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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일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울산광역시 선거인단 대회에 설치된 전자투표기들
지난 3월 10일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울산광역시 선거인단 대회에 설치된 전자투표기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 측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e-민주당 프로젝트'가 구체적인 윤곽을 잡아나가고 있다.

민주당은 기존 민주당 사이트(www.min
joo.or.kr)와 노무현 후보 공식 사이트(w
ww.knowhow.or.kr) 외에 제3의 사이트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시점은 8·8 재보선 이후 선대위가 뜨는 시점. 도메인 이름은 '네티즌 파워 닷컴'(www.netizenpower.com). 도메인 이름은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것이 가장 유력하다. 7월 중순 현재 사이트 개발업체가 내정된 상태로서 구체적인 개발을 위한 세부 기획단계에 돌입했다.

8월말, 이 사이트가 오픈하자마자 당신이 접속한다면 아마 아무 것도 없는 텅빈 공간일 것이다.

네티즌 파워 프로젝트 : 내가 클릭하면 노무현이 움직인다

e-민주당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핵심 관계자는 세부 기획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가려서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특별한 '비밀 꿀단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수개월에 걸친 토론의 결과물인 기본 컨셉을 한나라당 측에서 쉽게 벤치마킹할 것을 우려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취재를 통해 접한 'e-민주당 프로젝트'의 모습을 거의 모두 독자들에게 알린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열쇠는 기획이나 벤치마킹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결정적으로 네티즌의 자발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민주당 프로젝트 추진팀은 수개월간의 토론 끝에 새로운 사이트의 기본 가닥을 두 가지로 잡았다. 우선, 공동체 즉 커뮤니티(community)다. 이는 기존 프리챌이나 다음까페, 아이러브스쿨 등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네티즌 파워 사이트에 접속해서 당원 또는 회원으로 가입하고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는 순간, 클릭 한 번으로 자신과 같은 지역, 또는 같은 학교, 또는 비슷한 취미와 관심, 같은 직종과 연령 대의 사람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뜻만 맞고 의향만 있다면 언제든지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주일 사이에 'e-민주당 ○○대학교 모임'이 수십개 만들어질 수도 있고, '노무현을 지지하는 ○○지역 모임'이 수백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커뮤니티는 지역별, 동문별뿐 아니라 직업·취미·정책·이슈·연령 등 다양하게 묶이고 또 활동이 지지부진하면 소멸한다. 하다못해 '좋은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모임'도 가능하다.

커뮤니티는 중층적이다. 한 사람이 여러 모임에 참여할 수 있고, 성격도 강고한 정치조직부터 느슨한 취미모임까지 다양할 수 있다. e-민주당 추진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후보가 되고나니 외부에서 일종의 사조직을 만들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기존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다. 우리의 바람은, 정말 노 후보를 돕고싶은 생각이 있다면 그렇게 만들 것이 아니라 이 사이트에 와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는 "이 안에서는 어떠한 커뮤니티도 가능하며 안티사이트만 아니면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경우 네티즌 개개인과 각종 커뮤니티들이 얽히고 설킨 거대한 네트워크망이 형성될 것이다. 이것이 e-민주당의 실체다.

두 가지 가닥, 공동체(community)와 전자투표(e-vote)

또 한 가지 가닥은 전자투표(e-vote)다. e-민주당의 최고 의사결정은 온라인 전당원 총회로서 당연히 전자투표를 통해서 한다. 일상적인 운영은 일정한 조건이 되는 커뮤니티의 시샵들이 모여 운영팀을 조직하고 이들이 운영방안과 규칙을 정한다. 기존 정당조직에 비유하자면 각종 커뮤니티의 시샵은 지구당 위원장이 되고, 온라인 전당원 총회 또는 전자투표는 전당대회가 되는 셈이다.

전자투표는 최고 의사결정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적이다. 이상적인 네티즌 파워 사이트는 항상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고 항상 투표가 진행중이다.

예를 들어 노무현 후보의 대선 기본 전략을 두고 온라인에서 논쟁이 붙었다. 하나는 기존에 노 후보가 표방했던 '국민통합후보'안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당내경선용이고 본선에서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며 '세대교체후보'안을 제안했다. 이는 각종 선거운동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근본전략으로서 사이트 내에 비상한 관심을 촉발한다.

