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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을 자유케 하라!" 기자회견에 앞서 검찰청사 앞에서 열린 항의시위. 굵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됐다.
"한총련을 자유케 하라!"기자회견에 앞서 검찰청사 앞에서 열린 항의시위. 굵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최근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대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장 발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있자 대구지역 한총련 대의원들이 집단적으로 '공개출두'할 예정이었지만 사실상 '검찰의 거부'로 무산됐다.

19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앞에는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가 여전히 굵은 빗줄기를 뿌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15분, 빗속을 아랑곳 않고 비옷을 걸친 채 학생과 시민들 150여 명 가량이 검찰청 앞 인도를 메웠다.

 대구지역 한총련 대의원들의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알림판을 들고 공개출두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지역 한총련 대의원들의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알림판을 들고 공개출두를 기다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이들은 '한총련 탄압 중지와 한총련 대의원 공개출두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는 소환장을 직접 발부 받은 각 대학의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회장 등 30여 명의 대의원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단체 대표들도 참석했다.

공개출두를 앞두고 있는 대의원들은 각자의 사진과 이름이 쓰여진 알림판을 마치 '멍에'처럼 하나씩 목에 걸치거나 두 손으로 꼭 쥔 채 서 있었다.

최근 대구지검은 지역 한총련 대의원 35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일선 경찰 관계자들을 통해 한총련 탈퇴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대구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도 마찬가지.

하지만 학생들은 대의원들에 대한 소환장 발부가 한총련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은 만약 '공개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조사에 응할 수도 있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다.

기자회견 모습
기자회견 모습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구경북지역총학생회연합(대경총련) 추민석 의장은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사상과 정견의 폭넓은 보장이 요구되고 특히 국가보안법이 점점 의미가 퇴색돼 가는 마당에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을 빌미로 탄압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김준배 열사의 죽음에 대한 민주화운동 인정과 한총련이 합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안당국은 한총련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 의장은 또 "한총련과 우리들은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때문에 공개조사를 받고 한총련에 대한 이적성의 부당함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의 공개출두에 맞춰 '민주주의민족통일대경연합' '민주노총대구본부' 등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도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구경북민중연대' 함철호 의장은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6.15 남북공동선언의 기본정신은 남북이 화해하고 교류하며 서로 친해지는 것이다. 이렇듯 공동선언 이후 한총련 이적규정의 근거가 사라졌음에도 한줌도 되지 않는 반통일세력은 지난 97년 5기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 이후부터 구시대적인 논리를 들먹이며 한총련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00년까지 한총련 8년의 역사에 1254명이나 되는 청년학생들이 감옥에서 아까운 청춘을 낭비해야했다. 세계에 있어본 적이 없는 이런 미개하고, 몰상식적인 행위가 자주의 시대, 통일의 시대에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난 후 대의원들이 진행할 예정이었던 공개출두와 조사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학생들의 검찰청 내 진입을 경찰 측에서 가로막았기 때문. 결국 검찰청 내 진입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이를 막는 경찰병력 사이에 가벼운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끝내 공개출두가 무산되자 오후 1시쯤 자진 해산했다.

몸싸움 기자회견 후 공개출두를 위해 검찰청사로 진입하려던 학생들과 저지하는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몸싸움기자회견 후 공개출두를 위해 검찰청사로 진입하려던 학생들과 저지하는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 오마이뉴스 이승욱
대경총련 한 관계자는 "검찰에서 소환장을 발부해놓고도 공개출두해 조사를 받겠다는 학생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수사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대의원들의 개별적인 출두는 없겠지만 공개출두와 한총련 탄압 중지 서명운동 등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는 20일 한총련과 '한총련 합법화 대책위'는 공안기관에 의한 한총련에 대한 '부당한' 탄압과 관련 국가인권위에 제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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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오마이뉴스(dg.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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