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옆집 형이 평소에 가방을 메고 유치원을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학교에 가겠다고 가방을 사달라고 첫째 녀석이 졸라댔었다. 엄마가 일을 보기 위하여 잠깐씩 나갈 때 같이 따라나서는 것 외에 하루 24시간을 온종일 집에서 엄마, 동생과 지낸다고 생각해 보면 밖으로 나다니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가방을 메고 다니는 옆집 형의 모습이 더 멋있어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가방에다 평소에 자기가 자주 보는 비디오 테이프들을 몇 개 넣어서 그것을 짊어지고는 현관 앞에서 두손을 모으고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녀석이 정말 학교(학원)를 다니고 싶은 모양이로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다니기 시작하면 그게 곧 시작이고 앞으로 성인이 될 때까지 줄기차게 이곳 저곳을 쉬지 않고 다녀야 할 텐데. 그런 생각에 가급적 녀석이 조금 더 클 때까지 집에서 엄마와 지내게 하고(더군다나 동생이 있으니까, 덜 심심할 것 같기도 했고), 학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데는 조금 늦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요즘에는 예습, 복습 차원이 아니라 선행학습이라고 해서 초등학교 저학년때 배울 것을 이미 유치원에서 끝내야 하고, 마찬가지로 중학교 과정을 초등학교때 마스터 해야 한다니... 왜 그래야 하는지 너무나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먼저 배운다고 해서 한 사람이 정규교육을 끝마칠 때까지 더 많은 내용을 배우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단지, 좀 더 나은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입시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그 준비를 조금 더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결국은 대학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어쨌든 그래서 지난 3월부터 어린이집이라도 보내주기 위하여 애들 엄마가 몇 곳을 알아본 모양인데, 허허, 이런... 월 수강료가 장난이 아니다. 괜찮다 싶었던 곳은 한달에 30만 원을 내야 한다나. 아니, 내가 한달에 받는 월급이 얼만데 그 중에 30만 원을 낼 수가 있단 말인가. 어쩔 수 없이 그곳을 포기하고 다음에 알아본 곳에서는 14만 원 정도(하지만 나중에 보니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체육복 준비한다고 얼마, 실내화 사야 한다고 얼마, 뭐 한다고 얼마...). 결국 애들에게 어떤 과정으로 사회생활을 익히게 하는지와는 상관없이 단지 월 수강료가 어느 정도인지에 의해 첫째가 다니게 될 어린이집이 결정되었다. 그런데...
이미 정원이 차있는 상태라 당장은 다닐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자리가 비게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지난 1일부터 드디어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온 녀석에게 내일 다시 갈 것이냐고 물어보면 으레 다시 간다고 대답한다. 오늘은 또 과천으로 소풍을 갔다 왔는데, 원숭이도 보고 오리도 보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런 녀석을 보면서 그래도 보내기를 잘 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부디 많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익혀 나가길 빌 뿐이다.
덧붙이는 글 | 형이 가방을 멘 모습을 보고 동생도 따라서 가방을 메고 다니는 시늉을 합니다. 확실히 동생은 형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 나가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