전자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선거홍보 카피로 "국민통합, 노무현"을 주장하고, 후자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it's difference, 노무현"을 주장한다. 두 진영은 이에 대해 전자투표를 실시할 것을 합의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사이트를 통해 다른 당원 및 회원들에게 끊임없이 설득하러 다닌다. 결국 최종 투표에서 2만명이 참여해 51 대 49로 한쪽이 승리한다. 이 모든 과정은 공개되며 노 후보에게도 보고된다.

모든 투표가 다 같은 것이 아니다. 투표참여 여부도 자유이기 때문에 관심이 많고 중요한 사안은 메인화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투표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저 안쪽에서 몇몇만 참여할 것이다. 안쪽에서부터 시작해 메인화면 가장 좋은 자리로 이동하는 전자투표도 있을 것이다. e-민주당 추진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온라인 당원 5만명이 참여한 투표의 결과다? 그러면 노 후보도 절대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민주당 추진팀이 수개월간의 토론 끝에 사이트의 기본 가닥을 커뮤니티와 전자투표로 잡은 것은 네티즌의 '조직화'와 '세력화'의 의미가 있다. 커뮤니티는 '조직화'이다. 흩어져 있는 네티즌을 각종 그룹 그룹으로 묶는 의미다. 인터넷에서는 이것이 손쉽게 가능하다.

전자투표는 '세력화'다. 한 네티즌, 또는 한 커뮤니티에서 제안한 의견이 전자투표에 붙여져 관철되는 과정은 다수의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보다 많은 사람을 설득할수록,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수록, 그 의견은 힘을 얻게 된다.

인터넷에서는 제안자의 사회적 직위나 나이 등에 영향을 덜 받고, 최대한 제안의 논리적 타당성만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 옆집 아저씨의 의견이 대학교수의 의견을 물리치고 하루아침에 당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노 후보는 이런 각종 결정에 이메일, 게시글, 동영상, 핸드폰 등을 통해 끊임없이 반응한다.

지난 3월 10일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에 참가한 투표인단이 전자투표기 사용법을 설명듣고 있다.
지난 3월 10일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에 참가한 투표인단이 전자투표기 사용법을 설명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결국 핵심은 이거다.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수평적 공동체가 전자투표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현실정치를 움직인다'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나의 뜻을 노무현과 민주당에 관철시킨다'이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한 네티즌의 참신한 의견이 현실공간에 실현됐을 때의 감동과 희열을 우리는 이미 월드컵 당시 미국전에서 경험한 바 있다. 미국전을 앞두고 한 네티즌은 반 농담삼아 골 세레모니는 동계올림픽의 한을 생각해 쇼트트랙 모션을 취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인터넷에 띄웠다.

그후 전국민들은 놀랍게도 동점골 직후 안정환 선수의 '오노 세레모니'를 실제로 목격했다. 한번도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네티즌의 의견이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에 의해 '채택'된 것이다. 그 둘을 이어준 매개체는 인터넷. 당시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그 희열을 정치분야에서도 실현시킨다 - 이것이 네티즌 파워 사이트의 기본 컨셉이다.

정치에 '오노 골 세리모니'의 희열을 실현한다

그런데 생각만큼 실제 현실화 될 수 있을까. 네티즌들이 과연 민주당에 당원으로 가입해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과 논쟁을 벌일까. 혹시 너무 이상적인 기획은 아닐까. 아직 아무도 네티즌 파워 사이트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성공 여부는 네티즌의 자발성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초기의 네티즌 파워 사이트는 빈 공간이다. 여기에 네티즌들이 하나둘씩 찾아와 집을 짓고 내용을 채워야한다.

e-민주당 추진팀의 가장 큰 고민도 어떻게 하면 네티즌의 자발성을 촉발시킬까에 맞춰져 있다. 우선 당원 가입의 거부감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회원을 두 가지로 분리시킨다는 방침이다. 일반회원과 정당회원. 정당회원은 쉽게 말해 당원증도 나가고 당비도 내야하는 당원이고, 일반회원은 그냥 커뮤니티 사이트의 회원이다.

또한 노무현 후보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강화할 생각이다. e-민주당 프로젝트에 초기부터 관여했던 천호선 부대변인은 "정치인, 즉 노무현의 진정성과 다수 네티즌의 자발성이 결합해야 한다"면서 "노 후보가 진정성을 보일 때 네티즌의 자발성이 촉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컨텐츠이자 유인책은 노무현 후보 자체인 셈이다.

