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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빙은 생애에 여러 여가수들과 작업을 같이 했었다. 갈 꼬스따, 미우샤, 빠울라 모렐렌바움, 사라 본, 이따르마 꾸락스, 안나 까람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엘리스 헤지나까지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만 이 정도이니 그와 작업했던 아티스트는 그야말로 특급이요. 일류라는 말이 무색치가 않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다름아닌 지금 소개하려는 엘리스 헤지나와의 듀엣앨범인 Elis & Tom이다. 그녀는 강한 성격으로 스스로 작품을 선택했었고, 밀턴 나시멘또, 조앙 보스코, 이반 린스, 질베르또 질 등 지금은 초일류가 된 작곡가들의 작품을 최초로 수록하는 열정을 보였으며, 조빙 역시 그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서 보통의 보컬리스트가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전작 이후 1974년 조빙은 엘리스 헤지나와 조우하게 된다. 한 눈에 그녀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버린 조빙은 듀엣앨범의 녹음을 제의했고 엘리스 헤지나는 그를 흔쾌히 승낙하여 이 불후의 명작을 발매하게 된 것이다.

전작에서 처음 소개되었던 명곡 Aguas de Marco로 음반을 시작한다. 이 곡은 전작 'Jobim'에 수록된 곡에 비해서 훨씬 듣기가 부드러워졌다. 전체적으로 많이 달라진 편곡을 통해서 그리고 둘이 같이 부르는 기분좋은 청량감이 드는 곡으로 수많은 해석이 있는 곡이지만 조앙 질베르또가 부른 해석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해석이라고 생각이 든다.

단촐한 기타소리에 맞추어 섹시하게 읊조리는 엘리스 헤지나의 목소리가 지극히 아름다운 Pois E, 몽환적인 일렉트릭 피아노연주가 너무도 아름다워서일까? 전형적인 보사노바의 스테레오 타입을 보여주는 곡이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진부하게 안 느껴지는 지극히 신선한 곡 So Tinha de Ser Com Voce, 비극적으로 전개되는 현의 멜로디가 애절한 발라드 스타일의 Modinha, Triste의 가장 아름다운 해석중 하나로 음폭이 적은 타악기와 상대적으로 현대화된 피아노연주와 일렉트릭 기타가 도회적인 그리고 선연한 서정미를 가진 고운 느낌의 선을 그려낸 곡이다.

전혀 다른 곡같은 편곡이 놀라운 Corcovado는 원곡에 비해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해석된 곡이다. 우울함으로 가득한 현악 편곡과 Elis Regina의 불가해한 슬픔을 전달하는 목소리또한 매력적이다. 어떻게 똑같은 곡을 이리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인지 조빙이라는 인물이 지니고 있는 광대무변한 음악적 능력에 찬사를 아니 보낼 수 없는 곡이다.

짧디 짧은 시간동안 피아노와 엘리스 헤지나의 목소리로만 진행되는 지극한 소편성에 묻어나는 슬픔이 오히려 더욱 지극한 O Que Tinha de Ser, 흡사 레퀴엠을 듣는 듯한 조빙의 능력에 감탄에 또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거기에 절절한 슬픔을 약동감 있게 표현한 엘리스 헤지나의 목소리에 찬연하게 빛나는 그녀의 아우라가 폭발직전의 감정의 극한으로 몰아가는 곡 Retrato Em Branco e Preto, 극적인 분위기의 환기라고 해야할런지….

유려한 리듬, 미려한 멜로디라는 보사노바의 공식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모범답안 Brigas, Nunca Mais, 50년대의 올디스를 연상시키는 현악편곡과 엘리스 헤지나의 보컬이 그 당시의 애수 띤 낭만을 전해주는 지극히 서글픈 아름다움을 갈무리하고 있는 곡 Por Toda a Minha Vida, 어떤 이펙트도 안 걸린 클린 톤의 일렉트릭 기타와 음폭이 적은 퍼커션, 그녀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지극히 재지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곡 Fotografia, 조빙과 엘리스의 목소리와 현으로만 진행되는 다소 실험적인 모습을 지닌 곡 Soneto de Separacao, 너무도 청초한 엘리스 헤지나의 목소리와 지극히 소편성의 연주가 기분좋은 환기를 이루는 MPB씬의 전설적인 히트곡인 Chovendo na Roseira,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느린 템포와 나른한 노래가 다소 몽환적인 풍미를 보이는 Inutil Paisagem 사족이지만 이 곡은 유미르 디오다또가 연주한 곡도 굉장히 아름답다.

이 작품은 Jobim이 모든 작곡과 피아노와 기타연주, 몇 몇 곡에서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고,거기에 현악편곡까지 모든 부분을 맡았던 조빙의 음악적 역량이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음반이다.

더욱 정교해지고 유럽적인 풍미를 조금 더 가미했으며 훨씬 현대화된 연주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장면이다. 이후 엘리스 헤지나가 알콜과 코카인 중독으로 이른 나이에 요절했을 때까지 조빙과 그녀는 다른 앨범을 발매하지 않았다. 이 두 명인이 만나서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이 수록되 있는 음반이다.

더욱 시각적으로 들리는 구현화된 이미지가 담겨있는 멜로디와 노스탤지어를 한 껏 그리게 하는 현대적인 연주 속에서의 지극히 온화하고 복고적인 느낌. 보사노바와 조빙.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청취해야 하는 음반이 아닐까 싶다.

수록곡

01. Aguas de Marco
02. Pois E
03. So Tinha de Ser Com Voce
04. Modinha
05. Triste
06. Corcovado
07. O Que Tinha de Ser
08. Retrato em Branco e Preto
09. Brigas, Nunca Mais
10. Por Toda a Minha Vida
11. Fotografia
12. Soneto de Separacao
13. Chovendo Na Roseira
14. Inutil Paisa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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