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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성공회대 대학원재학. 26) 씨는 지난해 10월 학사사관 후보생 지원을 했다. 경제적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김 씨는 월급을 받으면서 군복무를 마칠 수 있는 학사장교를 통해서 군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김 씨는 체력검정과 신체검사 및 면접평가를 치르고 나서 그해 12월 29일 단국대 학군단으로부터 1차시험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제 김 씨는 신원조회만 통과하게 되면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던 김 씨는 이듬해 3월 14일 학사사관 후보생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이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했다.

병무청, 기무사, 학생중앙군사학교에 불합격 사유를 문의한 결과 김 씨는 국가보안법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불합격 처리됐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들었다.

기무사 측이 김 씨에게 불합격판정 근거로 들이댄 것은 '장교, 준사관 및 하사관은 사상이 건전하고 소행이 단정하며 체력이 강건한 자 중에서 임용한다'는 군 인사법 제10조 1항. 결국 김 씨는 시국사건 전력이 있어서 '사상이 불건전하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김 씨의 시국사건 전력은 99년에 단국대학교 야간강좌 총학생회장에 선출되어 당연직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의원으로 지명됐고 이로 인해 99월 5월 검찰에 국가보안법 7조 4항에 의해 입건된 것이 전부다. 더군다나 당시 가담 정도가 극히 약해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김 씨는 '사상이 불건전하다'는 추상적인 기준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 억울해 참여연대에 협조요청을 하고 학생중앙군사학교에 이의제기했다. 그러나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16일 서울행정법원에 학생군사중앙학교장을 피고로 '학사사관임용불합격처분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로 한 달 동안 구치소에서 고생을 했는데 또 다시 불이익을 당한다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며 "합격자 명단에 빠진 이유가 사상의 불건전성이라는데 사상의 불건전성을 누가 판단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김정식 씨를 대리해 소송을 제기한 참여연대 장유식 변호사는 소장에서 "내면적이고 추상적인 기준이 과연 학사사관을 선발하는 기준으로 타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군인사법 제10조 1항은 학사선발의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이를 근거로 한 불합격처분은 부당하다"고 불합격처분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김 씨는 승소를 해서 학사장교가 되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니다. 이번 소송을 통해 국가보안법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지원자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개인적으로 장교가 되기 위해 소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의 이중성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설사 합격이 돼 장교가 된다고 하더라도 일이 이렇게 커진 이상 내가 그곳에서 어떻게 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 다른 지원자들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를 빼았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한편 김 씨는 올 3월에 불합격 처분을 받자마자 휴학을 하고 사병으로 군지원을 했다. 올 6월에 입영통지서가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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