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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방송 개국 그리고 난항
"시민이 직접 만든 영상물이 전파를 탄다"는 이상이 실현될 수 있는 본격적인 시민 액세스채널로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시민방송이 출범 초기부터 경영상의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시민 방송은 개국 초기부터 정상적인 방송에 들어가지 못하고, 하루 6시간동안, 51분짜리 영상물 하나를 반복하여 방영해왔다. 그나마 지난 19일부터 '시민포커스', '시민의 눈' 등의 4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수 차례 방송하며 시간을 채우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도 어설픈 구색맞추기에 불과한 행위.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과 약속했던 '하루 10시간 프로그램 공급'이라는 조건을 맞추기 위한 요식 행위인 셈이다. 사실상 제대로된 방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방송의 표류는 시민방송 자체의 내부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비영리법인'인 재단법인 시민방송과 이익창출이 목적인 '영리단체'인 (주)시민방송의 불완전한 공존이라는 요인에서부터 문제의 불씨는 존재했던 것.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해내지 못한 경영진의 태도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불완전한 동거의 시작 그리고 그 파국
문제의 발단은 바로 (재)시민방송의 빈약한 재정이었다. 위성방송의 채널사업자 등록을 위해서 필요한 자본금은 약 5억여 원. 그러나 (재)시민방송의 자본금은 1억7천만 원에 불과했다. 그래서 (재)시민방송은 채널사업자 등록을 위한 자본금 5억 중 3억5천만 원을 시민방송(주)로부터 지원받게 된 것. 그때부터 영리단체인 시민방송(주)와 비영리단체인 (재)시민방송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이때 (재)시민방송과 시민방송(주) 사이에 작성된 위성방송 시민채널 운영을 위한 '포괄적 업무 합의서'에 의하면 (재)시민방송과 시민방송(주)는 '자산을 공용' 하는 '위성방송 채널'의 공동이용자의 관계였다.
그러나 최근 (재)시민방송이 내부정비에 들어가고 시민방송(주)와의 관계정리를 선언하면서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시민방송(주)를 무관한 조직으로 간주하자 소속직원들이 지난달 27일 '시민방송정상화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
우리는 시민방송이라는 대의명분만 바라보고 모인 사람들인데
"우리는 시민방송이라는 대의명분만 바라보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시민방송정상화대책위원회 팀장인 송덕호 PD는 이러한 조치를 경영진의 독단적인 조치라고 반발한다. 그는 그들은 (재)시민방송과 시민방송(주)의 관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입사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작년 12월초 신문에 난 시민방송 구인광고에도 (재)시민방송과 시민방송(주)에 대한 구분은 제시되지 않았다. 단지 신문 광고 맨 앞에는 " Ctv 시민방송을 함께 만들어갈 사람과 컨텐츠를 찾습니다" 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을 뿐이다.
"고용 당시 (재)시민방송과 시민방송(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의문을 품었지만, 당시 이사님은 단지 (재)시민방송에 자금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했으며, 그런 법률적인 신분상의 문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결국 직원들은 이러한 말을 믿고 일을 해 온 것.
그러나 1월 중순부터 활동을 시작한 김석은 이사가 (재)시민방송과 시민방송(주)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법적으로' 시민방송(주)의 직원들인 이들의 문제가 부각되었다. (재)시민방송은 시민방송(주)의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의 입장이 없다는 것이 경영진의 입장. 공개채용에 응하면 "신입 3개월, 경력 1개월간의 인턴 과정" 후에 정식 채용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속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래도 일찍부터 시민방송에 참여해 온 우리들인데, 소수의 경영진의 영향력으로 이렇게 신분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것입니까."
이러한 방식의 독단적인 경영이 시민방송의 난항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시민방송의 정체성부터 확립해 나가야
"지금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시민방송의 상에 대해 물어보면 모두 다른 답이 나옵니다."
송덕호 PD는 아직도 시민방송의 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의 독단적인 견해나 외부의 의견이 시민방송의 운영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손쉽게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시민방송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시민방송만의 운영철학을 세우는 것.
"그렇게 되려면 운영위원회가 정상화되어야죠. 하지만 현재 47명에 이르는 운영위원회는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운영위원회는 주로 시민단체와 관련있는 이나 학자 등의 명망가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비록 이들은 높은 도덕성이나 시민방송에 대한 식견은 지니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실질적인 운영활동 참여는 저조한 편.
"그분들도 모두 바쁘신 분들이거든요."
결국 이러한 운영위원회로는 시민방송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영진의 독단을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송덕호 PD의 지적이다.
결국 전문성을 띈 운영위원회의 구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 시민방송정상화대책위원회의 주장. 운영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시민방송의 정체성을 확립함은 물론, 현재는 이사회의 자문기관인 운영위원회가 실질적인 최고의결기관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소수의 경영진의 판단에 의해 시민방송의 정체성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막고, 일관된 정책을 수행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퍼블릭 액세스 그리고 우리의 권리
현재 (재)시민방송이 처한 입장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직 통합의 문제 뿐 아니라 재정의 부족도 큰 문제. 시민채널의 재원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방송발전기금이 신청금 38억 원의 삼분의 일 정도에 불과한 10억8000만 원만 책정된 것. 백만인 후원인 모집 운동도 사실상 그 성과가 크게 미진한 상태이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고 냉소어린 비난의 눈길만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시민이 직접 만든 영상물이 방송의 형태로 구현될 수 있는 시민 액세스채널의 실현은 단지 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성과나 책임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랜 기간 여러 시민단체, 시청자 단체가 참여하여 얻어낸 성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축적된 자본을 가진 존재만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방송이라는 지평을 좀 더 많은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인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여러 시민단체와 학술단체 그리고 시청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 일구어낸 기회가, 조직 내부 문제 때문에 침몰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시민방송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로 취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시민방송이 겪고 있는 진통과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이 장차 이 시대의 시청자가 누리게 될 퍼블릭 액세스의 형태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 절차는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권리를 찾아 나가는 과정과도 연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시민채널이 처한 입장에 대한 시민단체와 시청자들의 관심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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