에는 수상동 영호루에서 230년만에 처음으로 추위를 기원하는 기한제(祈寒祭)가 올려졌다.

기록으로 볼 때 기한제는 최소 230년만에 다시 재현된 것으로 보고 있어 가뭄때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는 종종 있었으나 이 같은 추위를 기원하는 기원제는 이번이 전국에서 처음 이루어졌다.

북방신인 현명에게 얼음이 얼기를 기원하는 제사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486년(성종 17년)과 1663년(현종 4년) 음력 12월에 유난히 날씨가 포근해 강물이 얼지 않자 기한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으며 특히 영조 45년인 1769년에는 기한제를 지낸 직후 강물이 얼었다 하여 임금이 제관들에게 상을 내렸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석빙고 장빙 행사를 재현하기 위한 사전 행사이긴 하지만 겨울이 추워야 그해 농사에 병충해가 적다는 풍년기원의 뜻을 담아 봉행 했다는 의미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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