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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들의 도보행진 경주로 향하는 길목에서...
중증장애인들의 도보행진경주로 향하는 길목에서... ⓒ 김용한
"저희들의 긴 여정 속에 함께 한 여러 도움의 손길에 감사하며, 함께 한 장애우들이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경주에 도착을 하게되어 기쁜 마음뿐이다."

지난 6일 대구 시청을 출발하여 금호- 하양- 영천을 거쳐 경주에 이르는 52Km의 대장정 길에 오른 중증장애인 9명은 첫날은 태풍의 영향 속에서도 추위와 싸우면서 강행군을 하였고, 이튿날에는 쨍쨍 내리쬐는 무더위와 싸우면서 생전 처음 경주의 국도를 밟았다.

무더위와 싸워야했던 장애우들 묵묵히 걸어가는 중증장애우들
무더위와 싸워야했던 장애우들묵묵히 걸어가는 중증장애우들 ⓒ 김용한
기자도 그들의 행진이 궁금하여 오후에 가까스로 행진구간인 경주의 길목인 아화 지역에서 그들을 만났다. 기자가 도착했을 당시에는 그들은 아화 지역에서 잠시 물을 마시면서 쉬는 터라서 접근이 용이했다.

현장에는 경북경찰청 소속의 순경들이 대원들의 행진 안전을 위해 에스코트를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순경은 교통지도를 하면서 막힌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있었다. 대구까지 올 때에도 대구경찰청 소속 순경들이 뛰면서 걸으면서 대원들의 안전을 살피느라 구슬땀을 흘린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경찰관들도 한몫 교통흐름을 돕는 광경, 아화소속 순경
경찰관들도 한몫교통흐름을 돕는 광경, 아화소속 순경 ⓒ 김용한
이번 행사는 대원들이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독립생활홍보'를 위한 첫 단추를 꿰는 자리라서 대원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하지만 초보인 대원들이 대부분이어서 장시간 도보행진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대원들은 잦은 경련과 신체적 피로로 천근만근처럼 무거운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 행사는 중증장애인들이 사회에 대해 그리고 자신들에 대해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사회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자"고 다짐하는 자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물을 먹여주는 한 자원봉사자 "물을 먹고 기운내서 가자"
물을 먹여주는 한 자원봉사자"물을 먹고 기운내서 가자" ⓒ 김용한
최창현 대표는 선두와 후미를 오가면서 수시로 대원들의 상태를 파악하면서 뒤처진 대원에게는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너무 앞선 대원에게는 완급을 조정하면서 대원들과 함께 가자고 추스르기도 하였다. 자신도 몸이 불편하여 남의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전동휠체어를 타고 내리고 물을 마실 수 있는 처지에 있음에도 최 대표의 대원사랑은 남달랐다.

그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면서 처음 참가하는 대원들을 향해 "할만 하나?"라면서 수시로 몸상태를 물었고 "목마르지 않느냐?"면서 하나 하나 세심하게 대원들을 살폈다. 기자가 "오늘은 컨디션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오늘은 어제보다 좀 나은 편인데 그래도 여전히 힘들다"고 말하였다.

밧데리 점검을 하는 자원봉사자들 휴식시간에 전동휠체어를  점검
밧데리 점검을 하는 자원봉사자들휴식시간에 전동휠체어를 점검 ⓒ 김용한
최 대표의 수발을 물론이고 다른 중증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대원들을 도왔던 이경자 사무장은 기자가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 말에 매번 이 사무장은 동일한 어조로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면서 이 사무장은 대원들을 돌보느라 쉴 틈이 없었다. 그는 대원들이 행여나 중간에 포기할세라 용기를 북돋아주면서 "조금만 참자", "거의 다왔다"면서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순찰차로 대원들의 이동을 도와주었던 아화경찰서 소속의 한 순경은 "저희는 괜찮은데 경주 길목까지 저희가 안전하게 모실 수 있도록 해야죠"라면서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의 뜻깊은 행사를 다소나마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건천 지역쯤에 다다르자 경북경찰서 소속의 교통계 순경들이 교대를 하여 다시금 대원들의 도보행진을 도왔다.

