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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달러가치의 급락이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달러가치가 완만하게 떨어지면, 이는 미국경제의 불균형 해소와 세계경제 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세계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미 달러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다. 95년 4월부터 올 2월까지 거의 7년간 미 달러가치는 주요 교역대상국의 통화에 비해 40%나 올랐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증가로 수입이 늘면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가 넘을 정도로 확대됐지만 자금유입규모가 이를 넘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자금유입이 크게 줄고 있다. 미국 정보통신산업의 위축으로 직접투자자금의 유입이 줄어들었다. 여기에다 채권과 주식투자를 위한 자금유입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435억달러에서 올해 1∼2월에는 134억달러로 줄었다. 미국 주가가 떨어지자 외국인들이 '미국주식 사기'를 꺼리고 있으며, 미국과 다른 선진국 사이의 채권수익률 차이가 좁혀짐에 따라 채권투자 자금유입도 줄어드는 추세다.
세계의 투자자들이 달러 약세를 추세로 판단한다면 미국의 주식과 채권을 내다 팔 것이다. 이 경우 달러가치는 더 떨어지고 주가 등 자산가격의 하락과 더불어 소비가 위축되면서 미국경제는 이중침체를 겪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유로지역이나 일본의 경제 회복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아 앞으로 달러가치가 완만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미국경제의 불균형 해소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서는 미국 이외의 세계경제가 내수중심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의 수요가 위축되고, 이는 수입감소로 이어져 경상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반면 달러약세에 따른 유로나 엔의 강세는 이 국가들의 내수회복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유로지역은 물가가 예상보다 높아 금리인상을 포함한 통화 긴축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 강세는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물가가 안정되면 정책당국이 통화정책을 신축으로 운용해 내수를 부양할 것이다.
한편 엔 강세로 일본의 경제정책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경제는 현재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져 있는데, 여기에 엔화 가치가 더 오르면 일본의 물가하락 압력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이 구조조정을 앞당기고 통화공급을 늘릴 것이다. 이는 결국 일본경제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해 소비 등 내수회복의 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아시아 경제도 달러약세에 따른 자국 통화의 상대적 강세로 내수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수입수요감소에 따라 아시아 각국은 수출보다 내수증가를 도모할 것이다. 통화가치 상승에 따른 저물가·저금리와 함께 아시아의 젊은 인구구조도 소비를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경제가 홀로 높은 성장을 하면서 세계경제를 이끌어왔다. 이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들이 97년 경제위기로부터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경제는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등 불균형 상태에 빠졌다.
이제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내수중심의 고성장을 하면서 미국의 불균형을 해소시키고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어갈 것이다. 지금의 달러 약세가 이를 시사해준다.
이런 세계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선 97년 이후 미국에 편중된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미국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가 더 높은 성장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으로 몰려들었던 세계 투자자금이 이제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자금은 경제규모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기술과 결합된 직접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셋째, 우리는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달러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앞으로 달러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을 줄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원화 강세를 우리 산업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대한매일(2002.5.27)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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