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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은 전작인 Passarim을 발매하고 나서 또 한 번의 긴 침묵 이후(물론 이 안에 Rio Revisited라는 실황음반을 발매한 적이 있지만 이는 조빙의 음반이라고 보다는 갈 코스따의 음반에 조빙이 서포터자격으로 참여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1993년 브라질의 상 파울로에서 있었던 Free Jazz Festival의 실황을 수록하고 있는 음반이다.

▲ 쟈켓의 인상이 강렬했지만 음악은 그만못했다. 아쉬움이 크다.
ⓒ 박주혁
이 음반을 과연 조빙의 제대로 된 정규작으로 봐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을 제기 할 수 밖에 없다. 그 첫 번째는 14곡의 수록곡 중 11번의 Luiza부터 마지막 곡인 Girl From Ipanema까지 단 4곡의 공연에서만이 조빙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 두 번째는 물론 엄청난 스타들이지만 분명 참여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극히 남미계열의 뮤지션들이 아닌 엄연한 미국의 뮤지션들이라는 점. 그래서 보사노바라는 음악이 지니는 본연의 의미인 재즈의 영향을 받은 삼바라는 명제를 수행하기보다는 참여, 뮤지션들이 대부분 삼바적인 면이 가미된 재즈를 연주하고 있다는 점. 이 모든 것이 의심을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시작을 여는 곡은 Inutil Paisagem/Triste/Esperanca Perdida 이 3곡을 교묘하게 믹스시킨 곡이다. 물론 보사노바의 특성인 선연한 멜로디라인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짓뭉게져 있다. 개인적으로 허비행콕의 다이하드 팬이라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이 곡은 정말 너무 심했다.

이어지는 Ela e Caroica 역시 너무 크게 부각되는 리듬파트의 소리와 연주 때문에 단지 연주만이라면야 불만의 여지가 없지만 보사노바라는 대명제를 생각해 볼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쉘리 혼이 보컬로 참여한 Boy From Ipanema는 명백한 재즈다. 자유스럽게 개사를 해서 제 흥에 겨워 부르는 모습. 이것은 보사노바의 가장 중요한 성격 중 하나인 최소한의 형식안에 무한한 변주라는 명제를 벗어나 있다.

강한 힘이 느껴지는 쉘리 혼의 목소리가 귀에 거칠게 씹히는 Amor em Paz의 영어버젼인 Once I Loved, Joe 죠 헨더슨의 색소폰소리가 소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부각되는 곤잘로 루발카바가 피아노로 참여하고 Oscar Castro-Neves와 빠울로 조빙의 기타소리가 묻혀버리는 너저분한 즉흥연주가 흐르는 O Grande Amor, 그나마 보사노바적인 느낌이 드는 죠 헨드릭스가 보컬로 참여한 Chega de Saudade는 영어버젼인 No More Blues로 연주되고 있으며 곤잘로 루발카바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Agua de Beber는 브라질인과 쿠바인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곡이다.

역시 손과 차차차를 연주하는 손으로 보사노바같이 미묘한 손놀림을 중시하는 쟝르를 연주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앨범 내에서 들어줄 만한 갈 코스따의 목소리와 허비 행콕의 피아노연주로만 이루어진 A Felicidade는 상당히 훌륭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역시 갈 코스따의 역동감있는 목소리가 흐르는 Se Todos Fossem, 피아노와 목소리로만 연주되는 조빙의 고독한 목소리가 일품인 지금까지도 여러분 연주했던 Luiza의 또 다른 해석이 여기서 흐른다. 조빙의 명곡 중의 명곡 Wave가 Live로 연주되는 감동을 맛 볼 수 있는 경험 그러나 중간의 허비 행콕의 피아노연주는 감상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갈 코스따가 다시 노래를 불러주는 Caminhos Cruzados는 소편성의 악기들이 이루는 앙상블과 그녀의 노래가 어우러져 다시 한 번 Live로 느끼는 보사노바의 감동을 맛 볼 수 있는 곡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주는 지극하게 재즈화되어버린 Garota de Ipanema로 그 끝을 알린다.

사실 본인도 이 앨범에 참여한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을 매우 좋아하고 있다. 특히 허비 행콕이나 곤잘로 루발카바나 죠 헨더슨의 경우에는 제일의 수집대상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상당한 애정을 보이는 뮤지션들이다.

그러나 옛말에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소리가 있듯이 보사노바가 재즈를 확실하게 만나면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 지 타의 귀감이 되는 실황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조빙을 향한 경외심도 좋지만 너무 자기 생각만 하는 후배들이 아니었는지 조빙의 음악이 상처받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실망이 컸던 정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수록곡

01 Prelude
02 Ela e Carioca 
03 Boy From Ipanema 
04 Once I Loved 
05 O Grande Amor 
06 No More Blues 
07 Agua De Beber 
08 Felicidade 
09 Se Todos Fossem Iguais A Voce
10 Luiza 
11 Wave 
12 Caminhos Cruzados 
13 Finale: The Girl From Ipa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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