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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귀에서 밤낮 소리가 들려요"를 독자들이 많이 읽어 주시고 답 글을 보내 주었다. 사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조차 지금까지 아내는 알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이 글을 나의 아내가 읽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편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쩜 당연하다. 물론 그런 것쯤은 무엇이든 감수할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아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가슴 두근거리는 모험이기도하다.

천안 D대학병원에서 MRI를 찍은 후 사진판독으로는 이상이 없었으니 두통과 신경 계통의 안정을 위하여 약을 복용하는 중이어서 다소 진정 국면을 보이기는 하나 아직 확실한 호전을 말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런데 아내가 자가용 지프차를 타고 외출하고 없을 때에 전화가 걸려 왔다. 받아보니 '동방아동복지회'의 직원이라면서 아내의 이름을 말하며 전화 회신을 달라고 하였다. 나는 그때 그것이 무슨 전화임을 알 수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미 여러 번의 미국여행경험을 통하여 아내가 알게 된 방법으로서 몇 년 전에 '홀트아동복지회'의 주선으로 입양하게 되는 아기를 에스코트하는 봉사로서 복지회에 내는 성금 36만원 정도만 내면 세계 어느 선진국가이든지 왕복 비행기표를 제공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외출하고 돌아 왔을 때 나는 잘 모르는 척 하면서 "무슨 복지회 직원이라면서 전화 왔던데… 내일까지 전화를 달라던데…" 하였더니 아내는 그제 서야 실토를 하듯이 "복지회에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더니 금방 연락이 왔네. 날짜가 나왔나?"하고 대답하였다.

요즘 안면도는 연일 꽃박람회 손님이 계속되고 있어서 우리 집에도 무슨 시찰 모임이다, 무슨 동창회다. 무슨 선배다 하며 외부 손님이 방문하게 되는 계획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아들 녀석이 결혼을 앞두고 집을 장만하고 이사를 준비해야 하는 일, 또 무슨 선거와 관계되는 일이 몇가지 있지만 아내의 출국 날짜는 본이 아니게 삼일 후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쾌히 아내에게 "어쨌든 잘되었네 그래, 장모님이 살아 계실 때 한번 더 찾아뵈어야지" 라고 했더니 아내가 하는 말이 "당신도 함께 갔으면 좋겠는데 기간이 끝난 비자를 빨리 발급 받습시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의 입장이 함께 갈 수 있는 입장이 못 되거니와 제 발급신청의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에 포기할 수 밖에 없음을 아내도 인정하고 이해하고 있었다.

결국 아내는 지난 화요일 나의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찾아와 40년 만에 만났을 때 아내도 출국준비를 밤으로 미루어 놓고 식사도 함께 하고 꽃박람회도 함께 가보고 돌아왔으며, 피곤한 줄 모르고 밤새워 준비하고 수요일 오후에야 상경하여 15일 목요일 아침에 공항에 나가야 한다면서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여기서 잠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나의 아내의 친정 사정을 좀 말하고자 한다. 아내의 친정 가족들은 전부 미국으로 이민간 지 십 년도 훨씬 넘었는데 그동안 아내는 부모가 그리울 적마다 몇 년에 한번씩 미국을 다녀오곤 했었으니 이번이 내 기억으로는 네 번째인 것 같다.

그런데 장인 어른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으나 장모님은 89세로 살아 계시며 처남 가족과 처형들의 가족들도 다 재미교포가 되었다. 나도 학위관계로 미국에 가기도 하였으며, 한 때는 미국에 이민하고 싶은 충동으로 맘이 들뜬 때도 있었으나 지금껏 내 조국의 향취를 즐기며 농어촌의 자연에 심취하여 살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아내의 신경성 염증 같은 원인이 치료 될 수 있도록 환경이 개선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내가 자라온 환경도 내가 짐작키로는 1남 4여 중에 4녀이고, 처남은 막내둥이이니 연세 많으신 부모님의 사랑을 만족할 만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형제들과의 종교적 갈등도 적지 않는 문제일 것이나 무엇보다도 무능한 남편을 만나 이루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갈등도 결코 적지 않았음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아내여! 우리의 인연이 어찌해서 맺어졌든지 인생이란 무엇이든 넓게 생각하며 살자꾸나. 불행한 것을 골똘히 생각한다면 누군들 슬프지 않으며 또 아픔이 없으리. 모든 것을 속을지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일으켜 세워 허무의 생을 즐기면서 살자.

그리고 나보다 더 불행한 인생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봉사하며 사는 것으로 작은 일에도 보람과 의미를 가지고 살자. 아내여 그대의 마음의 뜰 안에 행복의 향기가 깃들기를 기도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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