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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 - 상호확증파괴.

MAD는 냉전시대 미.소 핵전략의 핵심개념이다. 가공할 파괴력의 핵탄두를 양국이 보유하고 있는 탓에 역설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수 없다는 논리다. 반핵론자 입장에서는 그 이름만큼이나 '정신나간(MAD)'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지구 전체의 공멸이 불을 보듯 뻔한데 핵전면전을 일으킬 미치광이는 없을 것이라는 가정도 가능하다.

9.11 이후 미국의 이러한 핵전략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수십 명에 불과한 테러리스트들이 쌍둥이 빌딩을 무너뜨리고 펜타곤을 타격하는데 일만여 개에 이르는 미국의 핵탄두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핵무기의 파괴력이 워낙 가공스러웠기에 역설적으로 목숨을 버릴 각오로 잠입해 들어오는 테러범들에게는 전혀 억지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던 것.

미 조야의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미 국방부 산하 연구단체인 <국립공공정책연구소>는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서 실전에서 사용이 가능한 핵무기의 개발을 추진할 때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미국은 요새화된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소규모의 정밀유도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사실은 이러한 소형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가상목표물로 생화학무기의 지하생산기지나 테러범의 은신요새 등을 들고 있다는 것.

최근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이란과 함께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파괴무기의 생산국이자 불량국가 중 하나로서 북한을 지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로서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단순한 전쟁억지수단이 아니라 실전에서 명백하게 사용할 의도를 가진 핵무기를 북한에도 겨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확인이라도 하듯 9일자 LA타임스는 미 국방부의 비밀보고서를 인용, 부시행정부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7개국을 가상 적국으로 한 전술핵공격 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와이어드>에 따르면 지난 여름 존 워너와 웨인 앨러드 상원의원은 5킬로톤 이하의 핵탄두 생산을 금한 지난 1994년의 의회 결정을 뒤집으려 시도한 바 있다. 두 의원의 제안은 결국 통과되지 못했지만 이들은 에너지부가 저강도 핵무기의 연구를 지속할 것을 제안하는 명령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들의 이런 움직임은 정작 핵무기 개발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의 과학자들로부터는 반감을 사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가공할 핵무기를 수도 없이 만들어 왔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 탓에 오히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실전에서 실제로 사용할 의도를 지닌 소형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금기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냉전시대의 전략핵무기를 감축하는데는 적극적이면서 반대로 소규모 전술핵무기의 개발을 옹호하는 새로운 핵전략을 고수한다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에게도 실질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에서의 핵전쟁이 생각할 수 없는 가설에서 실제로 발생할 수도 가능성으로 바뀌는 것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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