추진팀은 또한 지나친 '과잉기획'은 네티즌의 자발성을 망친다고 보고 있다. 그들은 노사모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철저한 자율성의 보장, 즉 노무현 후보 측이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e-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천 부대변인은 "처음 몇 달간은 사이트가 썰렁할 것"이라며 "그래도 당과 후보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번 회원가입에 불이 붙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진팀은 네티즌의 자발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국민경선 당시 인터넷 응모 당원의 폭주와 인터넷 투표의 성공, 또한 노사모의 성공을 경험한 바 있다.

현재 민주당 국민경선에 참여한 사람은 190만명이고 이중 160만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한 상태다. 또한 80만명의 휴대폰 번호와 노 후보가 그 동안 꾸준히 모아온 이메일 13만, 노사모 회원 5만명 등은 인터넷 정당을 현실화시키는 데 중요한 기반이다. 이점이 전자정당 부분에 있어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이유다.

e-민주당이 off-민주당을 바꿀수 있을까

네티즌 파워 사이트가 e-민주당 프로젝트의 전부는 아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통합 유권자관리 및 전자정당 구현을 위한 e-민주당 프로젝트 실행방안' 문서에서는 e-민주당의 개념과 궁극적 목표 등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파워포인트로 작성된 이 문서는 e-민주당 추진팀에서 작성한 것으로 2002년 6월 가장 최근 버전이다.

민주당 전자홍보기획실에서 작성한 'e-민주당 프로젝트 실행방안'
민주당 전자홍보기획실에서 작성한 'e-민주당 프로젝트 실행방안' ⓒ 오마이뉴스

e-민주당의 개념 정의
1. 선거전략으로서의 'e-민주당'
2. 당무현대화 방안으로서의 'e-민주당'
3. 확장된 당조직으로서의 'e-민주당'
4. 국민과의 상시적 의사소통 채널로서의 'e-민주당'
5. 참여민주주의의 실현 방안으로서의 'e-민주당'

도입의 효과 : 전자정당의 궁극적 목표 달성
1. 열린정당 : 1) 국민이 당의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 2) 의원들의 투명한 정치활동 공개 3) 정치적 사안에 대한 관심유발
2. 지지기반의 강화 : 1) 지지도별 차별화로 인한 기존 유권자의 충성도 제고 2) 유권자의 정책만족도에 대한 피드백 3) 적은 비용으로 당의 이미지 제고 4) 온라인 매체를 통한 정당이미지, 정책차별화 포인트의 홍보
3. 중앙당 및 지구당 관리의 편의성 제고 : 1) 지구당별 당원 확보 현황의 실시간 파악 2) 선거관련 비용의 회계관리 3) 지구당별 유권자의 지지도 및 성향분석 시스템 구축
4. 투명한 정치자금 관리 : 1)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선거비용 절감 2) 온라인 후원금 모금을 통한 정치자금 비리 방지

향후 활용 방안
·전자정부와 연계된 대국민 접점으로 활용
1. 각종 정책관련 민원의 접수 및 처리
2. 정부주도의 전자정부와 연계된 대국민 서비스
·궁극적인 참여민주주의(e-politics)의 이상 실현
1. 전자투표제 실시


결국 'e-민주당 프로젝트'는 좁게는 전자결재·화상회의 등 당무의 전산화 차원에서부터 당원 DB와 유권자 DB를 구축하고 e-캠페인에 활용하는 선거전략 차원, 커뮤니티를 통한 당 조직의 확대-정치적 이슈들에 대한 국민의 정책참여를 보장하는 참여민주주의의 실현 차원까지 다양한 수위를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인 목표는 정당구조의 개혁에 맞춰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은 특정지역중심, 자영업자나 주부 중심, 선거중심 정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조금 다르지만,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자민련 등 기존 제도권 정당은 여기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당의 뿌리인 지구당은 특정지역 출신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선거라도 있을라치면 동원된 주부들이 활동당원의 대부분이다. 이들은 흔히 '돈먹는 하마'에 비유된다.

e-민주당 프로젝트는 이런 정당의 구조를 뿌리부터 바꿔보자는 야심이 담겨 있다. 화이트칼라나 젊은 층들도 쉽게 결합할 수 있는 구조,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도 손쉽게 정당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 돈을 투입해야 움직이기는커녕 자발적인 당비를 내는 정당으로의 전환.

