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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G대학교 S원 14층.

14층은 백혈병 환자 보호자들의 '쉼터'다. 이 병원에는 지하1층에 보호자 대기실이 따로 있지만 환자를 24시간 돌봐야 하는 이들에게는 너무 멀다. 그들에게는 허름하지만 환자들과 가까운 14층이 더욱 좋다. 이곳에서 보호자들은 모여 식사도 하고 백혈병에 관한 정보도 공유한다.

이곳을 찾아간 때는 지난 31일 오전 9시경. 보호자들이 모여서 환자들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이었다. 식사를 다하고 난 후 보호자들은 병원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정아무개(32.경북) 씨, 김아무개(47.인천) 씨, 문아무개(36.부산) 씨는 그동안 병원 생활을 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 "우리가 아까 먹었던 밥 얼마일 것 같애요? 1만3000원이예요, 1만3000원. 멸균식이라서 비싸다고 해도 너무 비싼 거 같애. 골수이식병동 밥 값은 한끼에 2만5000원이라고 하더라구요. 밥값은 의료보험도 안 되는데, 그래서 한달에 거의 돈 100만원은 깨져요."

- 한달에 병원비가 상당하겠네요?
정 : "나는 병원에서 50일 있었는데 그때 1650만 원 냈어. 더 많이 내는 환자들도 많아. 의료보험 있다해도 비급여 부분이 너무 많아서."

- 주로 어떤 약이 비급여예요?
정 : "백혈구 수치가 떨어질 때 맞는 백혈구 촉진제라는 게 있어. 그게 14개까지 보험처리가 되는데 1달에 25개 이상 필요하거든. 1개당 20-30만 원 정도 하니까 한달에 이 약값만 300만 원 정도 들어. 그리고 우리 남편은 주사 하나에 400만 원 하는 거 맞어."

- 무슨 주사길래 그렇게 비싸요?
정 : "간보호제라고 하던데…."
문 : "우리나라 의료보험 제도는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 우리가 감기 걸렸을 때 보험혜택 받으려고 의료보험비 꼬박꼬박 냈나? 중병에 걸렸을 때 도움받으려고 의료보험비 냈지. 병원 생활하면서, 백혈병 치료하기 위해서 일본으로 간 사람도 많이 봤어. 일본에서는 백혈병 환자 치료하는데 돈 하나도 안 든다고 하더라고."
김 : "이렇게 치료비도 많이 드는데, 병원 생활하다보면 왜 이렇게 돈 쓸 곳이 많은지 몰라. 돈이 돈이 아니라 종이야 종이."
정 : "처음에 우리 남편이 여기 병원에 입원했을 때 원무과에서 구입하라고 한 것이 있는데 그거 다 사고 나니까 20만 원이 넘더라고."
문 : "혹시 매점에서 샀어요?"
정 : "남편이 위급한 상황에서 생각할 겨를이라도 있나? 그래서 밑에 매점에서 샀지."
문 : "매점말고 다른 곳에서 사면 그만큼 안 나와요. 여기 매점 너무 비싼 것 같아요. 이 모자 있잖아요. 다른 약국보다 3000원이나 비싸요."
김 : "여기 매점에서 파는 것 중에 치약이 제일 차이가 많이 나는 거 같애. 여기서 닥터세닥 3600원 하잖아. 근처 약국에서 2800원 하고 슈퍼에서는 2600원 하길래, 매점 아줌마한테 물어봤지. 여기 왜 이렇게 비싸냐고. 그랬더니 아줌마가 하는 말이 약국에서 일부러 싸게 파는 거래."

- 아까 매점에서 건전지 샀는데, 1300원짜리 1000원에 팔던데요?
문 : "그건 의사가 필요한 거잖아요. 당연한 거 아니예요?"
정 : "하여튼 이 병은 돈 없으면 못 고치는 병이라니까. 10일 만에 한번씩 중간 계산서 나오면 입금해야 하잖아. 그때 돈이 없어서 나중에 내겠다고 하니까 원무과 직원이 대뜸 하는 말이 '그럼 병원비 올려놓을 거예요' 그러는거야. 한마디로 비싸면 싼 데로 가라는 거지 뭐."
문 :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3달 전에 김아무개 씨라는 분 있었잖아요. 그사람 돈없어서 병원에서 쫒겨났잖아요. 하혈하고 있는 환자를 끌어내니까 옆에 있던 다른 환자 보호자가 그래도 되냐고 따지니까 간호사가 제3자는 빠지라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 뭐 더 하실 얘기 없으세요?
문 : "한 가지 말 안 한 게 있네요. 환자들이 뭐 먹었고, 소변 언제 봤는지 적는 종이가 있거든요. 그것도 돈 받더라구요. 하루에 4번 정도 쓰는데 한 달에 종이값 2000원 내라고 하더라구요."
김 : "이제 환자한테 가봐야 겠네요. 아는 게 없어서 두서없이 얘기했네요."
정 : "저도 이만 가볼께요. 수고하셨어요."
문 : "얘기하고 나니까 속이 다 후련하네요 우리가 이렇게 얘기해서 시정되었으면 좋겠네요. 뒤에 들어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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