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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앞두고 축구공 등 스포츠용품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알리며 초국적 기업의 노동착취에 반대하는 운동이 활발히 진행된다.
"아이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축구공을 꿰매요."
89개국 2천여 단체들로 구성된 '아동노동 반대 글로벌마치(아래 글로벌마치)' 소속 활동가로서 24일 방한한 토코 씨는 말한다.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죽 조각들을 실로 꿰매야 한다. 파키스탄과 인도 등 대표적인 축구공 생산국들에서는 많은 아동들이 이 일에 종사하고 있다.
2000년에 발간된 '축구의 그늘'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펀잡 지방에서만 축구공을 만드는 아동이 1만 명 가량 된다. 또 ILO(국제노동기구)는 파키스탄의 시알코트 지방에서 1만5천명이 넘는 아동들이 축구공 바느질 일을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들 축구공의 제조업체는 아디다스와 같은 초국적 기업이다. 코카콜라나 이코노미스트를 홍보하는 축구공도 아동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어두운 방에서 가죽조각을 꿰매는 일을 장시간 하다보니, 아이들은 항상 등과 목에 통증을 느끼고 실을 잡아 다니느라 손가락이 비틀어지기 십상이다. 또 시력을 잃는 경우도 있다."
토코 씨는 아이들의 건강 상태 뿐 아니라 임금도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한 집에서는 세 자매가 한 조로 일을 해 하루 평균 4∼5개의 축구공을 꿰매는데 이에 대해 받는 돈은 미화로 2달러도 안 된다. 축구공 산업에 종사하는 어른들 역시 공식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있다. 올해 초 글로벌 마치가 인도 펀잡지방에서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성인노동자들은 하루 최저임금 82.08 루피아에 못 미치는 58루피아를 받고 있었다.
토코 씨는 "축구공 바느질에 대한 임금이 워낙 낮아, 아동들은 가족을 돕기 위해 불가피하게 학교를 못 가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은 아동노동을 근절하기 위해서도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빈곤가구 아동들이 학교를 가지 못한 채 일을 해야 한다면, 빈곤과 문맹의 악순환은 대물림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글로벌마치의 필립 씨는 "피파는 월드컵 공식 축구공 제조업체인 아디다스 등의 노동조건 및 아동노동 사용 여부에 대해 감독을 거쳤다고 하지만, 우리들로서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필립 씨는 파키스탄에서 월드컵 로고가 찍히는 홍보용 축구공을 만드는 아동들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아시아모니터센터의 김애화 씨는 "스포츠 의류와 신발도 대부분 25세 미만의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저임 노동으로 만들어지"고 "한국이나 대만 기업들이 이들 산업분야에서 초국적기업의 하청업체로서 노동착취를 하는 일이 잦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제민주연대,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등 국내단체들과 홍콩에 있는 아시아모니터센터(AMRC) 등 10여 개 단체들은 '노동자·아동 노동착취 월드컵 후원 초국적 기업반대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27일부터 '스포츠 산업과 노동자들의 인권'을 주제로 거리캠페인과 토론회 등을 열 예정이다. 27일 아침 10시 30분 영상미디어센터(옛 동아일보사 건물)에서 열릴 기자회견에는 해외진출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아시아 노동자와 축구공을 꿰매는 일을 했던 인도 어린이 소니아씨가 참석해 열악한 노동실태를 생생하게 폭로한다.
덧붙이는 글 | 인권하루소식 2002년 5월 25일자(제2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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