피곤한 상태에 이른 자원봉사자들. "비록 내 몸은 피곤하지만 보람을 느낀다"
피곤한 상태에 이른 자원봉사자들. "비록 내 몸은 피곤하지만 보람을 느낀다" ⓒ 김용한
자원봉사로 나선 이영미(대구미래대 사회복지학과) 학생은 "2년 동안 이와 비슷한 장애우 행사에 참여해 보았지만 생각만큼 내 몸이 잘 따라주지 못해 아쉽다"면서 "정상인도 만만치 않은 거리를 비정상인인 장애인들이 행진한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인 김영훈(대구대특수학과) 학생은 덤덤한 표정으로 "운동하고 좋은 것 같다"고 말한 뒤 "중증장애인과 같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은 그야말로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정말 안쓰럽기까지 하다"면서 그들과 함께 그는 쉴 새 없이 뛰었다.

전주에서 왔다고 말한 김영란 실습생도 "처음 참가하는 행사라서 참 힘들고 어려웠다"면서 "다른 것보다도 휠체어를 옮기는 일이나 대원들을 이동시키는 일들이 다소 힘들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최종 목적지인 경주에 도착한 대원들 "와, 우리가 해냈다"며 좋아하는 대원들
최종 목적지인 경주에 도착한 대원들"와, 우리가 해냈다"며 좋아하는 대원들 ⓒ 김용한
경주 근처에 다다르자 7-8시간을 중증장애우들과 함께 도로를 달렸던 자원봉사자들은 이내 녹초가 되어 차안에서 잠을 청하기까지 할 정도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보행진에 나선 대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는 반복하면서 때론 노래를 부르고 흥얼거리면서 마치 소풍을 나온 사람들처럼 즐거워 하기도 했다.

신라 무열왕릉이 위치한 지점을 통과하면서 힘이 더 난 듯 쉴 틈 없이 강행군을 하였다. 당초 목표는 보문단지까지 가서 해단식을 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도중에 전동휠체어 밧데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돼 예정보다 늦어졌다. 그들은 경주터미널에서 도보행진을 안전하게 도와준 경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 지점까지 안전하게 에스코트를 해준 장세종 순경과 김익기 경장(경북경찰청 교통경찰계)도 보람을 느끼는 듯 마지막 그들이 묵을 숙소까지 묻는 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 지점에 교대 경찰관들 "보람을 느낀다"는 교통계 순경들
마지막 지점에 교대 경찰관들"보람을 느낀다"는 교통계 순경들 ⓒ 김용한
기자도 그들과 인사를 나눈 뒤 경주를 빠져 나오려고 하자 한 대원과 자원봉사자가 요청하기를 "어제 우리가 묵은 금호 마을회관의 이장님(한 장애인이 '장철식' 이라고 말한다)이 너무나도 친절하게 대우해 주셔서 그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기자님 꼭 가시거든 대문짝만하게 좀 써 주십시오"라면서 거듭거듭 부탁을 하였다.

또 그는 "주유소 옆 이발소 아저씨조차도 우리에게 융숭한 대접을 해주셔서 결코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고 해 여행하면서 느낀 따뜻함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하는 진솔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비장애인들도 하기 힘든 도보여행을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혹은 입 하나 만으로 자신을 의지한 채 기나긴 여행, 사투를 벌였던 그들의 도전정신은 다른 장애우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 대표는 "아무런 사고 없이 경주까지 도착한 것에 대해 기쁘다"는 말과 함께 "도보행진에 참가한 대원들이 이전보다도 더 많은 자신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다른 대원들도 한결같이 "기쁘다"는 말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마치 세상을 얻은 듯 기뻐했다. 그들은 당초 예정보다 빨리 경주에 도착한 관계로 7일 밤은 경주에서 묵고 8일 기차로 대구에 도착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을 것이고, 나 또한 그들의 도보행진을 지켜보면서 장애우에 대한 좁은 식견과 잘못된 편견을 다소나마 깨뜨릴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오늘도 그들은 사회 속에 이탈되지 않으려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벽을 허물어 가는일에 매진하면서 우리의 잘못된 편견을 좁혀가는 일에 큰 주춧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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