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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명은 여자이고
48명은 남자입니다.

90명은 이성애자
10명은 동성애자입니다.

20명은 영양실조이고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입니다.


후배 집에서 이쁜 표지를 보고 빌려서 집으로 오는 길, 마을 버스를 기다리면서 다 읽어버렸다. 분량으로 따져보자면 잡지의 기사 한 꼭지 분량이 될까 말까 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은 60억 인구의 성격을 다 볼 수 있다.

세계를 100명의 마을로 축소시켰을 때,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잘 느끼지 못했던 '우리 마을' 사람들을 살펴보게 한다.

복잡하고 많은 세계이지만, 내 주변에 정작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어떤 상태인지를 한번에 알기란 참으로 힘들다. 이 책은 단순화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이 세계의 사람들이 처해 있는 상태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단순한 통계나 도표처럼 딱딱하고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위치하고 있는 나와 주변의 관계들을 살펴보게 한다.

마을 사람들 중
1명이 대학 교육을 받고
2명이 컴퓨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14명을 글을 읽지 못해요.


우리는 종종 힘을 가지고 주류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만 보고 산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회적 소수인 여성이 숫적으로 남자보다 많으며,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 그리고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과 굶어죽기 일보 직전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동성애자가 전 인류의 10%나 된다는 사실을 각인하기도 쉽지 않다.

실제 우리 마을은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부와 교육, 안전이 담보된 사람들은 소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 소수가 세계의 대부분의 부와 에너지를 사용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사람들이 우리 마을에 살고 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함께 교육도 받고, 안전한 집에서 쉬기를 원하고 있다. 주류만이 마을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눈이 따뜻해진다. 책 속의 이쁜 색감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번 마을을 돌아보고 나면 어느새 '우리마을' 사람들을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사람 편

이케다 가요코 지음, 더글러스 루미즈 영역, 한성례 옮김,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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