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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하류지역. 퍼가도 퍼가도 마르지 않을 것 같던 섬진강이...
섬진강 하류지역. 퍼가도 퍼가도 마르지 않을 것 같던 섬진강이... ⓒ 조호진
퍼가도 퍼가도 마를 것 같지 않던 섬진강이 각종 댐 공사와 물 공급으로 인해 말라가고 있다. 이로 인해 바닷물 유입에 의한 생태계 변화와 농사 피해 등으로 하류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다.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지역 일부 주민들이 전남동부권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전남 광양 다압취수장' 건설반대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주민들은 수자원공사가 주민피해를 외면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차량시위 등으로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섬진강 취수장 건설반대 광양시대책위원회는 29일 취수장 건설 공사중지와 환경영향 재평가 등의 요구를 둘러싼 협의가 결렬되자 수자원공사 본사가 있는 대전까지 차량시위를 시도하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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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대책위는 이날 오전 9시께 차량 50대를 동원해 광양시 진월면을 출발한 뒤 고속도로에서 저속운행 등의 차량시위를 전개할 예정이었나 경찰저지에 의해 무산됐다. 이들 주민들은 진월면민광장 부근 한쪽 차선을 막고 농성을 벌이다 광양시장과의 면담을 마친 3시간 뒤 자진 해산했다.

이기태 위원장.
이기태 위원장. ⓒ 조호진
다음은 취수장 건설반대에 나선 광양시대책위 이기태 위원장(48)과의 현장 인터뷰 전문이다. 수자원공사 입장은 후속 취재를 통해 보도할 예정이다.

- 차량시위를 시도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민 피해를 무시한 수자원공사 태도 때문이다. 주민들은 그 동안 취수장 공사로 인한 바닷물 유입피해에 대한 대책과 환경영향 재평가 실시를 한 뒤 결과에 따라 공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열린 협상이 결렬되면서 수자원공사 본사 항의방문을 계획하게 됐다."

- 주민들의 반발이 큰 것 같다. 왜 그렇게 됐다고 보는가.
"우리 농사꾼들에게 섬진강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존의 뿌리다. 수자원공사가 섬진강을 국가 소유라고 주장하며 주민생존권 피해를 묵살하지만 그들은 섬진강이 망가질 때 외면했고 우리는 섬진강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주민 피해를 호소하며 공사반대에 나서자 '섬진강이 당신들 것이냐'고 몰아붙였다. 주민들은 이 말에 감정이 격해졌다. 그래서 주민들이 차량시위를 하자는 의견을 내 놓은 것이다. 순박한 농민들이 이렇게 반발한 이유는 수자원공사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다."

- 염분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인가.
"각종 댐 공사로 인해 바닷물 유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로 인해 논·밭의 작물들이 염해(소금기) 피해로 수확이 크게 줄고 있다. 농사 쓸 관정을 파면 짠물이 나와 쓸모없게 되고 다시 관정을 파야 되는 실정이다. 측정 결과 염분이 2.0 이상이면 농수로 쓸 수 없는데 지금은 18 정도가 나온다."

- 취수장 건설이 되면 어떤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는가.
"진월면 450여 농가들은 오이, 호박, 수박, 양상추 등의 작물을 키워 매년 200억 가량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취수장이 건설되면 하루 55만톤의 강물을 뽑아가게 되고 그렇게 되면 바닷물 유입이 더욱 늘어나 농작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 수자원공사와의 대화는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가.
"주민들은 취수장 건설에 따른 피해를 확인한 뒤 공사할 것을 요구했지만 주민의견을 묵살하며 공사를 밀어붙였다.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공사 측이 대화에 응했지만 성의 없는 자세로 일관했다. 그 동안 공사현장과 수자원공사에서 모두 4차례 했다."

차량시위에 나선 섬진강 하류지역 주민들.
차량시위에 나선 섬진강 하류지역 주민들. ⓒ 조호진
-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수대가 실시한 환경영향평가는 취수장 관련지역만 해당됐다. 하지만 염분 피해에 의한 광양과 하동지역은 제외했다. 눈 가리고 아옹하는 조사를 한 것이다. 그래서 광양·하동지역 등 피해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한 것이다."

- 취수장 건설은 전남 동부권 시민과 공장 물 공급을 위한 공사인데 무작정 반대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물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공사를 추진하면서 불신이 쌓이기 시작했다. 공사 추진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 취수장 건설이 필요하다면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피해가 있으면 보상하는 등 적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다면 이렇게 반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 각종 댐 건설로 인해 섬진강이 고갈되고 있다. 물 공급과 농민 피해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공사 중인 죽천취수장을 짓는 것은 그 동안 공급하던 취수장에 염분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염분이 유입되면 또 다시 상류 지역에 취수장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염분 피해를 밝히기 위해서는 광양제철, 하동화력 등 기업과 광양시, 하동군 등 물을 많이 사용하는 기관이 참여해 섬진강 하류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책임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찾겠지만 계속 성의 없는 자세로 나온다면 또 다시 차량시위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생존권을 지킬 것이다."

