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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은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시민들이 '감히' 정치인들에게 '옐로카드'를 내민 것이다. '새천년 맑은 정치'를 내걸고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 운동은 수도권 지역의
100% 승리라는 놀라운 성과와 함께 시민의식의 성장이라는 의의를 남긴 큰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러 다시 선거철이다. 민주당이 당내 경선제도를 도입하였고 이어 한나라당, 진보연대 경선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선이 시민들의 관심 대상 1호로 떠오르는 동안 두 대세론이 위력을 잃었고 선거 열기가 과열되면 항상 그랬듯이 색깔 논쟁이 한창이다.
이러한 변화를 시민 세력의 개혁 의지가 표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가하면, 단순히 각종 게이트 등 현 정세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단기적인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당시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참여연대는 지금의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한 이번 당내 경선과 2002년 대선에서 시민운동의 방향은 어떠할 것인가? 참여연대 김민영 시민감시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민주당 경선의 긍정적인 점과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제까지의 정치는 1인 보스 체제로 이루어졌다. 공천권의 행사가 정당 지배의 핵심이었고 차기 대선주자까지 지명되는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정당은 닫힌 구조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민주당 경선은 그러한 시스템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정당과 보수후보가 강세를 보여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어긋났다. 시민들의 개혁 열망이 훨씬 더 크고 강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초의 정치인 팬클럽이라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그들의 역동성은 신선한 충격이다.
과거 정치인들의 집회에 동원된 유권자들과 OO 산악회, XX 향우회같은 선거운동조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지 후보를 위해 헌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시민의식의 발전이다.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향우회나 동문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연과 학연 중심의 선거, 선거 브로커들이 활개치는 선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외면과 비난의 대상이었던 정치가 다시 여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당원·대의원을 제외한 이들 50%가 이변을 일으키는 힘이라고 생각하며 적절한 시점의 적절한 개혁의 방도였다."
- 민주당 경선의 한계와 비판지점을 지적해본다면?
"우선 진성당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정당 현실에서 경선이 완벽한 의미를 지니기는 어렵다.
첫 번째 문제는 경선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정치자금 공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자금에 대해서 당선관위에서도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모금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선관위에서는 전차 대통령의 선거비용의 1/10인 31억까지 모금을 하여 경선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고 있지 못하다. 올해 정치인들의 모금한도액은 6억원이고 이 중 2억 5천이 기탁금이다. 3억 5천으로 전국 선거를 하라는 건데 이건 우리가 보기에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에서 각 후보에게 회계 장부 공개를 요구하여 약속까지 받았지만 막상 아무도 공개 안한다. 이같은 경선 비용에 대한 불협화음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선거가 돈 중심으로, 그것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동원되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부작용은 더욱 심하다. 각종 비리와 게이트가 정치자금과 무관하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 아무도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국민선거인단 선출 문제이다. 국민선거인단으로 뽑힌 사람들 중에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국민선거인단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국민선거인단이 된 유권자의 신상명세가 공개됨에 따라 집중적인 선물·향응 공세가 쏟아진다. TV 토론이나 각종 신문 등 미디어를 통해 각 후보들과 선거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선거인단의 신상명세가 공개되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이제까지 제기되어왔던 여러 가지 쟁점들이 유권자의 선택에 있어 얼마나 유의미한가라는 점이다. 색깔론이니, 연좌제니 하는 것들이 후보의 자질을 밝히는 것, 국민들의 삶의 질을 바꿔놓을 정책결정과 얼마나 관련이 되어있느냐? 이런 저질 시비거리에 불과한 내용을 가지고 대단한 것인양 호도하는 행위는 경선의 참의미를 깎아먹을 위험이 있다. 경선 뿐만 아니라 대선에서도 후보의 자질 검증을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제시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짚을 수 있다.
첫 시도이니만큼 한계가 드러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좀더 보완하려는 쪽으로 노력해야할 것이다. 이것을 시민운동 진영에서 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세를 꼼꼼히 분석하여 대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 앞으로 한나라당과 진보연대 경선도 이루어질 것이다. 이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나라당 경선의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치열하고 재밌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나라당의 경우 경선을 주중에도 하겠다고 하는데 거기에 자발적으로 참가할 정도로 열성을 가진 당원과 시민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는 다소 회의적이다.
진보정당도 정말 잘 했으면 좋겠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진보정당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연대라는 방식도 중요하지만 우선 자기 실력을 쌓는 것이 필수적이다."
- 2002년 대선에서는 과거와 같은 낙천·낙선운동이나 그 외 구체적인 활동사항은 없는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캠페인 이외 구체적인 활동은 잡혀있지 않다. 낙천·낙선운동은 떨어뜨릴 인물은 제시하였으되 뽑아야할 인물은 제시하지 못한 '네거티브' 방식의 운동이었다는 한계를 가진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을 폭발적으로 담아냈다는 성과를 남겼지만 그런 열망을 사후적으로 조직화해내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였다. 올해 대선에서 이런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은 쉽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DJ 정권은 전체적으로 실패한 정권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각론에서의 평가가 내려지고 있으며 부패·재벌 개혁 등 여러 영역에서 '형식적 개혁'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대해 이것이 DJ 개혁 자체가 잘못된 것이냐, 아니면 개혁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한계냐는 물음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번 대선에서 드러날 것으로 본다.
이미 경선 과정에서 시민들은 '제대로 된 개혁'을 요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개혁에 대한 열의는 식지 않았고 오히려 완성도 높은 개혁, 실질적 개혁을 바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참여연대 또한 그러한 열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연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어떠한 활동방향을 계획하고 있는가?
"이번 대선은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은 차기집권 5년동안의 사회구조와 정책들을 모두 내놓고 선택하도록 하는 장이다. 새로운 사회개혁의 아젠다 세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에서도 이제까지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100여개 이상의 개혁 아젠다를 가다듬고 있다.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현재로서는 정치자금법 개정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대선의 경우 선거 자금의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97년 여야당의 대선 자금으로만 1조원이 들었다. 선거철이 되면 농촌에 일손이 딸려 모내기도 못한다는 말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고간다.
동시에 선거가 반유권자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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