e-민주당 추진팀의 백원우 씨는 "e-민주당은 현재의 민주당이 안고 있는 지역적·세대적·계층적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통합형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최고 수준의 인터넷 환경과 문화는 이미 어떠한 형태의 생동감 있는 모임도 인터넷에 기반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인터넷 정당을 표방하는 순간, 그 정당의 기성 정당의 운영구조와 방식을 거부하는 정당이 되고 만다"고 말했다.

e-민주당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기존 오프라인 당 조직과의 일정한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 성동구 지구당이 당원수가 200명이고 모임을 공지하면 50명 정도 나오는데, e-민주당의 성동지역 커뮤니티 회원수가 500명이고 번개를 때리면 보통 50명이 모인다면? 게다가 기존 200명은 당비도 내지 않지만 온라인 500명은 CMS로 당연히 당비를 낼 뿐 아니라 오프모임에서 자신의 밥값까지 낸다면? 200명은 선거 시기를 제외하고 평소에는 아무 것도 안하지만 500명은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접촉하며 무언가를 한다면? 200명은 기성세대·특정지역 중심이고 500명은 젊은 세대 중심에 지역 편중이 없다면? 정당의 중심이 급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이제 곧 본격적인 실험이 시작된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12월 대선에서 e-민주당 프로젝트가 힘을 발휘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천호선 부 대변인은 "만약 12월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다면 힘을 발휘한 것이고, 노 후보가 떨어진다면 노 후보 자신이 네티즌에게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인터넷과 네티즌은 충분히 준비돼 있고 여건이 성숙됐다는 상당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e-민주당? 글쎄…" 노사모 적극 참여할까

▲ 지난 6월 29일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노사모 3차 총회에 참석한 회원들.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면돌파와 유연한 변화, 전자정당화. 세 가지를 진로를 놓고 진지한 고민을 벌이고 있는 노사모는 지난 7일 대전에서 각 지역별 대표자들이 모여 중앙상임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각 지역 대표자들은 다음과 같은 잠정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1) 노사모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조직으로서 개명, 탈바꿈 등 인위적인 개편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논의는 중단한다.
2) 선거법이 노사모의 손발을 묶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인가 노무현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자 하는 노사모 내부의 흐름도 인정한다.

이중 두번째 합의가 민주당에서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e-민주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무현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자 하는 노사모 내부의 흐름'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사이버 정당이다. 선거법이 노사모를 사조직으로 규정하고, 정당이나 당원이 아닌 일반시민이 정치활동을 할 수 없게 막는다면, 그래, 차라리 정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e-민주당 프로젝트에서 기존 노사모 회원들의 참여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핵심멤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모 회원들은 자발성과 적극성, 진지성과 폭발성, 인터넷 사용 능력 등이 이미 검증된 '준비된 선수들'이다.

하지만 5만 노사모 회원 중에서 과연 몇 명이나 e-민주당에 적극 참여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e-민주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열렬한 민주당 당원이 된다는 것. 이 부분에 대해 노사모 회원들이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사모 회원들의 대부분은 노무현을 지지하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슴없이 말한다. "난 노무현이 좋아. 하지만 민주당은 싫어."

노사모 회원들의 e-민주당 적극참여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는 정서적인 문제 외에 또 있다. 한 노사모 회원은 "노사모의 e-민주당 대거 참여는 회의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일부에서는 노사모가 e-민주당에 적극 참여해 기존 민주당을 견제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e-민주당의 권한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 우리를 민주당의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 그게 아니라면 생활인들이 참여하면서도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부 공천권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어느하나 명확치 않다."

e-민주당에 대한 이런 문제의식은 꽤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노사모 중앙사무실 상근 일꾼인 김진향(ID 진솔이) 부회장은 "전자정당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현재 민주당의 한계가 너무 명확한 상태에서 그들과 함께 힘겹게 가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노사모는 대신 독자적인 전자정당을 건설하는 방안을 주요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독자적인 전자정당 건설방안이 상당히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노사모 내에 새로운 전자정당 건설을 모색하는 그룹이 꽤 된다"면서 "현실화된다면 12월 19일 대선을 위한 전술정당, 제한정당의 성격을 띨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노사모 발(發) 전자정당'이 뜬다면 일정 정도 e-민주당 프로젝트에는 차질이 예상되며 둘 사이에는 경쟁관계가 불가피하다.

e-민주당이든, 노사모 발 전자정당이든, 이래저래 한국사회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세계 최초의 전자정당 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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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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