"중재자 역할도 경찰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취재수첩>성난 시위주민 평화롭게 귀가시킨 광양경찰

▲ 주민입장을 고려한 행정을 편 광양경찰.
광양 진월면 주민들의 시위는 차량시위라 집회신고 사유가 되지 않았다. 결국 불법 시위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차량시위에 의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새벽 5시에 출근하는 등 긴장했다.

이날 시위현장은 갈등 당사자인 수자원공사와의 대면이 아니라 생존권 위기를 호소하는 주민과 시위를 차단해야 하는 경찰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궂은 자리였다. 경찰 관계자 가운데는 광양 출신도 있어 주민들의 딱한 처지를 감안해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무작정 처리하기도 곤란한 점도 있었다.

경찰은 주민들의 차량시위를 원천봉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주민들의 성난 민심을 해소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 경찰은 새벽에 동원돼 아침 식사도 거른 상태로 신경이 날카롭기 쉬웠지만 주민들의 어려움을 수긍하며 원만한 문제해결 방법을 모색했다.

광양 경찰은 차량시위 집결지인 진월면 마을회관에서부터 주민입장을 이해하며 자연스런 시위를 유도했다. 경찰은 시위차량을 섬진강 휴게소 인근 국도에서 1차 차단한 뒤 자연해산을 유도했다. 하지만 성난 주민들은 자신들을 기만한 수자원공사를 찾아가 문제해결을 요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경찰은 시위 구간이 교통체증이나 시민불편이 발생하지 않는 점을 감안해 주민들을 '진월면민광장'으로 유도했다. 주민들은 진월면민광장 주변 그늘에 모여 수자원공사와 주민의 고통을 방치한 광양시를 성토했다. 또 집행부가 내일(30일) 수자원공사와의 대화를 전제로 해산결정을 내리자 이에 반발한 일부 주민 차량과 주민들이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잠깐 농성을 벌이는 등 내부갈등이 발생했다.

2시간여의 농성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은 주민설득과 함께 광양시와 연락을 취하는 등 주민불만 해소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성난 주민들은 시장에게 책임 있는 답변을 들어야겠다며 집행부의 해산결정을 박차고 삼삼오오 광양시청으로 출발했다.

광양경찰은 주민대표에게 마지막 설득과 경고를 전달했다. 경찰 책임자는 "불법시위 차단을 위해 2개중대가 투입됐는데도 여러분의 고충을 감안해 기다리고 있었다. 법을 원칙대로 적용한다면 여러분들은 위법행위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주민대표와 시장의 대화자리를 주선했다. 마지막까지 주민 편에 서서 관계기관과 중재에 나서는 등 주민 친화적인 경찰행정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날 주민들은 시장면담을 통해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듣고서야 병 들어가는 자신들의 농토로 돌아갔다. 주민들은 애초 계획한 고속도로 차량시위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문제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듣지도 못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을 호소하는데 일정한 효과를 거두었다.

경찰관계자들은 "주민들 가운데는 고향 선후배도 있고 이웃 같은 분들도 있다. 이들을 공권력 투입으로 해산시키는 것은 올바른 문제 해결방식이 아니다. 공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가권력의 위상이 실추되는 것으로 봐선 안된다. 주민들의 쌓인 원성을 거리에서 적절히 풀도록 기다리는 자세도 필요할 때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이기태 위원장은 "감정이 격해진 주민들이 평화시위로 마치고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준 광양경찰 관계자의 노력에 감사 드린다"며 "새벽부터 무더운 한낮까지 고생하고도 끝까지 주민입장에서 중재 역할까지 해준 경찰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마음을 털어놓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각종 시위와 민원이 발생하면 주민들의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해 적극적이고 올바른 해결방안 나올 수 있도록 주민의 목소리를 담은 보고서를 올리고 있다"며 "주민과의 대화와 유효 적절한 해결방안이 나오도록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도 경찰의 중요한 임무다"고 말했다.

잘못된 정책이나 업무추진 혹은 시국문제로 의해 각종 시위와 집단행동이 발생된다. 그러한 문제 발생현장에는 어김없이 경찰이 출동돼 성난 시위대를 막는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진다. 때로 과잉진압에 의한 불상사가 빚어지면서 문제의 본질보다 경찰에 대한 원성이 쌓이는 경우가 있다.

광양경찰은 이날 권위나 힘에 의한 시위 해결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주민의 문제제기에 대한 사전분석과 주변상황을 고려한 대처로 성난 주민들이 온전히 귀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날 경찰은 한 여름 무더위와 짜증나는 시국과 갈등 사회에 소나기 같은 청량감을 선사했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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